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프렌들리’ 진정성 있어야
'피플 프렌들리’ 진정성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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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한 발짝도 나아가는 게 없다. 벌써 한 해의 절반이 지났고 하반기가 시작됐는데, 우리 사회의 문제들은 좀처럼 해결되는 게 없다. 서로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일 뿐 소통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2009년 대한민국은 사방이 꽉 막힌 답답한 ‘답보(踏步)사회’다. 끝내 시한 내 개정에 실패한 비정규직보호법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기는커녕 내쫓는 법이 되고 말았다.
2년 근무하면 법이 정한 대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방출된다. 법 제정 때부터 예고된 문제를 정부와 정치권이 2년 동안 수수방관한 결과다. 막판에 벼락치기로 허겁지겁하던 정치권은 여전히 서로 네 탓 공방에 날 새는 줄 모른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을 기록한 내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도 답보사회의 극치를 이뤘다. 경영계는 올해보다 5.8% 낮춘 3770원, 노동계는 28.7% 높인 5150원을 들고 나왔다.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 삭감안을 제기한 경영계와 노동계 간 인상 폭 차이가 무려 34.5%포인트에 이르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심의 시한을 넘겨가며 13차례 회의를 거듭했으나 끝내 합의하지 못한 채 공익위원 측이 제시한 2.75%(4000원→4110원) 인상안을 표결 처리했다. 시급(時給)이 110원 오르지만 노동계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삭감이나 마찬가지라며 불만이다. 일주일에 40시간 일해 월 83만6000원 받는 근로자가 내년에는 85만8990원을 받게 된다지만, 여전히 비정규직의 대명사 ‘88만원 세대’의 88만원에 못 미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추정한 내년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는 256만6000명. 법대로야 이들 모두 최저임금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보다 1000원 적은 3000원씩 받고 일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찾은 지 닷새 만에 6·30 서민생활안정대책이 발표됐다.
신용이 낮은 근로자 및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확대 등 6개 분야 15개 과제에 2조946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금융·세제·주거·복지·의료·여성 등 분야가 방대하고 내용도 다양해 보이지만 재탕 삼탕 대책을 종합선물로 포장만 달리한 것들이 많다.
더구나 4대강 살리는 데 22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정부가 그 10분의 1도 되지 않는 2조원의 서민대책 재원은 미처 마련하지도 않은 상태다. 대통령은 갑자기 ‘중도 실용’을 강조하고, 정부는 서민 보호·중산층 육성 처방전을 시리즈로 낸다.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 서민생활안정대책을 따로 발표했고, 사교육비 경감방안도 나왔다.
정권출범 초기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를 외쳤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뒷전에 밀리는 ‘대기업 프렌들리’며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란 소리를 듣던 정부가 ‘피플 프렌들리’(people friendly)로 방향을 튼 모습이다.‘부자 정권’ 이미지를 벗고 낮은 국정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서민과 중산층 끌어안기가 일과성 이벤트나 말의 성찬에 머물러선 곤란하다.
실효성 없는 포퓰리즘적 시혜 정책은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대책은 필요하지만 졸속은 곤란하다. 국민은 시장에서 어묵과 떡볶이를 사먹는 대통령의 모습보다 준비된 정부 정책을 기대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민생활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강조한 ‘따뜻한 시장경제’는 MB정부의 피플 프렌들리 마인드가 진정성을 지닐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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