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rld view] 이번 불황의 승자는 중국
1년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협력해 글로벌 경제를 살렸다. 2008년 10월을 기억하는가? 리먼브러더스가 사라졌고 AIG는 휘청거렸으며 모든 은행의 재무기반이 무너졌다. 전 세계의 신용이 얼어 붙고 무역이 중단됐다.
이어 워싱턴을 시작으로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은행 긴급융자, 구제조치, 재정적 경기부양책, 그리고 무엇보다도 금융완화가 잇따랐다. 이런 조치들이 불황을 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위기의 여파로 심각한 경기둔화가 초래돼 전 세계 모든 나라가 타격을 받았다.2009년의 최대 경이는 인도·중국·인도네시아 등 대형 신흥시장이 경제의 활력을 잃지 않고 곧바로 정상을 회복한 일이다. 특히 중국은 멀쩡한 정도가 아니라 호황을 누리기까지 한다.
중국 경제는 올해 8.5% 성장이 예상되며 수출은 2008년 초 수준을 회복했고 외환보유액은 2조3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으며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다음 단계의 대대적인 인프라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이는 상당부분 효과적인 정부 정책 덕분이었다. 세계적인 사모펀드 회사 워버그 핑커스의 최고경영자 찰스 케이는 오랫동안 홍콩에서 거주했다.
그는 몇 달 전 중국을 다녀온 뒤 내게 이렇게 말했다. “다른 나라 정부는 모두 위기가 닥치자 자신들의 약점을 보호하며 방어적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중국은 오히려 공격적으로 치고 나갔다.”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의 승자는 베이징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서방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가 이번 위기를 맞아 허둥지둥 했다.
각국 정부가 지출이 너무 많아 거액의 적자에 허덕이던 참에 경제를 안정시키려고 부양자금을 마구 풀면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3년 전 유럽국가들은 예산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유지해야 유럽연합(EU) 회원 자격이 주어졌다. 내년에는 많은 나라의 적자가 GDP의 8% 선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의 적자는 백분율로 따져볼 때 2차 대전 이후 어느 시점보다 불어날 듯하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중국의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예산이 흑자 상태였으며 경제 과열을 막으려고 금리를 올리던 참이었다. 은행들은 개인소비 지출과 과도한 신용을 억제했다. 따라서 위기가 닥쳤을 때 중국 정부는 교과서적인 정책을 도입해 성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금리를 인하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신용을 완화하고 개인소비 지출을 장려했다. 경기확장기에 고삐를 조였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제 경기수축기를 맞아 정상적인 부양책을 쓸 수 있게 됐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내용도 남다르다. 미국의 재정지출은 대부분 보조금·임금·건강보험 등의 형태로 소비에 맞춰져 있다.
중국의 부양책은 상당부분 인프라와 신기술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된다. 지난 10년 동안 1류 거점도시를 위한 21세기 인프라 구축을 마친 중국 정부는 이제 2류 거점도시들을 위해 유사한 기반시설을 구축하려 한다. 중국은 앞으로 2년간 철도, 주로 고속철도 건설에 200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베이징~상하이 노선이 완공되면 양 도시 간 여행시간이 10시간에서 4시간으로 단축된다. 반면 미국은 10여 개의 프로젝트에 200억 달러 미만의 예산을 나눠 배정했으니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물론 철도뿐이 아니다. 중국은 향후 10년간 7만여km의 도로와 100개의 공항을 신설할 계획이다.
중국은 해운분야에서도 세계의 선도국이 됐다. 상하이와 홍콩 등 중국의 두 도시가 세계 3대 항구에 올랐다. 수입석유에 의존하는 중국은 이 문제에도 상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처한다. 현재 태양 에너지, 풍력, 전지 기술 투자액이 미국보다 더 많다. 투자은행 라자드 프레레스의 조사에 따르면 이 분야의 시가총액 상위 10개사 중 4개가 중국 기업이다(미국 기업은 3개).
고등교육에도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진다.“중국 경제가 전례 없는 속도로 성장을 계속한 지난 10년 동안 서방 전문가들은 대부분 계속 중국이 언제 쓰러질지 만 따졌다”고 중·미 관계를 다룬 신저 ‘초융합(Superfusion)’의 저자 자카리 카라벨이 말했다.
“이제 중국이 이번 위기를 돌파하고 솟아오르는데도 그들은 중국의 상승세가 언제 꺾일지 만 점치는 듯하다. 마치 눈 앞의 현실을 목격하면서도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격이다.” 국가개입·시장·독재 그리고 효율성이 묘하게 뒤섞인 중국 경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 그만 중국의 실패를 기대하던 습관을 버리고 그들의 성공을 이해하고 적응하려 노력할 때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Klout
Klout
섹션 하이라이트
섹션 하이라이트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 모아보기
- 일간스포츠
- 이데일리
- 마켓in
- 팜이데일리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겁에 질린 여학생 줄행랑…대학생들 ‘정신 나간’ 이 챌린지 뭐길래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일간스포츠
이데일리
이데일리
“강원래와 이혼 잘했다” 악플에 김송 분노 “욕도 아까워”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재명 제시했던 '코스피5000'…한국 증시 상승 조건은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EU있는경제]투자만이 살 길…PE 규제 허물고 반등 노리는 英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동물실험 폐지 명암] 투심 쏠린 토모큐브, 빅파마가 주목하는 까닭①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