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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콤은 여성감각을 일깨우는 도구죠”

“랑콤은 여성감각을 일깨우는 도구죠”

럭셔리 브랜드 랑콤(LANCOME)을 소유한 100년 역사의 글로벌 화장품 전문기업 로레알 그룹. 로레알 코리아의 클라우스 파스벤더 사장을 만나 한국 시장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1900년대 초반에 출범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장품 회사로는 로레알(L’Oreal), 엘리자베스 아덴(Elizabeth Arden), 헬레나 루빈스타인(Helena Rubinstein)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먼저 설립된 곳은 프랑스에 본사를 둔 로레알이다. 글로벌 화장품 전문 그룹으로 화장품 업계의 새 역사를 쌓아온 로레알 그룹은 올해로 창사 100주년을 맞는다.

100년의 시간! 한 기업이 이 같은 연륜을 쌓기까지 얼마나 많은 영욕이 있었을까. 창업주이자 화학자인 유젠 슈엘러(Eugene Schueller)는 1907년 최초로 염모제를 개발한 후 1909년 ‘프랑스의 안전한 염모제 회사’를 설립한다.

이것이 오늘날 전 세계 화장품 제국으로 우뚝 선 로레알 그룹의 시작이다. 혁신과 최고의 제품을 추구하며, 전 세계의 문화와 아름다움을 존중하는 기업이라는 명성을 유지해온 로레알의 창립 100년을 맞아 이 그룹의 럭셔리 브랜드 전략을 알아 보기 위해 로레알 코리아의 클라우스 파스벤더(Klaus Fassbender·46) 사장을 만났다.

로레알 코리아 사장이 독일인임을 미리 알고 갔기 때문에 클라우스 파스벤더 사장이 전형적인 독일인의 분위기를 띠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은 빗나갔다. 의외로 그는 코스모폴리탄이었으며 또한 프랑스인 스타일이 짙게 묻어났다. 프랑스와 독일 문화가 판이하다는 점에 비춰 볼 때 파스벤더 사장이 프랑스 기업의 고위 임원이 된 것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것도 자국인 독일의 사장이 아닌, 극동의 작은 나라의 사장이 어떻게 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파스벤더 사장은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가 딱 맞는 비교는 아닐지 몰라도 한국과 일본의 사이로 비유될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 말은 독일인인 그가 철학과 문화가 많이 다른 프랑스 기업의 해외 지사장, 그것도 사장이 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듯했다.


파스벤더 사장이 로레알 그룹에서 얼마나 노력했으며 능력을 인정 받았는지가 그의 말 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2004년 4월 한국에 부임한 그는 현재 1100여 명의 직원을 이끌고 있다.

백화점사업부, 시판사업부, 헤어살롱사업부, 병원약국사업부에 속한 14개 글로벌 브랜드의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로레알 그룹의 럭셔리 화장품 랑콤의 브랜드 포지션에 대해 그는 “우리 그룹의 여러 제품 브랜드 중에서 ‘The Best Essence’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밝혔다.

로레알 그룹의 23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중에서, 그리고 그들이 갖고 있는 백화점 사업부 내 10개의 글로벌 럭셔리 화장품 관련 제품 중에서 랑콤이 최고라고 망설임 없이 말하는 것이다.

올해로 70년의 역사를 가진 럭셔리 브랜드 화장품 랑콤을 로레알이 인수한 것은 64년이다. 로레알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랑콤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81년이다. 당시 한국화장품이 로레알과 기술 제휴를 해 국내에 처음으로 랑콤 브랜드 화장품을 출시했다.

해외 명품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한 게 90년대 중반 무렵이었으니 랑콤은 훨씬 앞서 국내에 들어온 셈이다. 93년 로레알이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후부터는 로레알 코리아에서 직접 사업을 챙기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명품 화장품 중 랑콤의 시장점유율을 묻자 그는 “톱 3 안에 든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 않았다(랑콤의 경쟁 제품은 샤넬, SKⅡ, 크리스천디올, 에스테 로더 등이다).

한국에서 랑콤의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이 높은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 고객들은 좋은 제품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매우 세련된 스타일(Sophisticated Style)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로레알의 여러 화장품 브랜드 중 랑콤은 특별히 최고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생산합니다. 까다로운 한국 고객들은 랑콤의 유효 성분과 기능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특별한 감각과 세련미는 랑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로레알은 화장품의 기초 재료에 들어 있는 피부 유효 성분과 기능성 제품을 개발한다. 사람의 DNA 분석, 인종별 피부의 특징 테스트 및 분석, 화장품에 사용할 화학 성분의 유해성과 기능성 분석 등을 통해 제품 개발을 하며 이런 일은 로레알 R&D센터에서 맡고 있다. 이런 업무를 수행하는 연구·개발(R&D) 인력이 무려 3000명이 넘는다고 파스벤더 사장은 강조한다.

