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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철’폐차 하고 공기업 혁신의 모델 되다

‘파업철’폐차 하고 공기업 혁신의 모델 되다

민간 기업에서 날고 기던 전문경영인도 공기업의 철옹성 안에서는 기를 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김상돈 사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메트로 본사 2층의 종합관제소에서 지하철 운행 상황을 살피고 있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 공기업 서울메트로는 1974년 8월 15일 1호선을 개통해 ‘지하철 시대’를 연 주역이다.

세계 37번째로 지하철을 개통했지만 하루 450만 명을 실어 나르며 도쿄, 모스크바, 뉴욕에 이어 세계 4위의 수송 인원을 자랑하고 있다. 김상돈(59) 사장이 2007년 1월 이 회사에 부임했을 때 대부분 그를 출세한 공무원 정도로 여겼다.

특히 김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경영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진단 작업을 시작하자 ‘그러다 제 풀에 꺾이겠지’라는 냉소적 시각이 많았다. 민간 기업에서 날고 기던 전문경영인도 공기업만 오면 날개가 꺾이는 게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노조의 힘에 밀려 적당히 타협하거나 정치 논리에 휘말려 개혁이 좌초되는 일을 얼마나 많아 봐 왔는가. 행정고시(22회) 출신으로 청와대, 국무총리실, 서울시 등을 두루 거친 김 사장은 특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서울시 고위 공무원이면 다들 꺼리는 교통국장을 다섯 번이나 역임한 교통 전문가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당시 완성한 시내버스 교통체계 개편의 밑그림을 97년에 그린 주인공이다. 그런 김 사장도 부임 당시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고객 개념이 희박했고 공기업 특유의 비효율에 기술력이나 전문성도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노사 관계는 정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김 사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창의혁신의 방향과 조직 통폐합, 성과에 따른 인사 시스템 구축, 기술 개발과 사업 다각화 등 78개의 혁신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혁신의 목표는 ‘민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공기업으로 변신’과 ‘2010년 고객만족도 1위’였다. 조직에 메스를 들이대자 노조가 반발했다. 노조는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두 차례나 파업을 선언했다. 노사 관계를 바로잡고 정치 논리에 휘말리지 않으면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한 그는 무엇보다 법과 원칙을 엄중하고 일관성 있게 적용했다.

노조와 경영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하려고 노력하되 해고자 복직이나 징계 철회 요구 등은 절대 들어주지 않았다. 그는 “편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자 노조도 달라져 흥정이 아니라 정당한 협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노사 관계는 예전과 확 달라졌다. 지난해 11월 노사가 시민을 위한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고 경영혁신에 힘을 모으기로 협약을 맺었다.

지난 2월에는 노겭?정이 함께 평화 선언을 하고 경제 위기 극복에 동참하기로 했다. 노조원 비율도 김 사장이 취임하던 2007년 94.2%에서 현재 90.4%로 줄었다. 전체 인력의 11% 수준인 1134명의 정원을 감축(현재 684명 퇴사)한 김 사장은 민간 계약직을 대거 고용해 전문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환경 관리, 고객 서비스, 기술과 신사업 개발 등의 부문에 민간 전문 인력 280명을 보강했다. 유실물센터 운영, 구내 운전, 전동차 경정비, 건축시설과 통신설비 유지보수 등 단순 반복 업무는 모두 민간에 맡겼다. 이를 통해 연간 200억 원 가까운 비용을 줄였다. 승객이 늘어날수록 적자가 쌓이는 이상한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 다각화도 꾀하고 있다.

현재 승객 1인당 수송 원가는 1008원인데 수입은 845원이다. 한 명 탈 때마다 163원의 적자가 나는데도 공기업이라 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군자차량기지 골프 연습장, 사당역 부근의 쇼핑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또 35년 지하철 운영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예컨대 지하철 건설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하노이 지하철 5호선 운영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를 개혁 목표로 내걸기 전인 2007년 말부터 이미 혁신 성과를 낸 서울메트로는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난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5회 메트로레일 국제회의’에서 도시철도 수송 효율화 부문 최우수 도시철도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지식경제부로부터는 서비스품질우수기업 인증을 받았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깔끔하게 매듭지으려고 합니다. 78개 혁신 프로그램 가운데 55개를 완성했습니다. 내년 초 3년 임기가 끝나는데 그 후에는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합니다. 내년 말까지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숫자로 본 서울메트로


35년 올해 35주년을 맞은 서울메트로는 세계에서 37번째로 개통했지만 현재 도쿄, 모스크바, 뉴욕에 이어 세계 4위의 수송 인원을 자랑한다.



300억 명 2007년 5월 현재 서울메트로의 누적 승객 수가 300억 명을 넘어섰다. 지구촌 모든 사람이 평균 5회 메트로 지하철을 탄 셈이다. 현재 하루 이용객 수는 450만 명.



5억 km 서울 지하철 개통 후 33년 10개월
만인 2008년 6월 기록한 운행 거리. 지구와 태양을 두 번 반 왕복한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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