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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시는 ‘울상’ 행정도시는 ‘빙그레’

기업도시는 ‘울상’ 행정도시는 ‘빙그레’

혹시 기업도시를 기억하는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와 폴크스바겐의 본고장인 독일 볼프스부르크 같은 기업도시는 한때 평생고용을 보장해 주었지만 요즘은 대체로 실업수당을 받는 곳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지난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우리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후유증을 처리하기 위해 정부부문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신흥도시가 생겨나고 있다. 이른바 ‘행정도시’다.

요즘 브라질리아·오타와·브뤼셀·워싱턴 같은 행정도시에서는 새 일자리가 생겨난다. 그뿐만 아니라 주택 판매가 늘고, 소득이 증가하며, 자동차 판매점은 손님들로 북적댄다. 새로운 상가와 고급 호텔, 헬스클럽 등도 급증한다. 상파울루 소재 이과테미 쇼핑센터 컴퍼니의 CEO인 카를로스 제레이사티는 “브라질리아 같은 공공부문 도시가 높은 봉급과 고용 안정성 덕분에 매력적인 시장으로 뜨고 있다.

사실상 경기침체의 영향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는 브라질리아에서 8000만 달러 규모의 고급 상가를 건설 중이다. 완공 후에는 루이뷔통·제냐 같은 브랜드를 비롯해 200개 상점이 들어선다. 여타 건설업체들도 행정도시의 개발 붐에 편승한다. 벨기에에선 상업용 부동산 개발사업이 휘청대지만, 수도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는 최근 집행위원들이 사용할 고급 헬스클럽 건설(공사비 800만 유로)을 승인했다.

집행위원회는 또 얼마 전에 50여 개 빌딩이 밀집된 EU 구역의 전면적인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했다. 북미의 행정도시들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전국적으로 주택 건설이 급감했지만 수도 오타와는 예외였다. 산업시설이 거의 없는 오타와에선 근로자 5명 중 1명이 정부가 지급하는 봉급을 받는다.

2008년 이곳의 기존 아파트 값은 12%, 단독주택 값은 5.7% 올랐다. 연방정부 공무원의 봉급이 민간 부문 근로자 임금보다 평균 41%나 많은 마당에 당연한 현상이다. 최근 토론토스타지의 칼럼니스트 짐 트래버스는 “오타와에서는 경기침체의 영향을 실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워싱턴DC도 매한가지다. 이곳에서 지불되는 임금의 28%는 연방 공무원의 몫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미국에선 2007년 12월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래 460만 명이 실직했지만, 연방정부는 20만 명을 새로 채용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임시직 40만 명과 정규직 18만 명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다.

산업공장이 없는 워싱턴DC가 2008년 미국에서 알래스카 다음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고용시장이 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공공부문의 고용 거품이 가장 큰 곳은 브라질리아인 듯하다. 전체 일자리의 50여%가 직간접으로 정부와 관련이 있다. 올해 국가 경제가 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브라질리아만큼은 활황세를 탄다.

공무원 봉급은 이미 전국 평균 근로자 급여의 4배나 되고, 올해엔 간격을 더 벌릴 전망이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전국의 자동차 판매는 정체됐지만 브라질리아에선 새 자동차 판매가 20%나 늘었다. 주택 판매도 지난해 25%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20% 더 증가할 전망이다. 전국적으로 15%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행정도시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길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이는 없다. 만약 그렇다면 아이슬란드와 발트 3국은 이미 재정흑자를 이루었을 것이다. 사실 세계 각국에서는 재정확대에 대한 우려로 기업과 정책연구소 등에서 열띤 논쟁이 일고 있다. 대다수 민간 기업이 임금을 줄이거나 동결하는 마당에, 공무원은 올해에도 최소 2%의 봉급 인상을 기대한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특히 캐나다에서 심하다. 첨단기술과 에너지 부문 회사들이 여전히 신규 인력을 고용하지만 인재유치 면에서 정부와 경쟁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공무원의 봉급, 연금, 각종 혜택은 지금도 늘고 있다. 캐나다 독립사업자연맹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동일한 직종에서 각급 정부기구는 민간 부문보다 훨씬 나은 급여와 혜택을 제공했다.

이 연맹의 간부인 대니얼 스미스는 “연방정부 공무원의 급여는 민간 부문보다 41%나 높다. 게다가 고용 안정성이 100% 보장된다. 그러니 공무원 직에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간부문의 경제위기가 결국 정부부문에까지 확산되면 이런 거품이 꺼질지 모른다. 세수 기반이 줄면 공무원들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영국이 마지막으로 불경기를 겪었던 1930년대엔 각료부터 말단까지 모든 공무원의 봉급이 10~20% 삭감됐다. 그러나 오늘날 황량한 고용시장에 나선 사람들에겐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때 많은 대학원생이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금융전문가의 꿈을 키웠다면, 요즘은 공무원을 꿈꾸는 게 대세다.

오랫동안 국가가 고용시장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온 중국에서는 공무원 시험 시장이 활황을 보인다. 2008년엔 기록적으로 많은 77만5000명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 2007년보다 13만 명이 늘어난 수치다. 베이징의 한 경영대학원에서 야간 강좌를 듣는 유슈이는 “동료들도 대부분 공공부문에 취직하길 원한다. 민간 부문보다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덩샤오핑이 말했듯, 어떻게든 부자가 되는 건 영예로운 일이다.

With WILLIAM UNDERHILL in London, MANUELA ZONINSEIN in Beijing and DINA FINA MARON in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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