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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규제 카드 많아 추가 상승 힘들 듯

집값 규제 카드 많아 추가 상승 힘들 듯

올 상반기 부동산 시장의 최고 인기 상품은 단연 ‘강남 아파트’였다. 그러나 집값이 치솟기 시작하자 정부는 규제의 칼을 빼내 들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비롯해 시중 유동성 확대를 위해 노력하던 정부가 최근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주택 시장은 그 파급 효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남 집값 과연 어디로 가나?

불과 6개월 전인 지난해 말 강남. 과거 최고점 가격에서 많게는 40%가량씩 아파트값이 폭락해 급매물이 속출했다. 그러다 반년 만인 지난 상반기 사정이 180도로 뒤집혔다.

특히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들은 최대 투자처로 떠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실물경기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여전한 가운데에서도 연초 직후 나홀로 급등세를 연출하기 시작하더니 6월 이후 과거 역사적 고점 가격을 속속 돌파했다. 그러나 다시 반전의 국면. 그 실상은 무엇일까?



1. 강동구 가장 타격 커
- 전반적으로 숨고르기 장세 불가피


지난 7일부터 수도권에서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이 60% 이내에서 50% 이내로 줄어들었다. 강남권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현재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강남 3구의 경우 LTV가 40% 이내로 규제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따른 사실상의 변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발표가 있었던 6일 이후 강남권 주택 시장은 매수세가 주춤해지면서 규제 정책의 영향권에 드는 모습을 나타냈다. 강남구의 저층 재건축 단지인 개포주공1단지는 그간 하루가 다르게 치솟기만 하던 매매가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 7억1000만원까지 거래됐던 36㎡(11평형)는 7억원이 다시 무너지며 6억9000만원 선으로 내려갔다.

지난달 말 최고 10억2500만원에 거래된 49㎡(15평형)는 현재 10억원부터 매물이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강동구의 경우 이번 대출규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강동구 둔촌주공2단지 53㎡(16평형)는 6억3000만원 선으로 대출규제 강화 이후 1000만원가량 가격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6억8500만원에 거래됐던 18평형은 현재 6억8000만원 선이다. 하루 2건씩 꾸준히 이뤄지던 거래도 절반 수준 정도로 줄어들었다. 둔촌동 행운공인 관계자는 “7월 6일까지 계속 오르던 가격이 정부의 대출규제 발표 직후부터 주춤한 기색이 역력하다”며 “매수 열기가 사그라들고 매도자들은 반 보 정도씩 후퇴해 호가를 조금씩 내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가장 오름폭이 컸던 데다 다른 강남 3구와 달리 대출규제의 직격탄을 맞게 됨에 따라 강동구는 소폭의 조정 장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가격은 보합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매수세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매물 가격은 112㎡(34평형)의 경우 현재 12억8000만~12억9000만원 선, 115㎡는 14억2000만원 선에 나오고 있으며, 119㎡는 15억4000만~15억5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 일대 부동산 중개사는 “금주에도 2~3건 거래는 됐지만 매수 움직임이 다소 주춤해진 양상”이라며 “대출규제보다는 단기간 급등한 가격 부담에 더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 당분간 소강상태 속 약보합 예상
- 반 년 남짓한 사이 지난 2년여간의 하락 조정폭 회복



연초 대비 강남권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 -단위:%
이처럼 강남권이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영향권에 든 것은 이번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올 하반기 이후 정부의 본격적인 정책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LTV 규제와 같은 대출규제 강화 정책은 아파트 가격에 상관없이 대출 금액이 축소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주택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향후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추가 대출규제가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전반적인 수요 위축과 주택 거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단기간 급등한 가격에 대한 부담도 수요 위축을 이끄는 중요한 요인이다. 너무 크게 오른 가격 때문에 가격 메리트도 상당히 줄어든 것이 사실인 데다 실물경기보다 선행해 움직인 탓에 향후 경기 불안의 리스크도 잠재된 악재로 안고 있다. 이미 과거 최고점 가격까지 돌파해 역대 최고 가격을 형성하면서 ‘버블’ 논란 속에 거품 붕괴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수자들은 매입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구조에 처해 있다.

지난해 말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불과 반 년 남짓한 사이에 지난 2년여간의 하락 조정폭을 일시에 모두 회복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수익성이 줄어들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간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가격에 대거 선반영된 상태인 데다 강남권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같은 추가 규제완화는 거의 힘들어졌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정책적인 기대감을 갖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 강남권의 경우 실물경기보다 선행해서 미리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하반기 실물경기 회복이 본격화하더라도 급격한 오름세가 나타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본격 휴가철에 접어드는 7~8월에는 주택 시장도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약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3. 급등도 급락도 없을 듯
- 수익성 신중히 따져 투자해야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 방침으로 올 하반기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추진이 급물살을 타게 되면 수요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간 걸림돌로 지적됐던 사업성이 크게 개선되는 점도 호재다. 특히 강남권이 다른 지역들에 비해 ‘투자재’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는 점은 언제든 시장이 회복될 때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는다.

그중에서도 재건축 아파트는 향후 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미래가치가 선반영되는 상품인 만큼 풍부한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 최근 저금리 기조 속에 시중 유동성 장세에서 큰 폭의 상승세를 연출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의 추가 규제 카드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여력은 다소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대출규제는 수요자들에게 심리적으로 압박을 주기 때문에 비수기가 겹친 현재로선 약보합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고 지난해 저점과 같은 급락세가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사정이 급한 매도자들이 내놓은 급매물은 대부분 소화된 상태다.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내리지 않고 있어서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더구나 집값과 반비례 관계인 금리가 여전히 낮은 상태여서 급락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결국, 당분간 소강상태를 거치고 이후 향방은 하반기 실물경기 회복 속도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여러 상황을 감안했을 때 투자 목적으로 강남에 입성하려는 수요자라면, 초기 매입 비용과 투자 기간 등 기회비용을 철저히 따지고 투자에 나서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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