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밀광학 부품업체로 진화한다”
“종합 정밀광학 부품업체로 진화한다”
세코닉스 광기술연구소의 연구원. |
경기도 동두천 ㈜세코닉스 본사의 국기 게양대에 유니언잭이 태극기와 함께 걸렸다. 영국의 세계적인 휴대전화 카메라 모듈 생산업체인 S사의 구매담당자가 세코닉스 본사를 방문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세코닉스 측은 아직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며 영국 회사명을 익명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는 세계의 국기 20여 개를 보관 중”이라고 권혁대 공동대표가 말했다. 수출이 70%, 내수가 30%를 차지하는 세코닉스는 현재 전 세계 휴대전화 카메라용 렌즈 생산 부문 세계 2위권 업체다(2~5위까지의 순위가 수시로 바뀐다). 지난해 휴대전화용 렌즈 6500만 개를 생산해 세계시장 점유율은 약 10%에 이른다(국내시장 점유율은 약 20%).
휴대전화와 카메라의 절묘한 결합은 전자광학 전문업체인 세코닉스엔 호재다. 현재 삼성이 생산하는 휴대전화의 약 80%에 카메라가 장착된다. 국내에 월드컵 열풍이 불던 2002년 세코닉스는 프로젝션TV용 렌즈를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했다. 미국과 일본에 뒤이은 쾌거였다. 게다가 두 나라 업체보다 훨씬 싼 가격 덕분에 삼성·LG 등의 주문이 쇄도했다.
그러나 PDP, LCD TV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프로젝션TV 시장은 곧 시들고 말았다. “당시엔 휴대전화용 렌즈 부문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경쟁업체의 진입을 용인한 셈이 됐다”고 권 대표는 말했다. 사실 세코닉스는 2003년 초까지만 해도 삼성, LG, 팬택, 모토롤라 등에 휴대전화용 렌즈를 공급하는 유일한 업체였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에도 경쟁업체가 서너 개 생겼고, 외국의 경쟁업체로는 일본의 엔플러스, 간다치, 후지노니 등 세 군데 정도가 꼽힌다. 휴대전화용 카메라 렌즈 생산 부문에서 현재 세계 1위는 대만의 라간(Lagan)이다(노키아가 이 회사의 주거래처다). 성장동력은 결국 R&D에서 찾았다. 세코닉스의 지난해 R&D 투자는 매출액 대비 13~14%(40여억원)에 이른다.
대우증권의 김평진 애널리스트는 “IT업계의 매출액 대비 평균 R&D 투자 비율은 10%”라며 “세코닉스의 연구개발 투자비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R&D가 중요한 이유는 IT업종인 전자광학 분야도 결국 기술력의 싸움이 승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세코닉스는 1997년 국내 최초로 광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덕분에 2002년 국내 최초의 휴대전화용 플라스틱 렌즈 생산이 가능했다. 당시만 해도 렌즈 한 개당 단가가 3000원을 넘었지만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지금은 약 500원으로 낮췄다. 따라서 “한국 휴대전화의 세계적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고 20년 넘게 이 회사에서 일해 온 권 대표는 말했다.
사실 부품업체의 경쟁력은 완제품의 경쟁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국 휴대전화의 세계적인 경쟁력이 결국 한국 부품업체의 경쟁력도 키웠다. 세코닉스가 적어도 휴대전화용 렌즈 부문에선 전자광학 분야의 선두주자인 일본 업체와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온 이유도 결국 일본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중 삼성이나 LG만 한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과 LG가 계속 파이를 키우면 관련 부품업체의 파이도 함께 커진다”고 최상경 영업전무는 말했다. 그런 파이는 앞으로도 계속 커질 듯하다. 삼성·LG전자 등 세계적인 가전업체는 최근 친환경 조명으로 주목 받는 LED(발광 다이오드) 분야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그런데 LED는 조명으로 쓰일 경우 반드시 렌즈가 필요하다.
가령 고급 휴대전화에 내장된 카메라 플래시의 경우 LED 렌즈가 필수다. 그래야만 빛이 정해진 각도로 고르게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세코닉스는 현재 오스람(독일), 필립스(네덜란드), 모토롤라(미국), 소니 에릭슨(일본+스웨덴) 등 LED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외국 업체들에도 각종 LED 렌즈를 납품한다.
세코닉스 광기술연구소의 최순철 소장(전무)은 “특히 휴대전화 플래시용 LED 렌즈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플래시와 일반 조명, 자동차 전조등 외에 최첨단 프로젝터 분야도 최근 각광 받는다. 전에는 광원으로 큰 전구를 썼지만 휴대가 힘들어 이젠 갈수록 소형화·경량화되는 추세다.
LG나 삼성이 최근 출시한 프로젝터는 손바닥만 한 크기까지 나와 핸드백 속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져 갈수록 수요가 는다. 특히 최근엔 프로젝터가 내장된 휴대전화까지 시판 중이다(최대 50인치까지 화면이 재생된다). 권 대표는 “아직은 초창기 휴대전화 카메라처럼 판매가 미미하지만 LED 분야는 어마어마한 잠재성이 있다”며 “어쩌면 그 각각이 세코닉스의 전체 매출보다 더 커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요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사진이 하루에 수백 장 찍힌다. 따라서 프라이버시 침해가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그러나 자동차용 카메라는 예외일지 모른다. 세코닉스는 GM대우자동차의 윈스텀에 이어 토스카에도 후진기어를 넣었을 때 후방이 보이도록 하는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렌즈만이 아니다)을 납품하기 시작했다(금년 하반기부터는 현대 차종에도 공급 예정).
자동차용 카메라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사각지대를 볼 수 있게 하는 카메라 외에도 이미 무인주차 실험까지 성공했다. 주변상황을 인식해 핸들 각도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카메라 덕분이다. 특히 졸음운전으로 자동차가 차선을 이탈할 때 이를 카메라로 감시해 경보를 미리 울려줄 수도 있다(이미 오피러스에는 골목길에서 불시에 튀어나오는 아이들이 보이도록 전방 카메라가 부착돼 있다).
“앞으로 자동차의 ‘블랙박스’ 기능이 강화되려면 자동차 한 대에 카메라가 최대 8개까지 달리게 된다”고 대덕대학 자동차학부의 이호근 교수는 말했다. 모두 세코닉스에 희소식이다. 그만큼 투입되는 렌즈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선 주력 제품인 휴대전화 카메라용 렌즈의 수요가 갈수록 는다.
휴대전화 카메라가 고급화하면서 렌즈가 카메라 한 대당 많게는 8개까지 쓰이기 때문이다. 가령 500만 화소의 카메라가 내장됐을 경우 메인 카메라에 4개, 화상용 카메라에 2개, 플래시에 2개까지 쓰인다(여러 개를 겹쳐 쓰는 이유는 ‘색수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게다가 LED조명 시장과 자동차용 카메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괄목할 만한 매출증대가 예상된다.
김평진 애널리스트는 “회사의 장기투자 전망과 실적을 봐야겠지만 특히 자동차 안에 여러 대의 카메라가 설치되는 추세여서 세코닉스의 사업 전망은 매우 밝다”고 말했다. 세코닉스는 앞으로 비치해야 할 외국 국기의 수를 더 늘려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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