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상의 섬이 타짜들의 천국으로
중국인들은 하이난섬, 일명 ‘중국의 하와이’를 낙원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는다. 해변은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듯 하얗게 단장돼 있고(과감히 누드를 시도하고픈 사람에게는 희소식이다), 리츠 칼튼이나 샹그릴라 같은 5성급 고급 호텔이 즐비하다.
관광객들도 한 몫을 한다. 이들은 강렬하다 못해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한 꽃무늬 옷을 입고 해변을 누빈다. 열대의 풍광에 도취돼(열대풍 칵테일까지 몇 잔 마신 후) 바다로 돌진했다가 뒤늦게 수영을 못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우적대는 이도 있다. 그러나 수백 년 전 존 밀튼이 귀띔해준 대로 낙원에도 문제는 생기게 마련이며, 하이난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우선, 글로벌 경기침체로 2000만 명에 달했던 연평균 관광객의 수가 감소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들이 떠나면서 생긴 공백을 도박과 폭력 범죄가 메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도박은 중국에 공산정권이 들어선 1949년부터 금지됐다. 그러나 마오쩌둥 이후 자유시장 개혁이 자리를 잡으면서 사라졌다 싶었던 이 죄악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2008년 불법 도박으로 중국에서 창출된 수입은 1조 위안(1460억 달러)에 이른다고 베이징대학 중국복권연구센터의 왕 쑤에홍 이사는 추산했다. 왕 이사는 2002~03년 연구센터가 실시한 조사에서 “하이난은 중국 불법 도박의 온상지”라고 말했다.
중앙정부 감시기구가 2005년부터 국유기업 임직원에게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마카오를 비롯한 해외 원정 도박 금지령을 내리면서 지하 카지노가 빠르게 확산됐다.
1~47까지의 숫자가 적힌 색색의 공 중 6개를 투명한 원통에서 무작위로 뽑고 참가자는 그 숫자를 맞추는 록합초이(六閤綵, Mark Six) 같은 불법 도박의 경우 너무 횡행해서 채소 시장이나 오래된 사원에도 가설 카지노가 들어설 정도다. 복권 당첨기나 폐쇄회로 카메라, 보안 요원 등이 필요한 보다 정교한 형태의 카지노는 지역 경찰의 비호를 받으며 “마을 주민이나 지역 사회가 운영을 맡기도 한다.
주민들은 카지노를 개발 모델 중 하나로 받아들인다”고 베이징기술연구소의 후싱두 교수는 말했다. 도박 합법화를 요구하는 소수파 인사 중 한 명인 후 교수는 도박을 양지로 끌어내야 중국 마피아가 많이 개입하는 “살인·납치·자살” 등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엔 도박의 가장 극단적인 폐해가 발생했다. 두 마을 주민 1000여 명이 3일 동안 난동을 피워 1명 사망, 9명 부상에 더해 100만 위안(14만7000달러)에 이르는 피해를 남겼다. 폭도들이 사제 화염병으로 경찰 차량과 관공서를 공격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19세기 말 수십 년에 걸쳐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지속했던 미국의 햇필드와 맥코이 가문처럼 중국의 두 마을은 지난 80년 동안 토지 소유권을 둘러싸고 반목을 거듭해 왔는데, 지하 카지노의 등장으로 이들의 오랜 싸움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더 험악해졌다.
경쟁관계에 있는 카지노 우두머리들은 마을 주민을 ‘선동’한 후 이들을 앞세워 도박 수익금을 둘러싼 세력 다툼을 벌였다고 그 사건에 정통한 지역 경찰이 익명으로(언론 공개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 밝혔다. 폭도에 도박까지, 마치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나 애틀랜틱 시티를 보는 듯하다.
미스 월드 개최지로도 선호되고 있으니 하와이 따위가 하이난의 경쟁이 될까? 이제 4.99달러짜리 저녁 뷔페 레스토랑만 있으면 대박을 터뜨릴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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