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업에도 치맛바람 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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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성 연세대학교 직업평론가는 25년간 ‘직업’을 연구한 커리어 디자인 분야 전문가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블링크』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신저 『아웃라이어』에서 “한 분야에서 최소한 1만 시간 동안 노력한다면 누구나 최고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김 평론가는 최고 전문가로 손색이 없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두세 편 직업 관련 글을 쓰고, 강연하고 책을 저술한다. 그가 내다본 직업의 미래, 미래의 직업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일자리 신자유주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0년을 풍미한 신자유주의의 종언이 회자하는 이때, 일자리 신자유주의라니….
그가 말한 ‘일자리 신자유주의’의 요지는 “무한 취업 경쟁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곧 직업 시장에도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전문가 수난 시대가 불 보듯 뻔하다”며 “부모나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현재 관점이 아니라 미래 관점에서 직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1일 만난 김준성 평론가는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미래 유망 직업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고용 시장,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합니다.
“2009년 1월 한 달 사이에 20~30대 일자리 12만 개가 사라졌어요. 1년 전과 비교하면 30만 개 정도 일자리가 없어졌습니다. 2008년 중순 이후부터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난 1월에 구직을 포기한 사람만 16만 명까지 늘었어요. 좋지 않은 고용 사정이 축적돼 오다가, 이번 세계 금융위기가 곧바로 20~30대를 덮친 겁니다.”
>> 기본적으로 고용은 경기 후행 지표인데, 벌써 이렇게 안 좋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가 큽니다.
“세계 패권국가 미국의 위기, 30년 만에 찾아온 자본주의 위기, 10년 만에 돌아온 경기 변동의 복합 불황이 3각파도로 덮쳐오고 있습니다. 통상적인 노동경제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에 봉착해 있다고 봅니다. 점점 더 어려워질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고용사정이 풀리려면 족히 3~4년은 걸릴 것으로 봅니다.”
>> 어떤 근거에 의해 그렇습니까?
“전 세계를 보세요. 우리나라 같은 수출 의존 국가가 먹고 살기 어려운 방향으로 가지 않습니까? 무역 보호주의가 대두하고 수출 수요는 줄죠. 경기가 회복된다고 고용시장이 바로 회복되는 것이 아닙니다. 고용은 경제가 나빠지면 급속히 냉각되고, 좋아져도 서서히 회복되는 성격이 있습니다. 점점 나빠지는 고용의 질도 문제지만 양적으로도 어려운 시기가 오래 지속될 겁니다.”
근성과 창조력 발휘할 직업 택해야
>> 정부가 일자리 대책을 계속 내놓고 있는데, 평을 해주신다면.
“한마디로 임시방편적 정책이죠. 본원적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야 하는데, 12개월 행정인턴, 공공근로 같은 것으로 예산을 낭비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일자리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고, 수익 창출 동력이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해요. 성장동력산업 같은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 하지만 대중은 기다려주지 않고 정치가 역시 당장 가시적인 숫자가 필요한 것 아닙니까?
“재정을 투자해 바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본질적인 맥락이 되면 안 돼요. 거듭 주장하지만 본원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듯한 일자리 정책은 실패합니다. 일자리 주체는 기업이어야 합니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해 수익구조 기반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 불황이 지나면 직업 시장은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보십니까?
“저는 일자리 신자유주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국경선을 넘어 일자리를 무한대로 찾아 경쟁해야 하는 현상을 목도하게 될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삼성전자에서 비메모리반도체 분야 일자리가 하나 나오면, 이제는 한국인뿐 아니라 미국사람, 영국사람, 인도사람들과 경쟁해야 할 거예요. 소위 일자리 하나를 두고 만인의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는 거죠. 이력서가 대단히 빠르게 국경선을 넘나들 겁니다. 더 이상 기업도 일자리 애국주의에 사로잡혀 있지 않을 가능성도 큽니다.”
>> 그렇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합니까?
“상황인식을 똑바로 해야 해요. 예를 들어 아직도 부모들이 의사, 변호사, 판사에 목을 매는데 지금 의사들 사정이 어떻습니까? 1년에 2000여 곳 병원이 폐업하고, 페이닥터 월급이 300만원을 갓 넘는 곳도 많아요. 변호사도 그렇죠. 사무실 유지조차 어려운 변호사 얘기는 이제 뉴스도 아닙니다.
