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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우리에겐 기회!

위기? 우리에겐 기회!

현대캐피탈에 금융위기란 말은 누군가의 견해일 뿐이다. 제2금융권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으면서도 최고의 수익과 업계 평균 이하의 부실률을 유지하고 있다. 위기도 관리하기에 따라선 온순한 양이 될 수 있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전 세계 금융위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같은 투자은행은 파산하거나 다른 금융기관에 인수됐고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와 최대 상업은행인 씨티은행까지 구제금융을 받았다.

국내 금융기관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간접 영향권에 들었다. 지난해 4분기 은행별 당기순이익에서 우리은행(-6911억원), 국민은행(-3184억원) 등이 적자로 돌아섰고, 기업은행(154억원), 하나은행(257억원)은 겨우 적자를 면한 수준이다.

캐피털이나 리스사 같은 제2금융권은 상황이 더 안 좋다. 연체율이 높아지고 유동성도 모자라는 판이다. 하지만 극도로 악화된 금융환경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는 있다.

지난해 현대카드·캐피탈 영업이익은 약 7900억원으로 전년 영업이익(약 6900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으로만 보면 전체 금융권에서 6위 정도의 성적이다. 또 현대카드의 2008년 말 연체율은 0.7%로 카드 업계 평균 3.4%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현대캐피탈의 연체율 역시 2.2%로 업계 평균(4.06%)의 절반에 불과하다.

수익성이나 리스크 관리 같은 질적인 요소 외에 신차 할부금융, 중고차 할부금 등 캐피털의 주요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대폭 올랐다. 사실상 8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해 절대적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위기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고 여겨지는 캐피털사가 어떻게 이런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까?



DTI 개념 첫 도입

현대카드·캐피탈 관계자는 “그동안 일관성 있는 브랜드 관리, 차별화된 마케팅, 톡톡 튀는 광고와 개성 있는 디자인 등 눈에 보이는 화려한 요소들 이면에 과학적인 리스크 관리와 고객분석을 꾸준히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현대카드·캐피탈의 정태영 사장은 2006년 초 주요 임원들과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리더십미팅 때 “2~3년 내에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예측도 했다.

현대카드·캐피탈이 추구하는 ‘티파니 박스 속에 담긴 과학(Science in Tiffany Box)’이라는 경영모토가 그냥 구두선(口頭禪)이 아니라는 것이 이번 위기에서 증명된 셈이다. 현대캐피탈은 2006년 6월,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프라임 모기지를 취급하면서 당시 국내에서는 낯선 개념이었던 ‘DTI(Debt To Income: 소득대비부채비율)’를 처음 도입했다.

부동산의 담보 가치(LTV)와 함께 고객의 소득수준까지 감안해 대출 여부를 결정토록 한 것이다. DTI는 현대캐피탈의 2대 주주인 GE가 모든 대출 실행 시 적용하는 기준으로 도입 과정에서 사내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대한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갔다.

DTI 도입은 물론 대출 자산 부실화와 회사 손실을 막기 위한 보험 두 가지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잔존가치 보장보험(Residual Value Insurance)’과 ‘권원 보험(Title Insurance)’이 그것이다. 잔존가치 보장보험은 담보로 제공했던 부동산의 자산가치가 대출 실행 후 일정 수준까지 하락해도 손실을 보장해 주는 보험으로, 현대캐피탈은 가치 하락률이 44%에 이를 때까지 보장받는다.

이런 장치를 통해 자산가치 하락에도 회사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 권원 보험은 사기거래에 의한 피해에 대비한 안전장치다. 즉 대출 신청인이 실제 부동산 소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허위 신청에 의해 대출이 실행되었을 경우, 이에 의한 피보험사의 금전적 손실을 보상해 준다.

또 현대카드·캐피탈에는 다른 금융사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조직이 있다. 사기방지(Anti-fraud)라는 조직이다. 이 사기방지팀은 처음에 50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150여 명의 거대 조직이 됐다. 현대카드·캐피탈의 연체율이 업계 평균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이유는 바로 선제적으로 사기나 사고를 관리하는 독립 조직을 운영한 덕분이다.

이처럼 자산운용이나 영업에서 적극적인 부실 방지를 위해서도 노력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부실을 막을 수는 없다. 현대캐피탈은 근본적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서 위험이 높은 부문을 최소화했다. 현대캐피탈은 16조원의 자산 중 제2금융권의 부실증가와 경영난 원인 중 하나로 지목 받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자산이 전무하다.

대신 금융시장에서 가장 안전한 것으로 평가 받는 신차할부, 자동차 리스의 자동차금융이 79.5%로 가장 높으며 신용대출 비중도 7.8%에 불과하다. 현대커머셜도 독립 2년 만에 성과 가시화그렇다고 자동차금융이 땅 짚고 헤엄치기는 아니다. 현대캐피탈의 주 사업인 신차할부와 자동차 리스는 자금소요 기간이 건별로 상이해 더욱 과학적이며 치밀한 자금조달 기법이 요구되는 금융상품이다.

이를 위해 현대캐피탈은 자금소요기간과 만기를 연동해 관리하는 ALM (Asset Liability Management)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즉 3개월 대출에는 3개월의 단기 자금을, 36개월의 자금은 그 기간에 따른 장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만기도래 시 미스 매치의 악순환을 없앨 수 있다. 현재 현대카드를 포함해 총 23조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조달한 상태지만 대출과 상환만기 차이가 최대 20일에 불과하다.

또 현대캐피탈은 자금조달처 다변화를 위해서도 오랫동안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전체 조달규모 중 해외 조달이 44%에 달해 조달처 역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전체 자금조달 중 자산 담보대출의 성격인 ABS 비중이 17.5%로 업계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ABS는 자금조달이 쉬워 시중의 자금 경색이 본격화할 경우 ABS를 통한 자금조달 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또 이미 확보한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의 크레디트 라인 1조6500억원은 물론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2007년 3월 현대캐피탈에서 분사한 기업금융 전문회사인 현대커머셜도 독립 2년 만에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현재 현대커머셜은 상용차 금융시장의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2008년 12월 말 기준 연체율(90일 이상)이 0.12%에 불과하고, 대손충당금을 금융감독원 기준 대비 180%를 적립하는 등 리스크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2008년 영업이익 141억원, 당기순이익 136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커머셜의 사업영역은 크게 상용차 및 건설장비 금융, 기타 설비금융, 기업여신금융, 투자금융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위아 등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효과가 큰 안정적인 비즈니스와 벤처기업 투자, M&A 자금지원, 선박금융, 기업어음 매입, 운전자금 대출 등 기업금융에 최적화된 사업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국내 최고의 산업재 및 기업금융 전문회사의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해 올해 시장지배력을 추가로 확보하고 수익성 중심의 경영관리,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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