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노 요코가 돌아왔다
오노 요코(76) 하면 그녀의 전위음악에 등장했던 ‘비명 소리’부터 떠오른다. 떨리는 목소리로 발작처럼 길게 이어지는 비명 소리는 오노에 따라 붙는 최악의 편견을 확인시켜준다. 음악성도 없으면서 자화자찬을 일삼으며 존 레넌을 홀려서 비틀스를 해체시킨 마녀라는 편견이다.
대다수는 오노가 레넌을 만나기 5년 전 카네기홀의 리사이틀홀에서 실험적인 구체음악(musique concrète: 녹음된 음향을 기계적으로 합성·변조해 구성한 음악) 공연을 시도했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오노의 스튜디오 아트가 개념예술 운동인 플럭서스(Fluxsus)의 주축이 됐다는 사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런 일들은 행동하는 예술가로서 그녀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중은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그녀에게 혹독한 비난을 퍼부었다. 오노는 특정 계층이나 단체에 속한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드는 레넌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자신을 비난했다고 회상했다. 미국의 극좌파는 평화주의자인 레넌이 폭력적인 시위에 동참하기를 거부하자 오노 탓이라고 생각했다.
미국 중산층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한 때 대중의 우상이었던 레넌이 그 사랑을 잃게 된 이유가 오노라고 여겼다. 오노는 좌파와 우파 양측 모두로부터 비난을 받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런 비난이 나를 강하게 만든 듯하다”고 말했다. 그런 경험이 오노를 단단하게 단련시켰을진 몰라도 사람들이 그녀의 작품을 정당하게 평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전위예술 단체인) 플럭서스의 멤버가 타블로이드판 신문의 가십 거리로 등장하는 것만큼이나 이상한 일이다. 레넌과 오노의 사생활 소식으로 타블로이드판 신문이 도배되다시피 하던 시대가 끝난 후 나고 자란 젊은 세대에게 오노는 미학의 대모로 떠올랐다.
세상이 갈수록 시끄러워지면서 그녀의 비명이 점점 더 그럴 듯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에이즈부터 대량살상무기(WMD)까지 모든 공포에 따르는 의미 있는 반응으로 여겨졌다. “어떤 면에서 그건 인류의 비명”이라고 오노는 말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녀의 음악은 에드바르트 뭉크나 프랜시스 베이컨 등 인간의 고통을 주제로 한 그림들과 잘 어울린다.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리긴 했지만 마침내 세상이 그녀의 비명 소리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엑스레이 스펙스(영국 여성 펑크 밴드)의 대표곡 ‘Oh Bondage, Up Yours!’나 슬리터-키니와 비키니 킬 등의 그룹이 주도한 라이오트 걸 운동(언더그라운드 여성 펑크 운동), 또 피치스나 그룹 예 예 예스의 리드 보컬 캐런 오 같은 여성 댄스펑크 스타들은 초기 여권운동 시절 오노의 비명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오노가 2007년 앨범 ‘Yes, I’m a Witch’(레넌과 함께 만들었던 음악과 솔로 활동을 하면서 발표했던 곡들로 구성됐다)를 내놓자 일단의 현대 인디 음악가들이 그녀의 흘러간 음악을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그룹 플레이밍 립스는 환각적인 분위기의 노이즈 음악 ‘Cambridge 1969’(오노가 레넌과 함께 만든 앨범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던 ‘Unfinished Music No. 2’에 실린 곡)를 택했다.
오노의 음악 중 가장 괴이한 작품도 새롭게 들을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그녀의 옛 녹음뿐만이 아니다. 최근 10여 년 동안은 오노의 비명 이면에 숨어있던 춤과 리믹스 문화에 가졌던 열정이 드러났다. 올해 그녀는 ‘I’m Not Getting Enough’라는 제목의 리믹스 앨범으로 여성 뮤지션으로는 최고령으로 빌보드 차트의 댄스/클럽 파티 부분에 올랐다.
