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미보다 베짱이 경제를
![]() ![]() 일본은 소비가 생산에 못 미칠 정도로 너무 알뜰해서 탈이다. |
이솝 우화의 개미와 베짱이를 아시는가? 부지런한 개미는 등 따습고 배부른 겨울을 보낼 만큼 식량을 넉넉히 모았지만 그러지 못한 베짱이는 굶주렸다는 얘기다. 이솝 우화와 달리 글로벌 불황기엔 저축하는 이들이 재미를 못 본다. 미국을 비롯한 베짱이 국가들도 고통 받지만 일본과 독일 같이 저축률이 높은 개미 국가들은 아예 몸져누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2.8%, 영국은 -4.3%로 내다봤다. 이는 일본과 독일에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실적이다. 일본의 성장률은 올해 -6.8%, 독일은 -6.1%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어찌된 사정일까? 한마디로 미국 소비자들이 쇼핑몰을 찾지 않는다면 일본과 독일 공장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말이다.
1980년대 초 이래 무역 불균형은 글로벌 경제의 일상적인 현상이며, 최근 10년간 엄청나게 커졌다. 무역 불균형엔 두 가지 요소가 맞물린다. 저축률이 낮은 국가들은 생산량보다 더 많이 소비하는 분에 넘치는 생활이 문제다. 이에 반해 저축률이 높은 국가들은 소비가 생산에 못 미칠 정도로 너무 알뜰해서 탈이다.
지금까지 저축률이 낮은 나라들은 불황에 적응하는 데 힘을 적게 들여도 됐다. 이들 나라는 덜 쓰고, 더 많은 투자해야 하는데 가파르게 오른 미국 저축률이 보여주듯 이는 제법 단기간에 가능하다. 반면 저축률이 높은 나라들은 산업 생산량을 큰 폭으로 줄여야 한다.
그 충격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경기 침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일본과 독일은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위험천만한 길을 걸어왔다. 두 나라 모두 국가 전반의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 이는 특히 일본에 더 시급하면서도 더 실현 가능한 일이다.
독일은 유로화에 묶인 탓에 화폐와 재정, 통화 정책을 맘대로 결정하기 어렵지만 그 때문에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 덕도 본다. 일본은 자신을 규제하거나 지지해 줄 경제 블록에 속하지 않아 국가 목표에 어울리는 정책을 펴기 쉽다. 그렇다면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할까? 첫째도, 둘째도, 그리고 마지막에도 국내 경제를 강화해야 한다.
일본은 잘살며 수출의존도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은 17%에 그친 데 반해, 영국은 35%, 프랑스는 28%에 이른다). 하지만 내수가 취약한 탓에 최근 경제 상황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수출과 수출 관련 기업 투자에 더 많이 의존한다.
요즘 명목 임금은 1992년과 별반 다를 바 없고, 1990년대 이후 집값의 70%가 빠진 가계 경제는 척박하다. 지난 10년간 이 문제는 일본의 토니 블레어로 통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정치적 권능에 눌려 부각되지 않았다. 고이즈미는 탁월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대처-레이건 식의 공급경제학에 (재무 관료와 대기업이 선호하는) 엔저와 긴축재정을 접목한 경제 정책을 밀어붙였다.
고이즈미 개혁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평균적인 급여 소득자 입장에서는 세금과 사회 보장 부담이 늘고, 일자리는 더욱 불안해졌으며, 엔화 예금의 가치는 엔저로 인해 실질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요즘 고미즈미의 자민당(LDP)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당세가 기우는 듯하다.
심각한 카리스마 부재에 시달려온 야당인 민주당(DPJ) 지도자들은 이제 중요한 몇몇 쟁점을 깨우친 듯하다. 매달 2만6000엔씩의 아동 수당 지급 같은 프랑스식 양육 정책으로 출산율 상승을 꾀한다. 이 정책이 적중한 프랑스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자랑한다.
일본은 아주 암울한 인구 통계 추이로 인해 장기 주택가격 전망과 일반적인 경제 신뢰도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따라서 이 정책은 아주 좋은 발상이다. 민주당 정책 프로그램의 핵심은 지난 10년간의 정책 우선 순위와 사뭇 달라졌다. 민주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일본 차기 행정부는 일본중앙은행의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 또 (일본 경제가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에 시달린 만큼) 적정 수준의 물가 상승 목표를 세워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그랬듯이 돈을 풀어야 한다. 또 2% 미만의 국채 수익률이 수년간 무엇을 의미했는지를 역설해야 한다.
재정적자는 민간 부문의 저축으로 충분히 충당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긴축 재정의 최대 피해자인 가계가 부담할 과중한 세금 부담을 기업으로 떠넘겨야 하며, 신용 안전망을 제공해 경제적 불안감을 걷어내야 한다.
일본이 거품 붕괴 이후의 정체를 딛고 재기할까? 사실 일본은 지금까지 그런 노력을 진정으로 기울인 적이 없다. 일본이 경제위기의 여파로 배짱이의 요령을 익힌다면 보통의 일본인들과 세계인들로선 퍽이나 다행스런 일이다.
[필자는 아커스 리서치의 도쿄 주재 애널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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