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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내리언

센터내리언

멀지 않은 장래에 인간 수명이 100세까지 늘어난다면…. 이러한 가정은 곤혹스러운 미래의 걱정에 해당할 수도 있다. 자칫 사람들로부터 “걱정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걱정을 하느냐”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연령별 인구조사 예측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면 기우(杞憂)가 아님을 알 수 있다.

2009년 현재 우리나라 총인구는 약 4875만 명이며, 95세 이상 고령자는 1만9089명(남자 3003명, 여자 1만6086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41년 후인 2050년이 되면 총인구는 약 4234만 명으로 줄어들지만 9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35만2477명(남자 10만3987명, 여자 24만8490명)으로 크게 늘어난다.

지금 직장에서 중도퇴직을 걱정하거나 이미 실업자가 된 50세 먹은 사람이 41년 후에도 생존할 확률이 매우 크다는 말이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100세까지 장수한 사람들을 ‘센터내리언(centenarian: 백세인)’이라 부르며 특별하게 대우한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100번째 생일을 맞은 사람들에게 축전을 보내는 관습이 있다.

또한 NBC 방송의 ‘The Today Show’는 1983년부터 100번째 생일을 맞은 사람의 이름을 화면에 띄워준다. 영국에서도 100번째 생일을 맞은 사람에게 여왕이 직접 축전을 보낸다. 105번째 생일부터는 더욱 중하게 여겨 매년 생일에 축전을 보내준다. 아일랜드에서는 100세가 되면 대통령으로부터 2450유로의 축하금과 축하편지를 전달받는다.

아일랜드 국적의 센터내리언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에 거주하더라도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일본에서는 총리가 백세인에게 은으로 제작한 컵을 선물한다. 세계 각국의 이러한 습관은 센터내리언 즉, 백세인이 될 때까지 장수하는 사람이 그만큼 적어 희소가치에 대한 축하의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하지만 뉴욕 국제장수센터(International Longevity Center) 대표인 로버트 버틀러 박사는 2050년이 되면 미국에 최소 83만4000명의 센터내리언이 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쯤 되면 센터내리언은 특별히 장수를 축하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회·제도적 정비를 통해 부양의 문제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대상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백세인이 수십만 명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사회가 진전된다면 70대 인생을 전제로 설계된 연금문제나 직장의 정년문제, 노인 개호(介護)문제 등 손질해야 할 과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복잡하다. 정부와 사회 각계에서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의 심각성을 주목하고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인생은 자신의 것이다. 백세인 소리를 들을 때까지 생존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는 마당에 개인의 노후를 국가에만 의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앞으로 ‘100세 인생’을 전제로 모든 사회 시스템을 개조해야 하듯, 개인 또한 스스로 100세 인생전략을 새로 수립해야 할 시기가 왔다.

인생 100년을 충실하게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과 돈, 그리고 인간관계. 이 세 가지 요소는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어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100세 인생을 위한 건강 다스리기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바란다. 골골하면서 오래 사는 데 대해서는 거부감이 많다. 미국의 유명한 지압사 겸 건강컨설턴트인 에릭 프라스카 박사는 환자들에게 “인간은 100세 이상까지 생존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 소리를 들은 환자 가운데 대부분은 기뻐하기는커녕 “난 그렇게 장수하긴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수를 원하지만 아프면서 오래 사는 데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프라스카 박사는 100세까지의 인생전략을 담은 『100세 라이프스타일(The 100Year LIFESTYLE)』을 집필했다. 그가 쓴 책과 강연내용을 담은 DVD는 50만 개 이상 팔렸고, 세계 14개국에서 번역 출간됐을 정도로 호응이 크다.

