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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를 韓流 메카로 만들어요”

“충무로를 韓流 메카로 만들어요”

정동일 서울 중구청장과 배우 이덕화 씨가 ‘충무로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들은 각각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을 맡아 충무로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은 영화제를 기회로 충무로가 다시 한국 영화는 물론 한류의 메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중구청에 마련된 무대에 선 이덕화 씨(왼쪽)와 정동일 구청장.

정동일(55) 구청장에겐 여러 수식어가 따른다. 먼저 ‘CEO 출신’ 구청장이다. 1990년 명동의 한 구석에서 지금은 전국 500여 곳과 세계 7개국에 체인점을 둔 프랜차이즈 기업이 된 둘둘치킨을 창업했다. ‘노래하는 구청장’은 그의 또 다른 애칭이다.

정 구청장은 2007년 말 중구가 한국효도회로부터 전국 최초로 ‘효도특구’로 지정되자 효(孝)를 주제로 한 트로트 앨범을 선보인 것. 현직 구청장이 가수로 데뷔한 최초 사례다. 요즘 정 구청장에겐 CEO나 가수보다 더 자주 붙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충무로영화제 조직위원장’이다.

그는 “2006년 구청장에 취임하자마자 충무로를 다시 영화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충무로영화제는 정 구청장이 취임한 이듬해 출범해 8월 24일 제3회가 개막될 예정이다. 제1회 충무로영화제에선 초청작품 144편이 242회에 걸쳐 상영됐다. 평균 좌석 점유율 71%로 국내에서 개최되는 수많은 그저 그런 영화제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열린 영화제엔 총 40개국으로부터 173편을 초청해 298회에 걸쳐 상영했다. 1회 34회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98회의 매진을 기록할 만큼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좌석 점유율도 83.4%로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영화제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배우 이덕화(57)의 힘이 컸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그는 원로 배우부터 젊은 스타까지 모조리 충무로의 레드 카펫으로 불러 모았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영화제 홍보와 운영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결과였다. 제3회 집행위원장까지 맡은 그는 얼마 전 대상포진에 걸려 한 달 동안 고생을 했다.

드라마 출연에 영화제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겹친 결과였다. 6월 15일 서울 중구청에서 정 구청장과 함께 만난 그는 “이 정도면 나의 업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들이 충무로영화제에 대해 이처럼 애착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충무로는 영화인의 마음의 고향




올해 충무로영화제의 주제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입니다. 두 분이 보는 충무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은 무엇입니까.


정동일
어제의 충무로는 ‘꿈의 거리’였습니다. 팍팍하고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나 스크린의 삶을 만끽할 수 있는 동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충무로는 사람들에게 점점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구청장에 취임하자마자 겁도 없이 내세운 것이 충무로의 부활이었습니다.

컬처노믹스가 화두인 요즘, 콘텐트가 풍부한 충무로를 활용해야겠다고 여겼죠. 자본과 문화가 어우러진 영화제를 연다면 충무로가 다시 부활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1회와 2회에서 기반을 닦았다면 이젠 세계적인 영화제로 가는 도약의 단계입니다.


이덕화
제게 충무로의 어제는 세월의 추억이 서린 곳이죠. 아버지가 충무로에서 영화를 시작한 것이 1950년대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72년부터 배우 생활을 했습니다. 우리 부자가 충무로에서 보낸 세월을 합치면 반세기가 넘습니다. 충무로는 지금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입니다.

그런데 요즘 충무로를 보면 영화인 거리가 아니라 인쇄소 거리 같습니다. 저녁이 되면 불빛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래서 충무로영화제를 연다고 들었을 때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영화제의 성공으로 충무로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충무로를 제 자식 세대에선 마음껏 영화 판을 벌일 수 있는 자리로 남겨주고 싶습니다.




국내에 이미 영화제가 많은데 충무로영화제만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정동일
충무로영화제가 주목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고전 영화부터 동서양의 다양한 장르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앞으로 충무로영화제는 세계 문화 교류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국제영화제가 될 것입니다. 중구의 지역적 축제가 아닌 국민 모두가 세계인과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덕화
사람들은 영화제가 많은데 또 영화제를 만들었다고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전 대한민국이 영화제 공화국이 됐으면 좋겠어요. 모든 영화제의 취지는 똑같습니다. 좋은 영화를 가져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나아가 국가 위상을 높여주는 건 기본입니다. 충무로영화제는 여기에 ‘화합’이 추가됐습니다. 이해관계를 떠나 모든 영화인들이 즐기는 축제죠.