“R&D를 위해 로레알은 전 세계에 18개소의 연구센터와 13개소의 품질평가센터를 운영하고 있죠. 한국에는 99년에 프랑스, 미국, 일본에 이어 넷째로 로레알 R&D 테스트센터가 설립됐습니다.” 로레알 그룹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높다. 로레알이 진출한 130여 개국 중 한국이 로레알의 10대 전략 국가로 선정됐다.

프랑스 본사 장-폴 아공(Jean-Paul Agon) CEO가 20차례 넘게 한국을 방문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파스벤더 사장은 한국 시장의 특별함을 부각시킨다. “한국인은 역동적이고, 혁신성이 강하며 아울러 세련된 신제품 선구매자(Early adopter) 층이 잘 형성돼 있습니다. 그래서 명품 중 특히 화장품은 한국 시장이 테스트 마케팅에 좋은 국가입니다. 한국은 신제품에 대한 반응도 매우 빠릅니다.”

한국인은 서구인에 비해 색조 화장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요소도 색조 화장품이 강한 랑콤에는 유리한 조건이다. 이에 대해 파스벤더 사장도 동의하면서도 한국에서는 스킨 케어 제품이 더 잘 팔린다고 한다. 랑콤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아름다움이다. 그 가치는 다음과 같은 슬로건에서 잘 나타나 있다.

‘아름다움은 외양 그 이상을 뜻합니다. 아름다움은 피부에 나타나는 감정이며 감각의 깨어남, 그리고 마음과 몸과 영혼의 결합을 의미합니다.’ 프랑스 여성들의 ‘잘 사는 법’에는 우아함, 매력, 대담한 스타일, 소프트한 색감, 세련됨, 단순함 등이 포함된다. 이런 프랑스 여성들의 내적 가치를 한국 여성들에게 어필한 것이 랑콤이 하이 브랜드 포지셔닝을 유지한 비결이라고 파스벤더 사장은 강조한다.

그가 추구하는 로레알 코리아의 경영 방침은 ‘Responsibility, Motivation, Communication, No Organization, No Process’ 등으로 집약된다. 그런데 어떻게 회사에 조직과 과정(업무 진행 및 보고와 결재)이 없는지 의아했다. “회사에 조직과 업무 진행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상하 관계가 아닌 개인의 역량과 팀워크 플레이를 중시한다는 것이죠. 저는 원활한 조직 문화를 위해 매일 한 사람씩 직원을 만나 티 타임 혹은 식사를 함께 합니다. 한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 시간은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죠.”


로레알 코리아 한국인 직원들에 대해서는 매우 열정적이며, 업무 속도가 빠르며, 완벽을 추구하며, 좋은 팀 워크를 갖는다며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로레알 코리아는 정부로부터 여성친화기업으로 표창도 받았다. 현재 전 직원의 80% 이상이 여성이다. 파스벤더 사장은 매주 토요일 아침 남산을 10km 정도 달린다.

오후에는 등산을 하고, 저녁에는 별미 식당을 찾아 식도락을 즐긴다. 그의 취미는 자동차 레이싱, 서울 평창동의 좋은 카페 들르기, 산행, 한국 영화 감상 등이며 한국 TV 드라마에도 심취해 있다. 그는 “내일 토요일 오전에 남해로 자동차 레이싱을 떠납니다”라고 말하며 싱글벙글 웃었다.

파스벤더 사장은 인터뷰 내내 유쾌하고 진지했다. 외국인과의 대화와 다문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그의 성격과 자질이 로레알 그룹의 첫 외국인 해외 지사장이 된 비결은 아닐까. 그가 독일어 외에도 4개 외국어(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덴마크어)에 능통하다는 것만 봐도 그의 남다른 능력이 느껴진다.

파스벤더 사장은 수입 화장품의 통관과 심의 기간이 너무 긴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이 과정이 보통 6개월 소요되므로 제품 출시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파스벤더 사장은 많은 직함을 갖고 있다. 서울시 명예시민이며 유럽상공회의소 화장품 분과위원장이기도 하다. 또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

는 인터뷰 말미에 70년 전통을 가진 랑콤을 소유한 화장품 그룹 로레알이 올해로 창사 100주년을 맞게 된 점을 꼭 강조해달라고 당부했다. 도움 준 곳 한불상공회의소 FK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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