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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환경정책이 미국경제의 미래다”

“좋은 환경정책이 미국경제의 미래다”


브라우너는 매일 1.6km를 걸어 출근한다.

요즘 캐럴 브라우너(53)의 처지는 10년 전보다 훨씬 낫다.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의 환경청(EPA) 수장이었을 때는 ‘미스터 환경’으로 불린 앨 고어 전 부통령의 가장 충직한 부하로 환경 운동의 선봉에 섰다.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워싱턴 DC의 백악관에 이르는 길)에 있는 집무실을 거점으로 재무부의 경제 관료들과 싸웠고(패배할 때가 많았다), 미국의 전력회사와 굴뚝 산업체들엔 ‘독약’ 같은 존재였다.

심지어 환경청 안에서도 브라우너는 “절대로 거역해서는 안 되는 상사”로 불렸다. 오늘날엔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려 애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환경·에너지정책 담당관(신설된 직책이다)이면서 적어도 그 분야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황후(皇后)’라 불리지만 주로 뒷선에서 관련 업무를 통합·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오바마는 환경 발전과 산업 재건을 결합한 친환경 경제 구축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 전망을 구현하려고 브라우너는 자신이 한때 언쟁을 했던 부서들(에너지부, 교통부, 환경청 등)을 하나의 지붕 아래로 규합하려 노력한다. 현재 브라우너의 힘은 주로 설득에서 나온다.

예컨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스티븐 추 에너지 장관과 그의 팀이 친환경 경제 구축에 필요한 과학·기술적 아이디어를 제공하도록 격려하는 일이다. 브라우너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들의 아이디어는 나보다 훨씬 뛰어나다. 내 역할은 그런 구상이 구체화될 때 시장성을 갖추는 방법을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내겐 독립적인 정책결정 권한이 없다. 과거에 환경청장으로서 규정에 의존해 일할 때와는 다르다.”브라우너는 지금도 상당히 저돌적인 모습이다. 백악관 옆의 집무실까지 1.6km 떨어진 곳에서 살지만 매일 걸어서 출근한다(옷은 세련되게 입는다). 하지만 업무상 다투지는 않는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오바마가 다툼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브라우너는 “내게 영향력이 있는지 여부를 생각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며 “지금 같은 업무 분위기에서 그런 짓을 하면 자멸한다. 대통령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라우너는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며 업무에 매우 열정적이다.

요즘의 그녀를 보면 봄철의 암사자가 떠오른다. 여유 있는 태도로 자신이 관장하는 영토의 경치를 음미하는 듯하다. 90년대에 대중의 관심 속으로 끌어들이려 투쟁했던 쟁점들이 이젠 중심 과제가 됐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 8년간 환경 문제가 상대적으로 외면됐던 터였다.

브라우너는 “부시 행정부에서 환경 문제가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제 지구온난화의 위험은 기정사실이 됐다. 온실가스 감축을 규정한 교토 의정서는 거의 사문화됐지만(부시가 일방적으로 거부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심지어 클린턴보다 훨씬 더 행동주의적인 자세로 다음 번 세계기후회의(올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다)에 참가할 계획이다.

브라우너는 “환경 문제에서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16년 전에는 전통적인 공해 문제 해결(물과 공기 정화, 혹은 유해 산업폐기물 처리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제는(미국의 산업을 새로운 시대로 진입시키는 데 필요한) 청정 에너지 개발에 훨씬 더 집중한다.”

클린턴은 친환경 문제에서 그럴 듯하게 말은 많이 했지만 업적은 별로 없었다. 한 가지 이유는 다루기 힘든 공화당 의회를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클린턴은 자신의 자부심이자 기쁨인 경제 번영이 친환경적 규제로 위축될까 걱정하기도 했다. 반면 오바마는 훌륭한 환경 정책이 미국 경제의 미래라는 생각을 신봉한다.

게다가 요즘 미국 경제는 자극제가 필요하다. 브라우너는 경제가 다시 도약할 만한 원천이 “녹색 일자리와 녹색 기술”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에 400억 달러 규모의 재생 에너지 관련 보조금과 대출 보증금 예산이 포함된 이유다.

