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만을 위한 럭셔리 양복의 지존
“명품 중의 명품 세 개를 꼽으라면 에르메스, 샤넬 그리고 로로피아나입니다.”
이용택 로로피아나 한국 지사장이 브랜드 위상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한다. 유명한 다국적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가 2008년 조사한 ‘Luxury Goods Worldwide Market Study’에 따르면 로로피아나는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최상위 그룹인 ‘Absolute’ 그룹에 속했다. 이탈리아 브랜드인 로로피아나가 위버럭셔리(UberLuxury·초특급 명품)로서 절대 지존의 위치에 있다는 것.
이용택 지사장은 인터뷰 내내 이 점을 강조했다. 이 지사장을 만난 곳은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로로피아나 플래그십 스토어 2층. 그는 웬만한 한국인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밀라노풍의 엷은 베이지색 로로피아나 슈트를 말끔하게 차려 입고 손목에는 크로노스위스의 큼지막한 스켈레톤 시계를 차고 있었다.
패션 업계에서 ‘슈트에 관해서는 경지에 오른 인물’로 유명한 이 지사장의 스타일을 직접 보니 소문이 틀리지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다. 그의 말투도 새롭다. 약간의 ‘버터 냄새’가 느껴졌다. 외국 생활을 많이 한 것 같다고 하자 “국제 미아입니다”라며 파안대소 한다.
이 지사장은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 칠레, 우루과이, 과테말라, 일본 등에서 오래 생활했다. 오랜 외국 생활로 이 사장의 첫 직장은 당연히 외국인 회사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는 한국 신사복 회사 캠브리지멤버스였다. 그 후 그는 해태상사에서 해외 의류 완제품 수입 업무를 했다.
당시 그가 거래하던 해외 업체 중 하나가 로로피아나였다. 그때의 인연으로 그는 로로피아나와 운명적인 조우를 하게 된다. 1990년대 초반 로로피아나는 한국에 진출하길 원했는데 마침 한국 측 비즈니스 실무자이며 국제 감각을 지닌 이 지사장을 선택한 것.
로로피아나는 원단과 의류 사업을 잘 알고 영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을 구사하는 이 지사장을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92년 로로피아나는 그에게 한국 사업의 총책임자 임무를 맡겼다.
특급호텔 아케이드에 첫 론칭로로피아나의 한국 첫 사업 아이템은 자체 생산한 양복 원단이었다. 거래선은 이탈리아의 고급 원단을 필요로 하는 제일모직, LG패션, 코오롱 등과 같은 대기업 의류업체들. 한때 서울 소공동의 수제 양복점 가게들도 주고객이었으나 지금은 강남의 수제 양복점들이 로로피아나 원단을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한국 진출 7년 후인 99년 로로피아나의 의류 완제품이 첫선을 보였다. 백화점보다 특급 호텔 아케이드부터 공략했다. “로로피아나의 ‘B2B’ 거래처인 한국 기업들은 로로피아나 브랜드와 제품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일반 소비자는 브랜드를 거의 몰랐던 것이 사실이죠. 때문에 대중적인 백화점보다 상류층이 많이 드나드는 특급 호텔 아케이드에서 제품을 파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99년 특급호텔 두 곳에 오픈한 후 지금은 면세점 4곳과 백화점을 포함해 모두 15개 매장으로 확대됐다. 10년 동안 15개밖에 늘지 않은 매장은 다른 명품 업체가 같은 기간 늘린 매장 수보다 훨씬 적다.
“로로피아나는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엔트리급 럭셔리가 아니라 그야말로 최상위 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위버럭셔리를 지향한다. 때문에 무작정 매장을 늘릴 수 없는 고민이 있다”고 이 지사장은 밝혔다. 매우 한정되고 특별한 고객만이 제품을 찾기 때문에 유통망을 넓히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광고를 잘 하지 않습니다. 할리우드식 스타 마케팅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스타들에게 제품을 할인해 주는 일도 없으며 공짜로 주는 일은 더더욱 없습니다. 마케팅 타깃을 극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최상위 계층만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합니다.”
