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T 남용 시대
아들이 축구를 하다가 뇌진탕을 일으켰다면 대개 아이의 뇌가 괜찮은지 컴퓨터 단층 촬영(CT)을 원한다. 부모라면 누가 그러지 않겠나? 응급의료 전문의이자 아비로서 양쪽 모두의 생각을 잘 안다. 최근 나타샤 리처드슨(배우 리엄 니슨의 아내로 역시 배우였다)의 사망 후 머리 부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부쩍 늘었다.
예전 같으면 진통제 몇 알을 먹고 말았을 환자들 말이다. 리처드슨은 스키를 타다가 머리를 부딪쳤다.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사망했다. 섬뜩한 이야기다. 몇 주 전 축구를 하다가 머리 뒤를 부딪친 열다섯 살 소년을 치료했다. 처음엔 정신을 잃진 않았지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고 질문에 답변이 느렸다고 했다.
내가 그 환자를 봤을 때는 두통이 약간 있었지만 정신에는 문제가 없었다. 메스꺼워하지도 않았고, 동공도 제대로 반응했다. 신경 검사 결과도 정상이고, 외상도 없었다. 가벼운 뇌진탕이었지만 그의 부모는 뭔가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걱정했다. CT를 하면 두개골 골절과 내출혈이 나타나지 않을까?
부모에게서 많이 받는 질문으로 사실 심각한 얘기다. 그러나 이 소년의 경우는 생명을 위협하는 부상일 가능성이 매우 작았다. CT가 완전히 무해하지는 않다. 방사선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부의 추정으로는 한 차례의 CT로 암에 걸려 사망할 장기적 위험은 1000명 중 1명꼴이다.
어린 환자일수록 위험 부담이 더 크다. 정상적이라면 나이가 많은 사람에 비해 더 오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간 CT 촬영은 6000만 건 이상이다. 6명 중 거의 한 명꼴이다(1980년엔 3000만 건이었다). CT의 비용이 최근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비용이 반드시 문제는 아니다. CT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의사가 비용 때문에 포기하지는 않는다.
소송을 당하지 않고 싶다고? 그럼 CT를 지시하라.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응급의료 전문의 다수는 그렇게 했으리라. 하지만 나는 환자와 부모에게 차근차근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경청했다. 결국 CT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 소년의 소아과 의사에게 다음날 아침에 뇌진탕 후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는 ‘충격 검사’를 권했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그런 대화는 좀 더 자주 필요하다. CT 만류는 ‘의료 배급(rationing)’이 아니라 타당한 의학적 조언이었다. 내 생각에는 환자에게 미치는 잠재적인 피해가 이득보다 컸다. 그 환자는 지금 아무런 문제 없이 학교에 잘 다닌다. 하지만 몸이 서로 부딪히는 접촉 스포츠는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
[필자는 예일대 의과대학원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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