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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과학기술 진일보 확인… 실망 이르다”

“우주과학기술 진일보 확인… 실망 이르다”

온 국민의 기대를 받고 쏘아 올린 나로호가 결국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발사체 기술이 실패한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그러나 실망하긴 이르다. 실패의 과정을 복기하고 다시 한 번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어도 우리는 이번 나로호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8월 25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여러 번의 연기 끝에 쏘아 올린 나로호 발사가 결국 실패로 끝났다. 발사체가 초기에 설정된 궤도 진입은 실패했으나 발사 자체는 부분성공으로 보기도 했지만 결국 과학위성은 지구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권 내에서의 위성 보호와 공기의 저항 감소를 목적으로 부착한 보호덮개가 일부 떨어져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성보다도 무거운 무게를 가진 보호덮개 1개가 2단 로켓에 붙어 있음으로 해서 질량 대칭이 흐트러지면서 질량 중심이 로켓의 중심 축선에 놓이지 못했을 것이다.



철저한 분석과 검토 필요

따라서 2단 로켓 중심축을 따라가면서 발생하는 추진력이 인공위성을 포함한 2단 로켓 전체에 원하지 않는 회전 운동을 만들어냈고 위성이 분리되었을 때는 위성의 궤도 속도가 타원궤도를 이루기에 충분한 수치에 도달하지 못해 추락하고 만 것이다.

과학 용어로 지구를 초점으로 하는 타원궤도를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위치에너지는 갖추었으나 필수적인 선 운동에너지를 갖지못해 지구 인력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추락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왜 60㎞나 높은 곳까지 올라갔는지에 대한 충분한 해답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2단 로켓이 회전운동을 했는데 왜 그렇게 높은 위치까지 밀려올라갔는가? 언론에서는 하나만 남은 페어링이 추력 방향을 상향으로 가게 만들어 높이 올라갔다고 하는데 회전하게 될 때 더 올라가라는 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려갈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300㎞ 지점에서는 지구 중력이 아직 상당히 있어 오히려 궤도가 낮아질 확률도 있으니 말이다.

혹시 1단 로켓이 필요 이상으로 강력해 1단 분리 시 상당한 상승속도를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러시아의 1단 로켓도 제기능을 다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아닐까? 여러모로 철저한 비행데이터 분석과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럼 이 시점에서 이번 나로호 개발 사업 전체 진행과정을 시작부터 한번 돌아보고 무엇이 문제인가 살펴보자. 아래 기술이 필자의 기억에 의한 것이라 일부 내용은 사실과 좀 다를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3년 만에 기술 완성되나

1998년 북한은 대포동 로켓(일부에서는 미사일이라고 함)을 발사했다. 성능은 1957년 옛 소련의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의 발사체와 비슷했고 쏜 사람들도 어디로 갈지를 확신하지 못하는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우리에게 준 충격은 컸다. 아직 우리는 로켓 개발을 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왜 우리는 로켓 개발을 못하느냐’는 국민의 질타 속에 국회에서도 발사체 기술 개발에 대한 논란들이 있었다. 그리고 1999년에는 중국이 전 국민의 환호 속에서 무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게 된다. 이에 자극 받은 정부는 당시의 우주기술 개발 속도를 더 빠르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수정하게 된다.

특히 액체 로켓 개발을 KSR(Korea Scientific Rocket, 과학로켓) 시리즈에서 조기에 KSLV(Korea Space Launch Vehicle, 우주발사체)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다. 2002년 발사에 성공한 국내 최초 액체 로켓 KSR-3만 해도 발사의 성공유무를 체크하는 수준의 과학적 측정들을 한 후 다시 대기로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주발사체는 탑재체가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정확한 고도에 정확한 속도로 탑재체를 올려주어야 한다. 과학로켓에서 우주발사체로의 도전은 기술적으로 엄청난 격차가 있는 소위 ‘퀀텀 점프’다. 그래서 우선 KSLV-1의 경우에는 100㎏ 무게를 가진 과학위성을 성공 확인용 탑재체로 정하고 1단 로켓의 제원을 정해보게 된다.

300㎞ 위치까지 올리려고 보니까 충분한 파워를 가진 로켓이 없었다. 우리가 갖고 있던 기술은 주로 단거리 발사용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결단 아래 나이키급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각고의 노력 끝에 쌓아 올린 고체 로켓 기술이 있지만 국제사회의 규제하에서 주로 짧은 발사거리용의 소형만 개발할 수 있었다.

대형 로켓의 경우 MTCR(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 미사일 기술 통제체제)과 같은 국제사회의 규제에 의해 개발할 수도 없었다. 실용적인 의미에서도 초대형 로켓 기술은 우리나라처럼 국지전에 대비한 국방 환경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었다.