장 노엘 캐퍼러 교수와 뱅상 바스티엥 교수가 함께 저술한 책
예를 들어 자사 제품 혹은 이미지 광고에 유명 스타를 기용하지 마라, 제품 판매 가격대를 높여라, 일반 고객들이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어렵게 하라 등이다. 명품 마케팅 방식을 차별화하라는 의미다.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대중화를 지향하는 매스티지(Masstage) 추세를 보이고있다. 이에 반해 로로피아나는 ‘매스클루시버티(mass-clusivity)’ 전략으로 최상위 계층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특별 고객을 위한 개인 주문 생산을 한다. 주문 생산을 원하는 고객의 신체 치수를 재서 원하는 원단의 종류를 이탈리아 본사에 통지하면 본사에서 맞춤복을 만들어 한국 지사에 보낸다.
로로피아나의 고객이 대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알 만한 인물이 있는지 물어봤다. 이 지사장은 주요 고객은 최상위층이라고만 할 뿐,고객의 개인 정보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로로피아나가 가장 중히 여기는 원칙은 최상의 원료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제품의 가치를 아는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입니다. 경영철학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 최고의 원료와 최상의 퀄리티로 최고의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죠.”
이 지사장의 강한 어조에서 자사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신뢰가 깔려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의 말대로 최고의 제품을 위해 로로피아나는 원단부터 남다른 것을 사용한다.
특히 품질 좋은 울과 캐시미어는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중국, 몽골에서 원료를 직거래한다. 페루에 서식하며 낙타과에 속하는‘비큐나’란 동물의 털을 얻기 위해 로로피아나는 페루 정부, 원주민과 협력해 이 동물의 관리 권한을 얻어 최상의 원료를 공급받기도 한다.
로로피아나코리아의 직원 수는 70여 명. 매출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보다 10배 정도 늘었다. 이 지사장의 경영방침에 대해 물었다.
“신뢰할 수 있는 인재와 함께 업무와 사업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그들이 업무에 만족하고 업무를 잘 진행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것이 저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는 정직함을 요구하며 거꾸로 저는 직원들에게 신뢰감을 주죠. 마케팅 부문은 손댈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어 본사 가이드라인에 의존하죠. 제가 신경 쓰는 부분은 고객과의 유대 관계를 더 돈독히 하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왜 이 지사장이 명품 옷과 시계 등을 구비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영업 차원에서 한국 상위층과 격을 같이하려면 본인 스스로가 명품 본색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의 말처럼 한국 마케팅에 관한 한 본사에서 전적으로 조절해 주므로 이 지사장과 직원들이 마케팅 전략을 변형할 여지가 거의 없다.
로로피아나는 여타 외국 명품사에서 즐겨 사용하는 제휴 마케팅도 하지 않는다. 마케팅 전략은 오로지 ‘품질로 승부하라’는 가장 고전적인 원칙이자 경영철학을 따를 뿐이다. 이탈리아 본사에서 제품 기획을 대부분 하고 있지만 한국 측 의견도 반영한다. 즉 제품의 포트폴리오는 본사에서 주도하는 글로벌 제품과 각국의 시장 상황에 맞는 제품을 잘 배합해 다시 각국 사정에 맞게 공급한다.
“본사에선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습니다.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우아한 멋과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품질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합니다.”로로피아나의 한국 구매층은 40대 중반에서 50대 연령층에 많이 분포돼 있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주요 고객층은 한국보다 다소 젊다.
본사가 생각하는 한국 시장에 대해 이 지사장은 “한국 시장이 매우 잠재성이 큰 곳으로 보고 있다. 한국 고객들이 점점 매스럭셔리를 추구하기보다는 로로피아나와 같은 우아하고 기품 있는 럭셔리를 추구해 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하이 포지셔닝을 추구하는 우리 회사 제품들의 진가가 돋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근 20년 동안 딱 한 번 외도(90년대 후반 2년 정도 다른 회사에서 근무를 했다)를 제외하고는 줄곧 로로피아나를 이끌어 왔다. 업무 차 이탈리아를 100번 이상 갔다 온 이 지사장의 취미는 여행과 사람 만나기다. 하지만 에너지 넘치고 쾌활한 성격의 이 지사장에게도 고민은 있을 터.
“모든 CEO들의 고민이겠지만 매출을 항상 신경 써야 합니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이 떨어지지 않은 로로피아나 제품은 품질 대비 가격이 비싼 게 아니에요. 최상급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이죠. 명품은 굳이 비유하자면 아주 비싸면서도 티셔츠처럼 편안한 드레스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옷이 없는 사람은 아직 명품에 익숙지 않은 거예요. 비싼 물건을 살 여유가 있는 부자일 뿐입니다.”
샤넬의 전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도 같은 말을 했다. 이 말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이 이 지사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진정한 로로피아나의 고객’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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