한국인 중에도 ‘100세 건강 전도사’를 자임하는 인물이 있다. 재미 내과의 겸 자연치료 전문가인 이준남 박사다. 그는 음식물만으로는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른바 ‘수퍼영양제’를 통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미국 에모리대 의대에 유학한 그는 현재 애틀랜타에서 내과 겸 자연치료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100세인 클럽’을 창설해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주요 사망원인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을 알려면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사망원인 생명표’를 보면 된다. 생명표에 따르면 85세 이상 고령자일 경우 뇌혈관질환이나 심장질환 같은 순환기계 질환(26%) 때문에 죽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 다음은 각종 암(10%)이다. 폐렴 등 호흡기계 질환(10%)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잇는다.

고의적 자해(1%)에 의한 사망은 우울증 같은 신경성 질환과 깊은 관계가 있다. 프라스카 박사는 순환기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금연과 적정한 체중유지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체형으로 보면 배가 둥글게 튀어나온 ‘사과형 체형’보다는 길쭉한 ‘가지형 체형’ 쪽이 순환기계 질환에 노출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를 위해 식생활 습관을 과일이나 야채를 많이 섭취하고, 지방을 줄이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85세 이상 고령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암을 종류별로 보면 폐암(2.2%), 위암(1.6%), 간암(0.7%) 순이다. 미국에서도 암은 순환기계 질환에 이은 두 번째 사망원인이며, 그중에서도 폐암으로 죽는 사람이 가장 많다.

매년 약 16만4000명의 미국인이 폐암에 걸리는데 그중 87%가 흡연과 관계 있다고 한다. 이준남 박사는 “세포 분열이 깨끗하게 이뤄지지 않을 때 여러 가지 암이 생길 수 있다”며 노화방지와 항암효과를 기대한다면 수퍼영양제를 통해 엽산을 보충할 것을 강조한다. 비타민B에 속하는 엽산은 시금치, 콩, 감귤, 녹황색 채소류에도 다량 함유돼 있다.

그는 비타민C에 대해서는 “중요한 영양분이지만 과다복용은 금물”이라고 충고했다. 비타민C는 산화방지, 항암작용, 항바이러스 작용, 면역력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지만 과다 복용하면 철분 생성을 증가시켜 암 등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타민D는 동물성 비타민인 D3 섭취가 특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식물성인 D2는 체내에서 빨리 빠져나가는 데 비해 우유, 간, 생선, 버터, 달걀 등에 함유된 비타민 D3는 골다공증, 암 예방 등에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생애(生涯) 현역’을 생각해야 할 때프라스카 박사는 100년 인생설계를 위한 건강관리 시스템으로 셀프케어(자기관리)-헬스케어(건강관리)-크라이시스 케어(긴급치료) 3단계를 설정하고 있다. 스스로가 몸과 마음을 관리하는 셀프케어는 하루하루 선택의 문제다. 매사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내면을 돌이켜보는 명상의 시간을 갖고 운동을 습관화해야 한다.

몸에 좋은 음식과 깨끗한 물,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도 셀프케어의 하나다. 셀프케어는 하루아침에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건강한 100세 인생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의식적으로 꾸준하게 셀프케어를 실행해야 한다. 헬스케어는 셀프케어와 달리 혼자 힘으로는 곤란하다.

예컨대 전문가의 마사지는 근육과 임파선의 시스템을 건강하게 유지하며 스트레스가 체내에 축적되지 않게 한다. 척추와 신경 시스템을 균형 있게 유지시켜 주는 지압사나 근력과 지구력, 균형 잡힌 체형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헬스 트레이너 등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좋다. 헬스케어는 신체와 정신의 조화로운 행복, 그리고 면역력을 포함한 체력을 증강시키는 것이다.

