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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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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앞에서는 결코 사회를 볼 수 없다


‘시카고 거리에서 본 약동하는 삶에 비하면 세미나에서 이뤄지는 논의는 어쩐지 차가운 거리감이 느껴졌고 추상적이고 생기 없어 보였다. 연구자들 대부분이 자기가 연구하고 있는 대상인, 살아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는 점에 특히 내 호기심이 꿈틀거렸다’.

연구실 안에서의 사회학에 반기를 든 젊은 사회학자는 그렇게 최하층 빈민가로 들어갔다. 살아있는 사회학을 위해서다. 『괴짜경제학』에도 소개됐던 수디르 벤카테시. 그는 시카고 공영주택단지에서 10년간 마약 판매 갱단과 생활한다.

이 책의 원제는 ‘Gang Leader for a day’다. 저자는 마약 판매 조직 ‘블랙킹스’ 분파들과 어울렸다. 갱단의 두목은 마약 거래뿐 아니라 강탈, 도박, 매춘, 장물 매매 그리고 수많은 검은 사업으로 돈을 벌었다. 무법 자본주의는 맹렬히 가동됐다. 갱단은 주민 대상으로 스포츠 대회와 축제를 열기도 했다.

시카고 경찰 이상으로 치안을 유지했고, 주민을 통제했다. 또한 갱단과 밀착관계를 맺고 있는 주민 대표, 경찰의 은밀한 관계를 탐사했다. 이렇게 그는 사회 안전망과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움직이는 지하경제를 밀착 조사했고, 사회가 방치한 빈곤의 진짜 얼굴을 들여다봤다(후에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정평 난 사회학자들의 다양한 방편들이, 지금 내가 목격하고 있는 고통을 예방하는 데는 전혀 무력하다는 사실에 점점 화가 치밀었다. 동료 사회학자들이 주택, 교육, 고용을 위해 개발하고 있는 추상적인 사회정책들은 가난한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저자를 빈민가로 들어가게 했던 호기심은 사실로 드러났다. 왜 가난은 되물림되는가? 부랑자는 왜 거리를 떠도는가? 정부의 복지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저자는 통계를 가지고 이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데 방점을 찍는다. 이 오래된 질문의 답은 현장에 있었다. 거리에 있었다.

이 책. 사실은 우리가 늘 듣고 또 듣던 얘기와 같은 맥락을 말하고 있다. 똑똑한 복지 관료들이 온갖 통계와 상상력을 동원해 그럴듯하게 내놓는 탁상행정이 바로 연구실에 틀어박혀 통계를 만지작거리는 사회학자와 무엇이 다른가? 컴퓨터 앞에서는 결코 사회를 제대로 볼 수 없다.

김태윤 기자·pin21@joongang.co.kr



경제위기, 아직 안 끝났다


제목이 불안하다. 아직 경제위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집값이 올라도, 증시와 소비가 살아나도 아직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얘기다.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은 한국경제 그 자체는 물론 정부정책에 대해 시니컬한 태도를 유지한다.

한국경제의 위기 상황의 근거는 세계경제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의 경제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고 본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한국경제만 좋아질 수 있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4% 전후로 예측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이면 정부가 뭔가 해야 한다. 하지만 평가가 좋지 않다. 가장 먼저 녹색뉴딜에 부정적이다.

50조원 규모의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녹색뉴딜 사업의 문제는? 무엇보다 급조했다는 사실을 꼽는다. “2008년 11월 현재 실업자 수는 75만 명인데 녹색뉴딜 사업으로 96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은 완전고용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비판한다. 김 소장이 진보라서 보수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DJ정부나 참여정부 모두에 대해 비판적이기는 마찬가지다. “DJ정부부터 10년 넘게 엉터리 정책을 수도 없이 봤다”는 그의 비판은, 심하긴 해도 생각해 볼 여지는 준다.

이재광 경제전문기자·imi@joongang.co.kr
여행은 내 안의 봄 꽃을 피워내는 것
... 이 책을 말한다

사람은 모든 것에 익숙해진다. 익숙해질 때 심장 박동은 느려진다. 그럴 때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저편 어딘가에서는 숨결 하나마저 새롭다. 어슬렁거리며 자아를 돌아본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 잠은 쉬 오지 않는다. 혼자라도 좋고, 누구라도 좋다. 작가들이 그런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편지를 썼다. 시인 이경은 어머니에게, 소설가 김다은은 K에게, 박범신은 카트만두에서 김형에게 펜을 들었다. 시인 박형준은 대상을 찾지 못해 ‘한적함’에게 썼다.

