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 아닌 ‘윈-윈’ 노리는 상생 동반자
‘갑-을’ 아닌 ‘윈-윈’ 노리는 상생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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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품업체의 수직계열화가 필요하고, 부품업체의 경쟁력이 결국 자동차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국가 경제의 중추를 이루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부품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다는 점이다. 세계 시장에서 독일, 일본, 미국의 자동차 회사와 경쟁해야 하는 이들 협력업체의 규모는 아직까지 대부분 구멍가게 수준이다.
특히 중소협력업체들은 이번 금융위기처럼 경제위기가 닥치면 생사를 넘나드는 경우가 많다. 생산량이 줄어들고, 자금난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납품해 사업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금융환경이 나빠지면 특히 타격이 심하다.
지난해 말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로 많은 중소기업이 자금난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가 중소협력업체에 거래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중소협력업체와의 거래대금을 금액에 상관없이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는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을 자동차부품업계 최초로 실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현대모비스는 1000만원 미만(주간 단위)의 거래대금은 현금으로 지급해 왔지만, 그 이상의 경우에는 전자어음으로 결제해 왔다.
협력업체 일부 생산관리비까지 지원
이번 조치로 현대모비스와 거래하는 1000여 개 중소협력업체는 앞으로 거래대금을 금액에 상관없이 모두 현금으로 받게 된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이 정책을 시행하면서 협력사들에 2차 협력사에도 가급적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해줄 것을 요청하고, 협력사들도 이 요청에 호응하면서 현금지급 혜택이 수천여 개의 2,3차 협력업체들까지 파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모비스 구매본부장인 정남기 부사장은 “협력업체와의 신뢰를 강화하고 경영활동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거래대금 지급시스템을 대폭 개선한 것”이라면서 “이 정책 도입으로 연간 2조4000억원 규모의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지만, 협력업체의 경영개선이 상생협력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서로의 경쟁력이 모두 높아지는 윈-윈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의 중소협력업체 중 한 곳인 한국베랄(주)의 김용길 대표도 “사실 요즘과 같은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 원청업체가 안정적인 경영으로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면서 “이번 현금지급 정책이 회사의 자금운용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앞으로 현대모비스와의 동반 발전을 위해 우리도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자동차 부품회사 사장은 “이번 조치가 2,3차 협력업체까지 파급될 경우 기술력 있고, 품질이 좋은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거래조건이 좋은 현대, 기아 쪽에 납품하기 위해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조치로 현대모비스는 좀 더 우수한 부품업체들과 거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 셈이다.
지난해 말 현대모비스가 협력사 사장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
기술혁신에 역량 집중
현대모비스는 또 중소업체와의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한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단산 차종에 적용되는 소량·소액의 보수용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생산 및 관리여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지원책도 새롭게 마련했다. 협력업체가 소량의 품목을 생산해 공급할 경우, 단순 개별 원가 기준이 아닌 적정 양산수량을 고려한 일정비율의 생산관리비까지 추가로 지원해 주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현대모비스는 부품 공용화를 적극 추진해 협력업체들이 관리해야 하는 부품 수를 대폭 축소시키는 한편, 연식이 오래된 차종의 보수용 부품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향후 수요 예측량만큼을 일괄적으로 대량 구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관련 협력업체들의 생산 관리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최근 자동차의 차령이 급격히 증가하고(5.4년/2000년 → 7.4년/2007년), 신차 출시로 인한 단산 주기가 빨라짐에 따라 전문가들은 보수용 부품의 품목도 크게 증가(180만 품목/2009년 → 350만 품목/2015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부품구매실의 조병덕 상무는 “이에 따라 생산설비가 증가하는 협력업체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왔다”면서 “이번에 이들 협력사의 생산 및 관리여건을 향상시키는 지원책을 선보임에 따라,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단산 차종의 일반 고객들도 관련 보수용 부품을 더욱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소규모 협력업체들은 생산이 중단된 차종의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설비를 유지, 관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현대모비스가 일괄구매한 부품은 더 이상 설비를 유지할 필요가 없고, 만약 추후에 일괄구매량보다 더 생산해야 되는 경우 현대모비스에서 설비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주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현대모비스는 미국 자동차 시장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상 최대 불황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협력업체를 위한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부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전사적 혁신활동으로 사상 최악의 불황에도 뛰어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상반기 실적은 매출액 4조5853억원, 영업이익 71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은 7.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6.8% 늘어났다.
4000개가 넘는 미국 자동차부품업체 중에서 최대 3분의 1가량이 절박한 재정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등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자동차부품산업이란 점을 감안하면, 현대모비스의 상반기 실적은 상당히 선방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특유의 혁신 DNA 접목해 시너지 효과 극대화
현대모비스 측은 영업이익 상승에 대해 “환율효과의 영향이 있긴 하지만 신차종에 대한 고부가가치 핵심부품 공급과 해외이머징마켓에 대한 효율적인 공략이 큰 요인을 차지한다”면서 “특히 자체적으로 추진해온 ‘혁신경영’ 노력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위기가 닥친 이후 현대모비스의 경영화두는 ‘혁신’으로 집중됐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부터 전사적으로 26대 혁신과제를 선정하고, 이 과제들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을 통한 회사 전반의 낭비요소를 개선해 나감과 동시에 신수익모델 창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고 있다.
모듈사업 부문에서의 주요 혁신과제에는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와 ‘시장중심의 R&D 역량 강화’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사업본부에서는 제품별 환경 및 트렌드 분석과 함께 제품별 중장기전략을 수립했고,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미래 신기술 및 소요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A/S부품 사업에서의 혁신활동은 더욱 두드러졌다. 국내의 경우 전체 공급망 운영효율 향상과 대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한 영업역량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해외는 딜러 및 대리점 판매역량을 강화시켜 소매 판매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도출했다. 또 물류프로세스 개선과 국내외 적정재고 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했다.
운송노선 개선, 지역별 통합 운송, 적재효율 향상 등 물류개선과 단계별 재고 흐름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공급체인 전체 재고를 최적화해 나가려는 노력으로 지난해에만 500억원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기도 했다. 현대모비스는 앞으로 개선과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유지해 나가는 동시에, 무엇보다 기술혁신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자동차 모듈부품 기술과 생산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일본, 독일 등 다른 자동차부품 선진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원천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현대모비스는 모듈에 적용되는 핵심부품인 에어백, 브레이크 시스템, 에어서스펜션, 전자식 조향장치, 램프 등도 직접 개발 및 생산함으로써 기능통합형 모듈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모비스는 하이브리드 핵심기술, 지능형 자동차 기술, 센서기술 등 미래 신기술 개발에도 본격 뛰어들었으며 세계적인 기술동향 및 기술 타당성 분석을 통해 차세대 성장 동력에 대한 지속적인 탐색연구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현대모비스 연구개발본부장 전호석 부사장은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핵심부품인 구동모터와 통합 패키지 모듈(IPM) 양산에 돌입한 상태”라면서 “이 부품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용부품 중기능 기여도 부분에서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핵심적인 부품으로, 앞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연료전지차에도 함께 적용할 수 있는 공용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25일을 기점으로 현대오토넷과 합병한 것도 이런 필요 때문이다. 이번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현대모비스는 특유의 혁신 DNA를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모듈 및 핵심부품의 시스템 기술과 현대오토넷의 전장부품 및 전자제어 기술을 접목해, 메카트로닉스 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처럼 현대모비스는 다양한 기술혁신과 원가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부품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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