정동일
사실 저도 몇 년 전 영화를 제작해 본 경험이 있는 영화인입니다. 이덕화 씨를 알고 있었더라면 망하진 않았을 텐데요.(웃음)


이덕화
음반까지 내신 것을 보면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으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구청장님께서 영화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이런 영화제가 나올 수가 없었을 겁니다.



올해 영화제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정동일
그동안 영화제에서 소외됐던 액션 영화를 많이 선보일 겁니다. 영화 속 영화제로 대학생영화제도 준비했습니다. 젊은이다운 재기 발랄함과 실험성을 찾아 영화계에 활력소가 되고 젊은 영화인을 발굴하는 장이 될 것입니다. 무료 야외 상영도 준비했고, 야외에서 열리는 축제를 통해 시민 누구나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대한극장에서 명보아트홀을 잇는 거리를 영화인의 거리로 지정해 다양한 이벤트도 개최할 것입니다. 개막식에선 세계적인 게스트도 초청할 예정이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이덕화
올해 영화제는 한국 영화인들의 ‘재기’를 알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배우뿐만 아니라 스태프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늘릴 계획입니다.



충무로영화제의 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이덕화
이 부분은 CEO 출신인 구청장님이 대답해야겠습니다. 전 경제나 재테크는 몰라요. 30년 동안 방배동에 살면서 이사를 가본 적이 없습니다. 집이 오래돼서 집을 허물고 그 터에 새로 지었죠. 몇 십 년 전 산 땅도 가격이 똑같아요.(웃음)


정동일
처음 구청장에 취임했을 때도 행정에 경영을 접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예산을 집행할 때도 투자 대비 수익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죠. 충무로영화제는 직접적인 운영수익을 논하기보다는 미래 가치와 부가가치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난해만 해도 영화제가 주최한 다양한 행사에 300만 명 이상이 참여했습니다. 서울의 명소들과 관광벨트를 형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이덕화
한류의 경우 충무로는 쏙 빠졌어요. 외국인들은 명동과 청계천에 갔다가 동대문에서 티셔츠를 사 입지, 충무로엔 오질 않아요. 전 충무로가 세계 속에서 한국의 할리우드로 불릴 만큼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동일
영화제를 앞두고 다양한 부가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로 100대 중소기업과 100명의 영화배우를 연결시켜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업으로선 홍보 효과를 누릴 수도 있고, 배우들도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보람을 찾을 수 있겠지요. 이 일은 지금 배우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덕화 씨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덕화
요즘 배우들이 말을 잘 안 들어요.(웃음) 지난해 영화제에 참가한 배우들이 어찌나 고맙던지 결초보은이라는 말까지 썼어요. 제 꿈이라면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존경 받고 행복하게 사는 겁니다. 강수연 씨나 박중훈 씨가 대통령이 되는 게 바로 제 꿈입니다. 머리가 더 빠지고 대상포진으로 죽을 뻔 했지만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입니다.(웃음)



충무로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야




최근 한국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덕화
얼마 전 프랑스 칸에서 한국 영화가 각광을 받은 것이나 한국 영화인들이 해외로 활발히 진출하는 것을 보면서 이보다 더 뿌듯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박수를 쳐줘야 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모든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밥을 굶어가며 충무로에서 영화를 찍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젊은 영화인들이나 관객들 모두 지금의 성과엔 충무로라는 토대가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정동일
영화의 시작이 충무로였던 것처럼 영화제를 통해 충무로가 부활한다면 한류의 메카로도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충무로영화제가 어떻게 발전하면 좋겠습니까.


이덕화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0억 원을 들여 만든 한국 영화에 1000만 명이 왔지만 지금은 다시 위기라고 말합니다. 맥주 컵의 거품이 빠지듯 순식간에 사라진 거예요. 충무로영화제가 성공해서 떠나간 영화사와 프로덕션, 배우 사무실이 모두 충무로로 돌아와야 이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30만 명이 넘는 영화 종사자들이 거리에 북적거리는 세계적인 명소가 되면 좋겠습니다.


정동일
영화인들이 충무로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영화제 외에도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한류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한류 문화 센터도 건립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선 영화제를 단발성이 아니라 영원불변의 축제로 만들어야겠지요. 후대에도 좋은 영화, 좋은 환경, 좋은 문화가 어우러진 뜻 깊은 영화제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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