“나는 이 한적함이 사랑스럽고 그런 한적함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지 모릅니다. 편하고 밍밍하기 짝이 없지만, 편지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되어야 합니다. 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틀린 말을 하는가 보라, 여행은 안 돌아오는 것이다.”

소설가 권지예는 히말라야에서 ‘생은 어디에나 있었다’고 썼다. 그리고 실의에 찬 K에게 떠나라고 권한다. “진정한 여행이란 인생의 새봄을 맞이하는 것, 내 안의 봄 꽃을 피워내는 것 아닐까?”

어떤 이는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욕망에서 멀어지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어떤 이는 사는 것이 지리멸렬해, 또 다른 이는 비우고 또 비워 삶이 가벼워지기를 바라며 일상을 잠시 접었다. 케냐 마사이마라 초원에서 소설가 해이수는 술에 취해 초원이 바다 같다고 썼다.

동시대 작가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떠난 여행지에서 우리에게 보낸 그들의 생각, 감정, 성찰, 추억(보너스로 문체까지)을 접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작가 25인이 관광을 갔다면 편지는 쓰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이기에 오감이 꿈틀대고, 철학적 정신이 작동한 것이리라. 여행은 참 좋다.

김태윤 기자·pin21@joongang.co.kr



탐욕의 종말 세계 금융위기의 본질을 파헤치다

이번 금융위기를 다룬 책들의 제목은 거기서 거기다. ‘탐욕’은 가장 애용된 단어 중 하나다. 저자 역시 금융위기의 본질을 탐욕에서 찾는다. 방송 저널리스트답게 다큐멘터리 식으로 위기상황을 쉽게 전개한 점이 눈에 띈다. 원제를 알면 책의 이해가 쉽다. ‘멜트다운(Meltdown)’이다. 원자로의 냉각장치가 정지돼 내부의 열이 이상 상승하면서 원자로 보호용기가 녹아버리는 것을 뜻한다.

■ 폴 메이슨 지음, 김병순 옮김
■ 한겨레출판 02-6383-1614 / 1만3000원



숫자로 경영하라 국내 기업 사례로 본 회계와 경영

강의와 연구 모두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의 신저다. 이 책은 회계 정보를 어떻게 경영 의사결정에 활용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준다. 흔한 외국 사례가 아니라, 저자가 직접 자료를 탐색한 국내 기업의 최근 사례가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다른 저작들과 차이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두산인프라코어, 동아제약 사례가 나오는데, CEO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최종학 지음
■ 원앤원북스 02-2234-7117 / 1만7000원



신성한 소 죽이기 성공이 또 성공을 낳을까?

책 장사 절반이 제목이라면, 일단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내용까지 좋으면 금상첨화다. 그런 책이다. 저자는 인도에서 신성시되는 소처럼 비즈니스에서 무조건 받아들여지는 원리나 고정관념을 ‘신성한 소(sacred cow)’라고 표현했다. 현대자동차에는 불편한 얘기가 거론된다. 인도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는 독보적인 현대차가, 엑센트와 상트로(아토스)의 성공 이후, 왜 테레칸은 실패했는지 보여준다.

■ 데이비드 번스타인 외 지음, 이은주 옮김
■ 한스미디어 02-333-0062 / 1만3000원



보험세일즈의 비밀 보험왕의 살아 있는 노하우

보험 세일즈와 관련된 책은 웬만하면 기본은 팔린다는 게 출판계 얘기다. 하기야 보험설계사들이 세일즈 노하우와 비밀을 공개했다는 책을 지나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1주일에 적어도 3건 이상의 계약을 무려 400주나 달성했다는 보험의 달인이 썼다. 미사여구를 남발하면서 잘난 체하는 책이 아니란 점, 구체적인 방법론을 친절하게 설명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 최헌 지음
■ 씨앗을뿌리는사람 02-511-3495 / 1만3500원



WHO : 내 안의 100명의 힘 휴대전화 인명록이 모두 당신의 지원군인가?


한 취업포털 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직장인은 1인당 평균 82명의 인맥을 갖고 있다고 한다. 40대 이상은 평균 136명이란다. 정말? 당장 빈 종이에 당신의 인맥을 적어보라. 평균에 도달했나? 가볍게 평균을 넘겼나? 아니면, 한참 모자라는가? 마지막 질문에 손을 들었다면, 당장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라. 나를 지원하는 100명의 지원군을 만드는 노하우가 공개된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들이 모두 지원군은 아니다.

■ 밥 보딘 지음, 김명철 조혜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02-3670-1145 / 1만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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