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로레알 100년 역사 썼다”
“과학이 로레알 100년 역사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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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올해 6월 4일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삼성동 아셈타워에 위치한 로레알코리아에서는 올 초부터 100주년 맞이 준비를 했다.
직원들이 이용하는 사내 카페테리아는 가장 최근의 광고부터 지난 100년 동안 진행됐던 광고 포스터 등으로 장식돼 있었다. 이곳의 커피를 구매할 수 있는 500원짜리 스티커 쿠폰에도 ‘100주년’이라고 써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클라우스 파스벤더 로레알코리아 사장은 스티커를 에스프레소 컵에 붙이며 “컵에도 100주년을 새겨야 하는 것 아냐?”하면서 보란 듯 컵에도 스티커를 붙였다. 로레알 사내 각종 집기, 자료 등의 디테일한 부분에까지 100주년이 새겨져 있었다.
한국은 주요 테스트 마켓
그런데 정작 100주년을 축하하는 화려한 행사나 파티는 없었다. 로레알에서 100주년을 기념해 사회공헌활동을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사회공헌활동이 진행되며 한국에서는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커리어 재건 캠페인 ‘워킹맘, 두 번째 아름다운 선택’이 열린다.
파스벤더 사장은 “각국의 특성과 현안을 고려해 현지화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기로 한 결과 한국에서는 워킹맘에 주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로레알코리아는 로레알 100년 역사 중 다소 후반부인 1993년에 설립됐지만 그 중요성은 작지 않다.
로레알코리아는 로레알의 아시아 테스트 마켓 전초기지로서 2008년 현재 직원은 1100여 명이며 4개 유통채널에 14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도 로레알 R&D테스트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로레알코리아는 한국인만을 겨냥한 제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일례로 랑콤의 이드라젠 에센스는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선보이는 제품이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역수출되기도 한다. 천연 로열젤리를 주성분으로 한 랑콤의 ‘뉴트릭스 로얄’은 로레알코리아의 요청에 따라 한국인만을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랑콤 본사는 1936년 랑콤 최초의 재생크림 ‘뉴트릭스’를 발전시킨 제품을 2006년 뉴트릭스 로얄로 새롭게 출시했다.
랑콤 본사 입장에서 해외지사의 요청에 의해 개발한 최초의 스킨케어 라인이다. 2006년 전 세계 70여 개국 중 한국에만 단독 출시됐으나 한국에서 크게 성공하자 현재는 세계 각국에 역수출되어 판매되고 있다. 피부개선효과 및 촉감과 향까지 까다로운 한국인에 맞춰 개발된 제품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었다.
파스벤더 사장은 “한국에서 성공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한다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까다로운 한국 여성들을 연구하기 위해 로레알코리아가 하는 일 중 하나는 가정 방문이다. 파스벤더 사장도 예외는 아니다. 랜덤으로 뽑힌 고객의 집이나 지인의 집을 찾아가 화장품을 점검하고 왜 쓰는지, 어떻게 쓰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한국 여성들은 보통 12종의 화장품을 씁니다. 일단 독일, 프랑스 등과 비교했을 때 가짓수가 현저히 많습니다. 또 서양과 가장 다른 점은 화장품이 놓인 자리입니다. 한국인은 화장실이 아닌 화장대에 화장품을 올려놓죠.”
화장품을 화장대에 놓는 습관은 우리나라 욕실이 건식보다는 습식으로 형성되어 있어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이것도 한국 여성들이 스킨케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유럽 여성의 경우 토너(스킨)를 클린징의 일종으로 보고 닦아내듯 사용하지만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토너도 스킨케어의 한 단계로 수분이나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조사결과 랑콤의 많은 토너 제품에도 영양성분을 첨가하고 질감을 좀 더 촉촉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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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방문해 고객 연구
그 나라 화장품 점포와 미용실 수까지 세어가며 몇 년씩 시장조사를 한 후에야 가장 적합한 제품을 내놓는 이 같은 로레알의 현지화 전략이 로레알코리아의 ‘가정 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로레알코리아는 최근 유통채널이 다양화되는 환경에 맞춰 변화를 꾀하고 있다. 파스벤더 사장은 “최근 5년 내 한국 화장품 시장에 불어 닥친 가장 큰 변화는 유통채널 다변화”라고 꼽았다.
국내 화장품 시장의 유통채널이 다변화되면서 미샤 같은 브랜드숍이나 인터넷몰이 급성장했다. 고가 화장품 시장에서는 백화점이 최근 급성장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로레알코리아는 로레알파리와 메이블린 뉴욕 같은 대중적인 제품은 최근 부상하는 드럭스토어를 통해 유통시키고 비쉬 같은 약국 브랜드도 활성화할 전략이다.
한편 고가 화장품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화장품사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것에 대해선 어느 정도 위협을 느끼고 있을까? 파스벤더 사장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고가 화장품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레알의 경우 랑콤, 비오템 등 기존 브랜드의 꾸준한 성장세와 더불어 키엘, 슈에무라,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이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높은 사랑을 받으면서 백화점 입점 브랜드가 전반적으로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성장할 여지가 충분해 국내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가 동반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여성이 고가 제품이나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파스벤더 사장은 명료하게 대답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제품은 혁신적인 제품입니다. 혁신은 로레알이 100년을 이어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타사에서 좋은 제품이 나오게 돼 있습니다. 우리는 무조건 그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면 됩니다.”
“기본 DNA는 과학… 떡잎부터 다른 브랜드 인수, 덩치 키워” ‘랑콤’의 로레알 성공비결 화장품 기업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마케팅’이라 대답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로레알에서는 단연코 과학이 먼저라고 대답한다. 마케팅 사관학교라 불리는 로레알에서 나온 말치고는 의외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로레알은 창업주부터 과학자였다. 로레알의 역사는 소르본 대학 사업부서 화학전공자였던 유젠 슈엘레르(Eugene Schueller)가 세계 최초로 대중적인 머리카락 염색제(염모제)를 개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연간 매출 중 3.5%를 기술개발에 투자하며 지난 40년간 획득한 특허는 3만 개, 전 세계 16개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인력만 3000여 명이다. 1953년에는 현재의 ‘로레알’로 회사 이름을 바꾼 후 인수합병을 거듭하며 회사를 키워갔다. 1965년에는 로레알 최대 브랜드인 ‘랑콤’을 시작으로 그 후 비오템, 즈메이파리, 비쉬 등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합병해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가 될 수 있었다. 1996년 메이블린 뉴욕, 2000년 키엘, 2006년엔 보디숍까지 사들였다. 로레알은 다 자란 나무보다는 떡잎부터 다른 브랜드를 고르는 것이 특징이다. 이때도 제품 기술력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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