고통에 겨운 비명은 들리지 않고 환희에 찬 리듬이 작품의 통일된 주제, 즉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육체 이탈의 초월성을 추구한다. 9월 중에 그녀는 새 앨범 ‘Between My Head and the Sky’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 앨범에서도 그녀는 지옥과 천국을 오간다. 열광적인 로큰롤과 고요하고 평화로운 음악이 교차한다.
이 앨범은 1973년 앨범 ‘Feeling the Space’를 내놓을 때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플라스틱 오노 밴드’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오노가 그 상징적인 이름을 다시 사용한 데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도 있었다. 플라스틱 오노 밴드의 이름으로 낸 처음의 두 LP에선 레넌이 맹렬한 기타 연주를 선보였고, 이번 앨범에선 아들 션이 뉴욕과 일본의 내로라하는 현대 뮤지션들을 불러 모았다.
혼다 유카는 그룹 치보 마토의 주특기인 디지털 샘플링과 피아노 연주의 맛을 오노의 최신 앨범에 불어넣었다. 또 앨범의 두 번째 곡 ‘The Sun Is Down’은 전자음악의 선구 그룹 코넬리우스의 작품으로 오노의 사운드에 펑키한 분위기를 더했다. 그리고 션 레넌은 재즈 뮤지션 샤흐자드 이스마일리와 함께 파격적이면서도 듣기 좋은 기타 연주와 맹렬한 타악기 연주를 선보인다.
하지만 이 앨범에 이렇게 쾅쾅 울리는 요란한 음악 외에도 다양한 음악이 있다. 바이올린과 약음기가 딸린 트럼펫을 곁들인 명상적인 분위기가 피아노 반주와 함께 흐르는 오노의 토크송은 감미롭다. 한때 고음용 스피커를 망가뜨릴 만큼 날카로웠던 그녀의 목소리는 나이가 들면서 넉넉하고 풍요로운 느낌으로 바뀌었다.
때때로 아름답게 들리기까지 한다. 이 앨범의 최대 약점은 어색한 가사다. ‘Time … the great equalizer of all things’라는 가사는 입에 잘 붙지 않는다. 앨범에 실린 15곡의 노래 중 여러 곡이 스튜디오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졌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그런 점이 개념예술의 특징인지 그저 알맹이 없는 음악인지 구분이 잘 안 간다.
1960년대에 레넌과 오노의 정치적 활동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선(禪)의 화두 같은 강령들도 지금은 별볼일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오노도 이런 현실을 잘 안다. “요즘 예술가들은 우리 때보다 훨씬 더 똑똑해야 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는 평화의 깃발을 흔들며 사람들을 이끌었지만 요즘은 그런 정도로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 비명은 여전히 영향력이 있다. 이번 앨범의 첫 곡 ‘Waiting for the D Train’에서 오노는 강한 힘과 함축적인 메시지의 묘한 결합으로 웬만한 포스트펑크 가수는 명함도 못 내밀 만큼 강한 인상을 주었다. 요즘 오노는 오랫동안 이런저런 비난에 시달려온 사람 치곤 놀랍도록 낙천적인 모습이다.
그녀는 특히 인터넷의 위력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조수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에 한번씩 트위터로 팬들의 질문에 답한다. 오노는 물리적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1960년대 ‘자루 모임(bag events: 참가자들이 서로를 시각적으로 감지하지 못하도록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루를 뒤집어 썼다)’에 비유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은 혼령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된다. 물리적 위치 감각도, 시각적 구분도 없어진다.” 오노는 시카고부터 런던까지 최신유행 여름 축제에 주빈으로 초대 받으면서도 자신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여전히 걱정한다. 그녀는 내게 “‘비명’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아니면 사람들이 비명을 지를지 모르니까.” 레넌은 자신의 첫 번째 솔로 앨범 ‘Plastic Ono Band’에서 오노의 이런 걱정을 잠재우려는 듯 “계속 노래해요 요코, 괜찮을 거야” 라고 노래했다. 마치 오노의 첫 번째 음반에 반응이 안 좋으리라는 사실을 예견한 듯한 가사다. 하지만 레넌은 시간이 가면 제대로 평가 받으리라는 사실도 짐작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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