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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파일공유’가 e북 싹을 자를까?

불법 ‘파일공유’가 e북 싹을 자를까?

▎아이리버는 9월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를 출시했다.

▎아이리버는 9월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를 출시했다.

전자책(e북)은 단말기가 속속 발표됐지만 시장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전자책 시장이 벌써부터 해적판(海賊版), 즉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불법 복제된 콘텐트를 걱정하고 있다.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에 접속하면 오래전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테디셀러는 물론, 최근 출간된 화제작까지 해적판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양장본 형태 그대로 페이지마다 스캔 받은 파일도 있고, e북 단말기에서 읽을 수 있는 텍스트 파일도 있어 골라보는 재미까지 갖췄다. 뉴욕타임스는 전 세계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지난달 15일 출간된 댄 브라운의 『잃어버린 상징』이 선보인 지 채 열흘도 되지 않아 인터넷에 디지털 해적판이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요즘 인기를 끄는 래피드셰어(RapidShare) 같은 파일공유 사이트에 이 책의 불법 복제본이 버젓이 올라와 유통되고 있다는 것. 그 숫자도 각기 다른 11개의 인터넷사이트에 모두 166개나 되고, 그중 102개 파일이 래피드셰어에 등록돼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1999년 전 세계 음반산업계를 공포로 몰았던 ‘냅스터(Napster·MP3 파일공유 사이트)’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을 전했다.



책 파일공유 사이트 벌써부터 기승이 우려를 놓고 미국 출판계와 네티즌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출판업계는 이렇게 손쉽게 해적판을 구할 수 있는데 누가 259달러나 하는 아마존의 e북 단말기 킨들(Kindle)을 구입한 뒤, 권당 9.99달러를 주고 번거롭게 e북 정품 파일을 내려받겠느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유통 통로가 되는 래피드셰어를 지적하며 당장이라도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티즌들은 언론보도가 해적판을 구하는 방법을 친절하고 자세히 가르쳐줬다며 비아냥댔다. 관련 기사는 블로그나 요즘 뜨는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에 퍼나르면서 수없이 확대·재생산됐다.

덕분에 300만 명의 이용자를 갖고 있는 래피드셰어는 10페타바이트(1페타바이트=100만 기가바이트)가 넘는 서버 용량을 조만간 더 확충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왔다. e북 해적판에 대한 출판업계의 걱정은 다소 이른 감은 있지만 설득력 있는 근거를 갖고 있다.

미국출판협회(AAP)에 따르면 양장본 형태의 서적 판매시장은 2008년에 이미 13%나 감소했고, 올해도 지난 7월 말까지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반면 e북 시장은 그 규모가 미미해 판매액을 다 합쳐도 8150만 달러에 머물고 있다. 전체 출판시장의 1.6% 수준이다.

출판업계는 양장본 서적의 판매량 감소액 상당수가 해적판 전자책으로 흡수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AP는 디지털 형태로 불법 복제된 서적 파일이 이른 시일 안에 전체 출판시장의 20∼30%까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출판시장도 MP3가 등장한 이후 음반시장이 겪었던 쇠락의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를 막기 위해 메이저 음반사가 냅스터를 법정에 세웠던 것처럼 출판업계도 래피드셰어와 한바탕 소송전을 벌일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출판업계 스스로도 회의적이다.

에드 매코이드 AAP 이사는 “래피드셰어에 해적판 유통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공문을 보냈더니, 그들은 파일 그 자체만 거래를 중개하는 것이지 공유된 파일 내용은 알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는 답변이 왔다”고 말했다.



“불법복제가 전체 시장의 30% 잠식” 전망

음반업계가 냅스터와 싸웠던 초기의 논점을 그대로 재현하는 셈이다. 출판업계가 소송에 기력을 쏟아 부을 동안 제2, 제3의 래피드셰어가 나와 소송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던 전례를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전문가들은 출판업계가 e북 시장을 표준화·양성화하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e북 콘텐트 규격의 표준화다. e북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아마존은 AZW라는 표준을 사용하고 있다.

경쟁사인 반스앤노블은 PDB를 사용한다. 두 회사는 각기 다른 표준을 내세워 단말기까지 직접 만들어가며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뒤늦게 시장에 진출한 소니·삼성전자·아이리버 등만이 출판협회가 만든 표준 포맷 e-PUB를 채택했다.

더 큰 문제는 e-PUB가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불법복제를 방지하고 유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DRM을 출판업계가 힘을 모아 본궤도에 올려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전자책 시장 관계자들은 음반업계가 냅스터와 소모전을 벌이는 동안 애플이 아이튠스를 통해 MP3 음악파일을 유료화한 사례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최근 한국형 e북 단말기 ‘스토리(Story)’를 내놓고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군호 아이리버 사장은 “결국 출판업계의 살길은 저작자, 단말기 제조업체, 유통업체와 손잡고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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