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 혼례 올리고 한옥에 살죠”
![]() ![]() 미국에서 이미 결혼했지만 올슨 부부는 6월에 남산‘한옥의 집’에서 다시 전통 혼례를 올렸다. |
198cm의 키에 미식축구 장학생 출신다운 체구. 커트 올슨 ING생명 사장은 한눈에 보기에도 전형적인 미국 사람이다. 미국 미네소타주 출신인 그는 1977년 ING에 입사해 지난해까지 30년 넘게 ING에서만 일했다. 지난해 6월 ING생명으로 오기 전까지 그가 한국에 대해 아는 거라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TV 드라마 <매시> 가 전부였다.
첫 외국 생활이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여느 미국인처럼 영어밖에 할 줄 모르던 그는 영어 간판도, 영어를 쓰는 점원도 없는 것에 당황했다. 하지만 다행히 서울은 이방인에게 친절한 도시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옥을 접했다.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옥 레스토랑에 갔다가 그 정취에 매료된 것.
그는 편안한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아파트를 마다하고 한옥을 수소문했다. 그래서 빌리게 된 집이 지난해 8월부터 살고 있는 성북동 한옥이다. 한옥 이야기가 나오자 커트 올슨 사장은 “이사한 첫날부터 정말 고향 같았다”며 연신 자랑을 늘어놓는다.
“겉은 한옥이지만 부엌 등 안은 수리해서 현대식이에요. 문도 내 키에 맞게 돼 있어 쭈그릴 필요가 없죠. 미국에서 가져온 침대, 소파와 한국 전통 스타일의 책장, 서랍장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몰라요.” 그가 좋아하는 건 한국 전통문화뿐만이 아니다. 따뜻함과 열정이 있는 한국의 조직 문화도 최고로 꼽는다.
“일단 목표가 주어지면 한국 직원들은 ‘빨리빨리’ 매우 열심히 해요. 미국에선 6개월쯤 걸릴 일을 한국에선 2달 만에 해서 깜짝 놀라곤 하죠. 한국 사람들은 상당히 목표 지향적인 것 같아요.” ‘ING 가족’이라고 서로 일컫는 ING생명의 가족적인 분위기에도 만족한다.
올슨 사장에 따르면 가족적인 문화는 네델란드계 회사인 ING 특유의 기업 문화이기도 하다. ‘퇴근하면 끝’인 다른 미국 기업과 달리 업무가 끝나고 나서도 직장 동료와 친밀하게 어울리는 게 ING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장 임기는 3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ING생명에서 더 오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ING생명의 가족주의는 영업에서도 나타난다. ING생명은 올 3월부터 비자발적으로 실직한 고객이 계약 1년 이내에 보험을 중도해지 하면 납입한 보험료를 전액 돌려주는 ‘고객희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보통 가입 뒤 1년 안에 종신보험을 해약하면 많아야 보험료 20% 정도만 돌려받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올슨 사장은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사회에 기여·환원하는 마음이 따뜻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을 ‘오렌지 데이’로 정하고 어린이를 위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철학에 기반한 것이다. 올슨 사장은 오렌지 데이 행사에 항상 참여한다.
부창부수일까. 한국에서 지낸 지 얼마 안 된 그의 부인 아일린도 한국 문화와 한국 사람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다. 한국에서 살게 된 소감을 묻자 “나로선 참 행운”이라는 답이 바로 돌아온다. 4년 전 미국 뉴욕 ING에서 직장 동료로 만난 두 사람은 올슨 사장이 한국에 오기 직전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매일 인터넷 전화를 하고, 아일린이 몇 차례 한국에 다녀가기도 했다. 서울타워, 청계천, 노량진 수산시장 등에서 데이트를 하며 본 서울은 그에게 참 아름다운 도시였다. 특히 서울의 골목길을 인상적인 곳으로 꼽았다. 아일린은 한국 전통혼례를 하자는 올슨 사장의 전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매시>
![]() ![]() 올슨 부부는 서울 성북동 한옥에서 살고 있다. |
애초 미국 마이애미에서 결혼식을 하고 한국에선 파티만 열려고 했던 그는 미국과 한국에서 두 번 결혼식을 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결혼식을 위해 한복을 새로 맞췄다. 올슨 사장은 “몸이 너무 커서 치수를 재던 한복집 사람들이 다들 놀랐다. 옷감이 많이 든다고 가격을 올려 받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결혼식은 햇살이 ‘쨍’ 했던 6월 마지막 토요일 남산 ‘한옥의집’에서 올렸다. 연지곤지를 찍은 신부는 혼례식 내내 다소곳한 자태였고, 신랑은 연신 땀을 훔치면서도 절도 있는 몸가짐을 보였다. ‘오렌지 데이’에서 올슨 사장과 만났던 공부방 어린이들이 축하 연주를 했다.
하객으로 참석한 ING생명 직원과 미국인 친구들은 새로운 부부의 탄생을 축복해줬다. 아일린은 “평생 서로만 바라본다는 의미가 담긴 기러기를 건네주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곧 미국에 있는 아일린의 아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키울 계획이다.
외국인을 위한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한국 사정을 감안하면 다소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하지만 아일린은 “애들 키우기야 원래 어디에서든 어려운 법”이라며 낙천적이다. 부부는 앞으로 한국 문화와 역사, 그리고 한국어를 함께 배우겠다고 했다. 올슨 사장은 “지금은 인사말과 꼭 필요한 말인 ‘맥주’, ‘소주’ 그리고 ‘사랑해’만 할 줄 아는데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커트 올슨 사장은… 1954년 미국 출생, 콜로라도 웨스턴 주립대(경영 회계학), ING Employee Benefits 지역총괄 본부장·영업 부사장·영업&CRM 총괄 부사장·사장, 현 ING생명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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