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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Word] 경제위기가 기후 문제엔 ‘호재’

[The Last Word] 경제위기가 기후 문제엔 ‘호재’

데이비드 킹 경은 지구온난화 초창기부터 기후문제의 권위자로 꼽혀왔다. 옥스퍼드대 스미스 기업환경대학 학장이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과학 수석보좌관을 지낸 그는 영국 정부가 청정에너지 개발을 목표로 15억 달러를 들여 에너지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작가 마이클 레비틴이 덴마크 아르후스에서 그를 만나 환경에 대한 영국인들의 초당적 태도, 미국의 리더십,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정상회담 등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눴다.



코펜하겐에서 기후협약이 체결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회담이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네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지구 탄소안정화 수준에 동의해야 한다. 가령 금세기 말까지 온실가스를 특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자고 말하는 것이다. 둘째, 각국이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어디에 와 있어야 하는가에 따라 나라별 탄소 궤도선을 정하는 국가적 목표에 합의해야 한다. 셋째, 탄소추적, 총량 제한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 등의 재정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기술을 이전하고 개도국들의 적응을 돕는 기금을 창설해야 한다. 이상을 모두 달성하지 못하면 미봉책에 불과하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의 기후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브라운이 미국 의회에서 저탄소 경제를 위한 부양기금 마련을 촉구하는 연설을 듣고 유쾌했다. 영국에서는 세 개 정당이 모두 기후변화에 강력 대처하는 경쟁을 벌인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80% 감축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선언한 사람은 야당인 보수당 대표 데이비드 캐머런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브라운도 2050년까지 80%를 감축하자고 부르짖는다.



경제위기가 기후논쟁에 미칠 영향은?
두 가지 점에서 기회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문화의 변화다. 우리 모두 탐욕의 개념과 그 끝이 어디인지를 깨닫게 됐다. 또 하나는 정부가 경기부양에 거금을 지출할 거라는 점이다.



탄소시장의 반동은 어떻게 보나?
t당 28~30유로 수준이던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 가격이 금융위기 이후 붕괴해 지금은 t당 약 8유로다. 세계 최초의 탄소거래제도 실험으로는 끔찍한 사태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이 유럽 각국의 탄소배출 상한선 확대를 전격 선언하면, 다시 말해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의 감축을 선언하면, 가격은 반드시 오른다.



그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문제는 그가 유럽 27개 나라를 끌고 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가장 비협조적인 나라가 폴란드다. 사실 폴란드의 사정도 이해는 간다. 석탄을 많이 쓰는 폴란드 경제는 유럽 평균에 한창 뒤처진다. 폴란드 이웃에 대국 러시아가 있는데 가스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기꺼이 폴란드에 판매할 생각이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옛 위성국가들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보기만 해도 러시아 정부가 얼마나 강하게 나올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폴란드 정부가 EU 회원국 탄소감축 목표의 40%라는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이유는 유럽이 폴란드를 러시아의 품으로 밀어 넣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다.



미국이 코펜하겐에 가져올 선물은 뭘까?
지금 G20 정상회담보다도 더 중요한 건 오바마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간의 G2 정상회담이다. 두 정상이 무대에 서서 “상황이 이렇다. 우리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해 국제적 변화를 이끄는 모습을 보고 싶다.



오바마가 세운 에너지 계획의 핵심인 바이오 연료에 의문을 제기한 이유는?
옥수수로 만든 알코올 연료는 일반 연료 탄소배출량의 90%를 발생시키며 물과 비료를 집중적으로 필요로 한다. 하지만 브라질의 사탕수수 알코올 바이오 연료는 10%만 배출한다. 우린 바이오 연료가 필요하지만 질이 나쁘면 곤란하다.



브라질의 열대우림 파괴를 막을 장치가 마련될 가능성은?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포즈난(폴란드) 기후회담에서 멋진 연설을 했다. “영국이 2050년까지 배출량을 80%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브라질은 한발 더 나아갔다. 2025년까지 아마존 원시림의 벌채를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영국은 해마다 1인당 이산화탄소 11t을 배출한다. 브라질은 산림벌채를 감안하면 12t을 배출한다. 따라서 그는 최대 쟁점을 곧바로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GM처럼 망해가는 자동차 회사들을 이 탄소문제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GM은 망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그러면 자동차의 새 설계도를 지닌 작은 하이테크 기업들을 지원할 수십억 달러 자금이 마련된다.



오바마와 브라운을 비롯한 세계 지도자들은 사람들에게 지구를 위해 큰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녹색 부양책이 성공하게 될까?
소비자들을 향한 중요한 메시지다. 다시 말해 지금은 내핍의 시기라는 말이다. 소비자중심주의가 다시 팽창하면 우리 미래가 없다.



그 수십억 달러는 어떻게 쓸 텐가?
일자리 마련에 쓰겠다. 그 사람들이 도로 소비자가 될 것이다. 후버댐 같은 대공사를 생각해보라. 후버댐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멋진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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