결국 단거리 고체 로켓 기술이 발달하게 되는데 최근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천마, 신궁(중·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해성(함대함 미사일), 홍상어(대잠함 어뢰) 등은 개발자들도 놀랄 정도의 정확도를 보이며 우리 고체 로켓 기술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우주발사체가 되기 위해서는 고체 로켓보다 더 멀리 쏘아 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다. 우리가 러시아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8월 19일 나로호 발사가 중지된 직후 러시아 연구원들이 발사통제동 지휘센터에서 나와 수군거리고 있다.



다시 3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국회나 정부 일각에서 우주발사체 개발에 대한 합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몇 천억원 규모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단기간 내에 발사해 투자의 결과를 바로 확인했으면 하는 기대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우주발사체(KSLV) 사업 시작이 2002년 8월인데 2005년에 발사를 목표로 할 수 있었을까? 그 당시 대부분의 엔지니어는 아마 계획대로의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게다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첨단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양국 국회 비준 조건을 만족시키는 절차로 거의 2년을 쓰고 나니 2007년이 돼 버렸다.



여러 번 발사 시험은 꼭 필요한 절차

그 뒤 구체적인 개발에 들어가니 모든 개발 사업이 그렇듯이 이것저것 시간 지연 사유가 생기면서 올해 7, 8월로 오게 되었다. 결국 8월 25일의 발사가 여덟 번째가 되며 마치 어른들 나이 먹듯이 어느새 일곱 번 지연된 것이다. 이렇더라도 발사가 성공했더라면 모든 잘잘못이 찬사 속에서 잊혀졌을 테지만 위성이 대기권에서 소멸되었으니 실망도 크면서 비난도 일어나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나로호 발사는 러시아와 최대 3회까지 발사하기로 한 계약에서 보듯이 일종의 로켓 성능 시험으로 봐야 한다. 여러 번 발사 시험은 한 번의 시험 성공이 꼭 다음 발사의 성공을 보장 못하는 이런 종류의 시험에서 기술의 재현성을 확인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라 볼 수 있다.

게다가 우리의 목표는 이번처럼 100㎏ 수준의 마이크로 위성이 아니라 1.5t 무게의 실용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이다. 마라톤 경기로 치자면 5~10㎞ 뛰고 말자는 것이 아니라 완주해 메인 스타디움에 제대로 골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언론들이 일부 착각해 이번의 발사 성공이 마치 마라톤 주자가 스타디움에 입상으로 골인하는 것인 양 너무 의미를 크게 두었다.

이런 비유는 어떨까? 마라톤 10㎞ 체크 지점에 스타디움을 마련하고 온갖 감동의 이벤트들을 만들어냈다고 하면…. 이 분위기에 고조된 어느 인사는 섣부른 발사 성공 소식에 눈물까지 흘리는 촌극을 보였다. 이러한 너무 과도한 관심은 엔지니어들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또한 막중한 부담감으로 인해 모든 준비 과정을 부자연스럽게 만들 수도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사안의 경중을 가려 적절한 수준의 관심도를 보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성숙함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분별력 없는 무조건 칭찬은 잘못되면 그 후유증으로 감정적인 비논리적 비난들을 초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기술 발전을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는 선진국들로부터 쓸데없는 견제를 받을 가능성까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번 나로호 발사에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비록 실패로 귀착됐지만 우리의 기술 수준은 나로호 발사를 통해 또 한 발 나아갈 수 있었다. 지금은 관련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번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다.

그래야 다음의 발사를 성공으로 끌어갈 수 있다. 내년 5월 나로호 2차 발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부터 약 9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 과학기술자들이 자기 일에 열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때다.

나로호 개발일지
▲2002.8 = 소형 위성발사체 개발계획 확정 및 사업 착수
▲2004.9.21 = 한·러 우주기술협력 협정 체결
▲2004.10.26 = 항우연·러 흐루니체프사 간 기술협력 계약 체결
▲2005 = 발사체 시스템 설계 검토회의 및 공동 상세설계 완료
▲2006.9 = 발사체 상단 엔지니어링 모델 제작 완료
▲2006.10.17 =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정 체결 및 발효
▲2007.7 = 지상장비 상세설계 자료(CDP) 인수
▲2007.9 = 발사체 상단 인증모델 개발 완료
▲2007.11 = 발사체 시스템 상세설계 자료 인수 및 상세설계 양국 전문가 검토
▲2007.12 = 한·러 기술협력계약 변경 통한 발사체 및 발사대 시스템 개발 일정 및 발사 시기 확정
▲2008.8 = 러시아 측 1단 지상검증용기체(GTV) 인수
▲2008.8 = 상단 비행모델(FM) 총조립 및 검사 완료
▲2009.6 = GTV를 이용한 발사대 인증시험 완료
▲2009.7 = 나로호 비행모델 총조립 및 발사 운영시험
▲2009.7.30 = 나로호 1단 로켓 최종 연소시험
▲2009.8.25 = 나로호 발사 부분실패
▲2010.5 = 나로호 2차 발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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