셀프케어와 헬스케어를 병행한 일상적인 자기관리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병에 걸렸을 때는 위기관리에 대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의료과학이 발달한 요즘에는 사망원인이 되는 질병 대부분을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할 수 있다. 장수하기 위해서는 병에 걸렸을 때 치료하는 것보다 조기에 병을 찾아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예컨대 가족 중에 심장병 환자나 암 환자가 많은 사람이라면 정기적으로 관련 질환에 대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프라스카 박사가 강조하는 3단계 건강관리 시스템은 우리가 평소 너무 자주 듣는 말이라서 식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3단계를 충실하게 실천하는 사람만이 건강한 센터내리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장면: 서울 양재동의 한 음식점. 70년대 말 부산에서 함께 고등학교를 다녔던 중년들이 동창회 모임을 갖는다. K증권사 지점장인 성기재(가명)씨가 먼저 말을 꺼낸다.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는 부장급은 1960년생 이상, 이사급은 1957년생 이상 다 잘랐어. 난 1961년생이라서 살아남았지. 앞으로 언제 잘릴지 몰라 걱정이야.”

이 말을 들은 H은행 홍기삼(가명) 지점장은 “정년까지 간다 해도 나머지 인생 뭘 하고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해”라고 공감을 표시한다. 옆에 있던 무직의 한기봉(가명)씨가 소주잔을 치켜들고 이렇게 말하며 허탈해 했다. “야, 술이나 마시자. 너희들은 그래도 아직 월급이라도 받지 않니. 난 백수 된 지 벌써 2년째다.”

이는 내년에 50세가 되는 80학번들의 실제 동창회 모임 장면이다. 이들은 대부분 50세 전후. 잘하면 55세쯤 퇴직해 80세까지 산다고 생각한다. 퇴직한 후 나머지 25~30년 인생에 대한 대책 없어 전전긍긍하는 게 오늘날 중년 직장인들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80년 우리나라 인구는 3812만 명. 이 중 65세 이상은 146만 명이었다. 전체 인구의 3.8%에 불과하다. 당시만 해도 60세쯤 회사를 퇴직해 10여 년 노후를 살다가 세상을 떠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09년인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고독한 인생을 피하는 방법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 중 10.3%인 502만 명으로 늘어났다. 예상수명은 점점 길어지는 반면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점점 짧아진다. 41년 후인 2050년이 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전체 인구의 38.2%인 1616만 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사회가 도래한다. 100세 인생을 충실하게 살기 위해 건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생산적 활동’이다.

이제 사전에서 ‘정년퇴직’이니 ‘은퇴’니 하는 말들을 지워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국가가 개인의 노후를 책임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된 개인은 ‘생애(生涯) 현역’으로 일할 각오와 준비를 해야 한다. 개인의 생산적 활동은 돈뿐만 아니라 삶의 동기를 부여한다.

프라스카 박사는 ‘은퇴’라는 말 대신 ‘개량’이라는 말을 쓸 것을 권장한다. 인생의 각 단계에 맞춰 라이프스타일을 개량해 새로운 인생목표를 세우라는 것이다. 100년 인생설계는 일과 놀이와 휴식의 균형을 잡으면서 삶에 대한 정열의 불꽃을 계속 피우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충실한 100세 인생을 위해 건강과 돈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는 원만한 인간관계다. 고독한 인생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인간관계 역시 건강이나 돈과 마찬가지로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의식적으로 시간을 들여 노력해야만 원하는 인간관계를 얻을 수 있다. 충실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첫걸음은 자기 자신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매력을 느낄 리 없다. 그 다음은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다. 대부분의 사람은, 가족과 친구라면 자신을 지원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프라스카 박사는 고독한 노후를 피하는 방법으로 ‘포위형 서포터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조언한다. 생활의 전반에 걸쳐 자신을 지원해 줄 조직적인 인간관계를 말한다. 돌발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간관계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포위형 서포터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세대를 뛰어넘는 폭넓은 인간관계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생을 밝게 바라보는 긍정적이고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계속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공부하는 평생학습은 자신의 커리어를 보강해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폭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인생 70년’을 전제로 프로그램된 사회 시스템이나 개인의 의식은 이제 낡은 것이다. ‘센터내리언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이때 당신의 나이가 50이라면 태양이 중천에 떠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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