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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 경제전문가 4인이 모였다

‘쎈’ 경제전문가 4인이 모였다

힘의 균형과 상관없이, 그동안 정부 경제팀을 말할 때 ‘윤증현-윤진식’ 순이었던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최근 개각으로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강만수 특보의 귀환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총리 내정도 변수다.
▎사진:이찬원 기자

▎사진:이찬원 기자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을 모피아의 부활이라고 한다면, 지난 8월 31일 출범한 3기 경제팀은 모피아의 굳히기라고 볼 수 있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 출신 관료를 일컫는 단어다.

지난 1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기획재정부 장관 자리를 떠났던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청와대 경제특별보좌관으로 돌아왔고,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은 정책실장을 겸하게 됐다. 이로써 ‘윤진식-윤증현-강만수’ 삼두마차가 새 경제팀을 이끌게 됐다.

여기에 임태희 의원이 노동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내정된 최경환 의원만 옛 경제기획원 출신. 진동수 금융위원장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재무부 출신이다.



청와대·내각 경제통 집결이로써 청와대와 내각은 ‘파워 경제팀’을 이뤘다. 새 얼굴은 없다. 하지만 구도는 바뀔 듯하다. 우선 컨트롤 타워 문제. 2기 경제팀은 윤증현 장관이 그 역할을 해왔다. 윤 장관은 입각이 결정된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정책을 조율할 코디네이터 기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역할을 정책 조정자로 잡은 것이다. 경제 수장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조정 기능이다. 1기 경제팀 시절 ‘환율’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이 각각 다른 목소리를 냈던 점을 고려할 때 윤 장관은 리더십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중폭 개각에 따라 무게는 청와대 쪽으로 쏠린 것이 사실이다. 특히 윤진식 경제수석이 정책실장까지 겸임하면서 확실히 보폭이 넓어졌다. MB노믹스의 설계자로 불리는 강만수 특보의 컴백도 이런 평가에 힘을 실어준다. ‘청와대 정책실장+경제수석’의 입지, ‘경제특별보좌관’의 역할이 명확하게 규정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이번 개각은 ‘윤 실장-윤 장관-강 특보 삼두마차’ 구성이라고 분석되는가 하면, 이번 인사가 집권 중반기 청와대 주도로 정책을 펴겠다는 포석이라는 측면에서 ‘윤 실장-강 특보’의 투톱 체제 구축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래저래 윤진식 실장에게 무게가 실린 것은 분명하다.

물론 이번 인사를 두고 ‘새 경제팀’으로 이름 붙이기는 어색하다. 특보라는 자리가 정책 책임자가 아닌 이상, 그동안 윤증현 장관과 윤진식 실장이 불협화음 없이 이끌어온 대로 경제팀이 굴러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략 윤 실장이 정책 조율을 맡고, 강 특보가 자문, 윤증현 장관은 그대로 경제팀을 이끄는 형태로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하지만 경제수석과 기획재정부 장관 사이 힘의 균형은 곧잘 한쪽으로 쏠렸던 게 과거 사례다. 가까운 예로 이명박 정부 초기, 실세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인 파워를 가지면서 ‘김중수 (당시) 경제수석은 어디 있느냐?’는 얘기가 자주 나왔었다. 힘이 붙은 윤 실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여기에 엄청난 변수까지 등장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총리 내정이다. MB노믹스의 비판자이며 국내 대표적 경제학자인 정 총리 내정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역학구도는 더욱 복잡해진다.

정 내정자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에 여러모로 반대의견을 내왔다. 세제, 부동산, 규제완화, 금융정책 등에서 현 정부와 색깔이 다르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거의 유일하게 현 정부 정책기조와 들어맞는 것은 ‘구조조정 원칙’이다.



사공이 많으면 VS 사공이 많아도지금껏 정부 경제팀을 거론하면서 한승수 총리가 언급된 적은 거의 없다. 총리라는 자리가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기는 하지만 경제운용에서 총리실은 거의 주목 받지 않았다. 하지만 정 내정자는 좀 다르다. 경제팀 역학구도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일단 ‘팀워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보편적인 평가다.

서로 잘 알고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강 특보와 윤 장관은 서울대 법대 동기로 40년 지기고, 윤 실장은 강 특보가 재부무 국장 시절 아낀 과장이었다. 정 총리 내정자는 내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철학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범 경제팀’의 면면에서 보듯 하나같이 강한 기세를 가진 경제 전문가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사공이 많으면~’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강한 사공들이 한 방향으로 노를 저으면 배는 더 빨리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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