애리조나주와 노스다코타주 등지에서 생산한 태양광·풍력 에너지를 다른 지역으로 운송하는 송전선을 설치하려고 110억 달러를 포함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오바마의 10개년 예산안에는 에너지 분야 연구와 실험에 영구적인 감세 혜택을 주려는 750억 달러도 편성돼 있다. 브라우너는 한때 사회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90년대 초 그녀를 비판했던 사람들 중 일부(예컨대 미국 최대 전력회사에 속하는 듀크 에너지의 CEO 짐 로저스)는 산업계와 타협하는 그녀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로저스는 “브라우너는 거친 여성이지만, 일각의 생각보다는 훨씬 더 실용주의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브라우너는 오바마 진영에서 붙여준 별명 ‘황후’를 당연히 농담으로 여긴다(그녀는 “그 별명의 유일한 문제점은 역사적으로 볼 때 황제가 없으면 황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황후는 황제 남편 덕분에 의미가 있을 뿐”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러나 자신의 조정관 역할은 진지하게 여긴다. 그녀는 자신이 정책을 좌우한다는 지적을 거부했다. 자신의 역할은 단순히 “모든 정부 기관이 전통적인 업무 영역을 초월해 협력하도록 조정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방정부 기관들마다 다른 정책을 내놓는 바람에 산업계와 주정부들이 혼란스러워 하지 않도록 단일한 연방 정책을 이끌어내야 할 뿐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자동차 관련 사항은 교통부가 규제하지만, 환경청도 1990년에 제정된 대기정화법 때문에 자동차를 규제한다. 그녀는 “자동차 회사들이 ‘이것은 환경청의 지시 사항이고, 저것은 교통부 명령이므로 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게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내각의 브라우너 동료들은 아직은 그녀의 좋은 측면만 얘기한다. 공화당원인 레이 라훗 교통부 장관은 “그녀에게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그녀가 주재한 회의에 벌써 여섯 번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업무상 인간관계의 폭이 무척 넓다. 매우 광범한 인맥을 지녔다.” 에너지 장관 추와 내무장관 켄 살라자르도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브라우너의 업무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추는 “그녀와 함께 일하게 돼서 기쁘다”며 “그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한 사무실에 모아 놓고 건설적인 논의를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물론 그런 논의에서 배제됐다며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업계 로비스트들은 오바마와 브라우너가 아직도 석유·가스·원자력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원을 경멸하고(청정 석탄은 예외적으로 오바마가 중시한다)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 에너지를 선호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사실 재생 에너지는 향후 수십 년간 미국의 에너지 부문에서 작은 몫을 차지할 뿐이다. 미 상공회의소의 케런 하버트는 “국내 석유·가스 자원의 개발을 촉진하려는 명시적인 정책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하버트는 오바마 행정부가 “승자와 패자를 선별하는 결과만을 내놓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간 부문과 개방적이고 솔직한 논의를 하길 원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에너지·환경 정책 집행의 최종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귀착될지 결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같은 민간 부문도 그런 논의에 늘 참석해야 한다.”

오하이오주 소재 아메리칸 일렉트릭 파워의 CEO 마이크 모리스 같은 사람들은 여전히 열린 마음으로 오바마의 환경 정책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그는 “90년대 이래 우리 모두가 성숙해졌다고 믿고 싶다”며 전력회사들도 대기정화법 같은 환경청의 규제가 “우려한 만큼 비용을 늘리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우리 회사는 10년 전 환경 규제법에 반대하는 운동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브라우너와 환경청이 이해해 주길 바란다.”

오바마의 환경 정책은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려고 전국적으로 실시할 계획인 ‘총량 규제 방식의 배출권 거래제(Cap and trade)’의 결과에 따라 그 평가가 좌우된다. 이 제도에 따르면, 배출량이 한도를 넘어서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의 ‘할당 배출권’을 경매를 통해 구입해야 한다.

그러나 인디애나주처럼 석탄 화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주의 국회의원들은 이의를 제기한다. 캘리포니아주처럼 배출량이 적은 주의 전력회사들에 배출권 구입비를 지불하게 되면 자기네 소비자의 전기료가 비싸지므로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정치적 폭풍우를 감지한 오바마는 최근 그들의 우려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시사했다.

브라우너는 과거에 이런 논쟁을 겪은 적이 있다. 클린턴 행정부가 열함량(熱含量)에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해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려 했을 때였다. 그 정책안은 민주당에 재앙을 불러 왔다. 1994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해 의회를 장악했다. 듀크 에너지의 로저스 회장은 브라우너와 오바마(그리고 민주당 의원들)가 그런 전철을 밟지 않고 타협책을 찾으려 노력하리라 본다.

“당시 환경청장인 브라우너는 교훈을 얻었다. 결국 우리는 18억 달러가 소요되는 듀크사의 공장 개조를 요구한 청정 석탄 계획을 강행하지 않기로 그녀와 타협했다.”(로저스는 환경청의 계획을 추진할 생각이 없었던 부시 행정부의 “이념가들” 때문에 그 타협 내용이 지난 8년간 지켜졌다고 덧붙였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브라우너는 배출권 거래제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하원의 주요 분과위원회를 이끄는 에드 마키 민주당 의원은 “환경 문제에서 그녀는 오바마 행정부의 중심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일부 비판자는 브라우너가 달라졌다는 말을 일축한다. 전직 환경청 관리였던 한 인사는 “그녀는 여전히 거칠다”고 투덜댔다.

그는 오바마 선거본부에 참여했던 많은 유능한 참모가 행정부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그들 중 일부는 브라우너나 리사 잭슨 환경청장에겐 없는 전문지식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브라우너와 측근들은 자신들이 이 일을 맡은 지 겨우 두 달밖에 안 됐다고 지적했다. 브라우너는 자신이 투사가 아닌 조정관이며 이제는 제휴의 중요성을 안다면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년의 투사에겐 새로운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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