곧 로스쿨 출신 변호사도 쏟아져 나오겠죠. 부모들이 옛날 변호사, 의사에 대한 인식과 현재 상황 간에 괴리를 정확히 봐야 합니다. 지금 좋아 보이는 직업이 나중에 덫이 될 수 있어요. 시대가 변하면 직업 시장에 빅뱅이 일어납니다. 십몇 년 전 방송 프로그램에서 만난 한 중견 탤런트가 아들을 프로골퍼로 키우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잘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당시는 프로골퍼란 직업이 잘 알려지지도 않던 시절이었어요.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늘고 골프가 대중화로 가면 골프선수는 유망한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 부모는 읽은 겁니다.”
사농공상을 잊어라
>> 요즘 매니저 엄마가 유행인데, 직업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겠군요?
“학부모들을 상대로 강연하다 보면, 준전문가 수준의 엄청난 질문이 쏟아집니다. 일부 대학생 부모는 직업 설명회나 박람회에 참여하고 정보를 수집해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수준입니다. 아마 머지않아 직업 시장에도 엄마들 치맛바람이 불 거예요. 대학 교수에게 아들딸 학점을 따지는 부모들이 출현하는 마당에, 일자리 신자유주의가 도래하면 엄마들이 취업 경쟁에 코칭스태프로 뛰게 될 겁니다.”
>>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개별적으로 커리어 디자인 컨설팅을 강화해야 합니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두 가지 조건에 맞는 직업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창조력이 작동하지 않는 직업은 택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또한 김연아, 신지애 선수처럼 근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 사농공상 귀천 의식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세계에는 13만6000가지 직업이 있어요. 그 어떤 것이라도 최고가 될 수 있는 것을 골라 그 분야에서 뿌리를 뽑겠다는 마음만 가지면 됩니다. 대학 갈 필요가 없다면, 과감히 가지 말아야죠.”
>> 앞으로 유망한 직업을 꼽아주신다면.
“현재 속에 미래가 존재하고, 미래는 곧 현재의 문제입니다. 그린비즈니스 관련, 지식산업, 문화콘텐트 분야는 대단히 시장이 커질 겁니다. 개인적으로 남성용 화장품 전문 연구원, 해양생물 연구원, 신재생 에너지 엔지니어, 의료 기초과학 분야, 인체통신 기술 엔지니어, 뇌과학자, 나노 및 휴먼 로봇 기술자, 맞춤형 신약개발 연구원이 좋아 보입니다.
크루즈선 실내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유망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1인 기업도 긍정적으로 봅니다. 청년 일자리 정책으로 1인 기업은 성공하기 힘들지만 사회생활을 통해 자기 브랜드와 노하우를 쌓은 사람들이 1인 기업 형태로 많이 독립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직업 주목하라 남성 화장품 연구원 …> 남성도 피부를 관리해야 하는 미학 추구형 세상이 된다 태양전지 기술 엔지니어 …> 유가 재상승 국면이 오면서 신재생 에너지 분야 각광받을 것 해양생물 전문연구원 …> 식량위기가 오면서 바다식품 관련 해양생물원 직업 수요 증가 인체통신 기술 엔지니어 …> 입는 컴퓨터 등 인체를 통한 통신 기술 전문가가 각광 의료과학자 …> 의학 치료에 과학이 접목되면서 환자 치료보다 연구하는 의사가 각광 줄기세포 연구원 …> 미국에서 상당히 우대할 것. 한국의 전략산업 중 하나로 성장 전망 나노 분야 엔지니어 …> 나노과학과 전자 정밀 기술 결합 산업 확대 휴먼로봇 연구원 …> 섬세한 감각 지닌 여학생들 진출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 맞춤형 신약 개발자 …> 질병에 맞춰 치유하는 신약 개발자 직업 수요가 획기적 증가 크루즈선 실내 디자이너 …> 호화 크루즈선 내부 디자이너 희소성 가질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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