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인과 섹스, 그리고 one drop rule
|
미국 역사를 보여주는 영어 중에 ‘miscegenation’이라는 단어가 있다. 영어의 모국인 잉글랜드에는 없다는 이 단어는, 백인과 흑인 사이의 섹스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전에는 잡혼(雜婚)으로 번역되어 있다.
일종의 비속어인 셈인데 미국이 독립하기 이전, 식민지시대에 농장 경영에 필요한 인력으로 아프리카 흑인노예를 취업시키면서 파생된 사회문제 때문에 급조한 단어로 알려져 있다.
이인종(異人種)을 인간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하면서 그 처벌 대상의 주제로 정한 것이 이 잡혼금지 규정이다.
대부분 농장주였던 백인 노예 소유자들이 성적 충동이 발생할 때마다 사유재산(私有財産)인 흑인 여성을 성희롱의 대상으로 삼았음에도 아무도 그 야수적 행동을 비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불법을 옹호하는 법률제정이 과감하게 입법화되어, 당시 아메리카 사회는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의 결혼을 엄격히 금지했다.
이인종 간의 결혼금지법이 완전히 폐지된 것이 1967년의 일인 것을 보면 이 인종차별은 상당한 기간 지속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사회에서는 흑인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여 있으면 피부색과 관계없이 흑인으로 취급, 인종차별을 감수해야만 했던 것이 당시의 풍토였다.
이런 차별을 ‘피 한 방울의 규칙(one drop rule)’이라는 약칭으로 불렀는데, 이 속에는 성적쾌락은 즐기되 혼혈아 탄생은 저지하겠다는 백인 남성 측의 갈등이 내포되어 있었다. 하지만 피임술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이런 요구조건은 충족될 수 없었다.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자, 의법처단(依法處斷)의 통치로서 제압할 수 없다고 느낀 백인 사회는 직접 처형하는 ‘린치(lynch)’라는 수단으로 흑백 혼혈을 방지하려고 했다. 그로 인해 백인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흑인 남성들을 색출해 가차없이 사형(私刑)을 가했다.
재판 없이 처형한다는 점에서 북한에서 상용하는 일종의 인민재판 같은 성격이었다. 초기에는 입법으로 제어하려던 혼혈 방지가 율법 위반자 수의 증가로 무력화되자 재판 없이 형벌을 가하는 린치는 성범죄 흑인을 응징하는 보편적 수단으로 차츰 굳어져 갔다. 젊은 남성이 발동하는 성욕을 참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백인 여성이 섹스 파트너로 흑인 남성을 노린 경우에도 백인 사회는 집단 히스테리 같은 상황에 빠져 불륜을 저지른 흑인 남성의 페니스를 잘라냈다.
그런데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이 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백인 남성들은 왜 신경과민이 되었는가? 우리로서는 궁금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정답은 도착(倒錯)된 섹스 콤플렉스다. 백인들은 흑인에 대해 문명화되지 않은, 하등한 미개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그들을 비하하고 있었다.
그런 인식의 이면에는 흑인 남성이 백인보다 야성적이고, 강한 섹스 에너지를 가졌다는 오해가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게다가 백인 여성이 흑인 남성과 정열적이면서 감미로운 섹스 체험을 통해 섹스 파트너로서 흑인 남성의 우수성을 확인하면 백인 남성을 기피하는 경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요즘 세계의 젊은이 집합장소에 건장한 흑인 남성이 이색적 섹스 체험을 겨냥하고 접근하는 동양여성을 상대로 생활비를 벌고 있는 현실이 바로 그런 흑인 섹스 우월주의에 근거한 것이다.
흑인 남성을 동물적이라고 깔보는 한편에서 성적 능력이란 측면에서 그들을 두려워한다는 딜레마가 여러 인종이 한데 섞여 사는 미국 사회에서 백인들 가슴에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생긴 것이 섹스에서의 인종차별, ‘one drop rule’의 법제화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이재명, '조봉암·DJ 사형선고' 언급…"이번엔 반드시 살 것"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오타니가 춤추며 환영했다' 김혜성 첫 선발 출전에 첫 안타·첫 득점·첫 타점, '다저스도 신났다'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재명 대선 지지율 49%…한덕수 36%·김문수 33%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DN솔루션즈 상장 철회는 시장 탓일까 과한 몸값 탓일까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트럼프 46% 베트남 관세 폭탄도 못 막는다'…삼일제약 CMO 초저가 공습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