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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조 정능력 평가 받았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조 정능력 평가 받았다”

▎지난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지난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지난 9월 24, 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내년 11월 G20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국제 사회에서 날로 높아가는 한국의 위상을 단적으로 입증할 ‘대사건’이라 할 만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9월 30일 특별 회견을 통해 “G20 회의 유치는 한마디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회견 서두에서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가 인정할 만큼 위대하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어서다”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해외 언론도 한국의 G20 정상회의 개최지 선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새로운 조직이 경제의 리더십을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블룸버그는 “세계 지도자들이 국제경제 문제를 조정하는 회의를 G8에서 G20으로 대체하기로 했다”며 “이는 선진 부국에서 신흥국가로 권력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AFP는 “내년 G20 정상회의에서 앞으로 어느 나라가 G20에 참여하고 얼마나 자주 개최할지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열리는 G20 회의가 향후 운영 방향을 정할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신화통신도 “시간이 지나면서 선진국들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인용하면서 “국제금융 구도에서 권력관계 변화를 의미하는 중대한 전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의 인터넷 뉴스 포털 환치우왕(環球網)은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G20 1차 회의 때 이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막기 위해 향후 1년간 무역·투자 장벽을 추가로 쌓지 말자는 ‘스탠드 스틸(Stand Still·현상유지)’을 제안해 공동선언문에 반영시키는 등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가교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4월 런던 2차 회의에서도 한국은 외환위기의 경험을 토대로 부실자산 처리에 관한 국제 원칙을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고 상기시키며 “이런 노력이 바탕에 깔려 G20 회의 개최가 성사됐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올해 미국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주목 받은 성과는 G20이 G7, G8을 대체하는 글로벌 경제협의기구로 부각됐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존 립스키 수석부총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G20 정상회의는 그동안의 경제 변화를 반영한다”며 “이젠 역동적인 신흥국들 없이는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신흥국들이 세계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G7, G8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인식이 커졌고 정치적 신뢰를 얻지 못했다”며 “금융위기가 G20의 등장을 몇 년 앞당겼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월 19일 한·미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두 정상이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의 성과를 평가하고,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의 이행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2010년 11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 자리에서 “우리는 G20을 통해 세계 경제를 구했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며 “한국은 내년에 G20을 주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G20에 포함된 아시아·태평양 6개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이 회의를 주최하게 된다.

G20 한국 개최의 의미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G8을 대신하는 G20이 세계 경제 리더십의 새로운 개편과정을 예고하는 분수령이 된 시점에서 이뤄지는 첫 번째 회담이 되기 때문이다. 브루킹스연구소 콜린 브래드포드 선임연구원은 “국제경제 협력과 다자간 결정구조, 글로벌 조정을 위한 새로운 구조가 마련됐다”며 “G7, G8 위주로 운영하면서 발생한 글로벌 리더십의 공백이 메워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G20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가 결정된 이후 해외 언론들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도 주목했다. AP, 로이터 등은 9월 26일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에서 열리는 정상회의가 G20 포럼 제도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 대통령은 세계 최강 국가들의 클럽인 G7이 대체로 협의체 역할을 해온 반면 G20은 구체적인 조치를 채택하고 그것들을 이행하게 되리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AFP도 9월 30일자 서울발 기사를 통해 “내년 11월 G20 정상회의가 개최될 때쯤 세계는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분명히 탈출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며, 각국 지도자는 내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로 성장지속 및 글로벌 경제 불균형 시정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했다.

올해 피츠버그 회의의 가장 큰 이슈는 G20 정상회의를 세계경제 협력을 위한 최상위의 포럼(premier forum)으로 지정하고, 2011년부터 연 1회로 정례화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이 보호무역 저지에 대한 합의를 제안해 긍정적인 결론을 이끌어낸 점은 가장 큰 업적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는다.

한국 정부는 또한 개도국과 신흥국에 도움을 주면서 세계경제의 위기 극복과 지속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재원을 늘리고 그 기능을 강화하는 데도 선도적 역할을 했다. 결국 내년도 G20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는 국제사회가 미국과 유럽, 그리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한국이 조정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 점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 정부가 정해진 어젠다를 무비판적으로 추구했던 과거 관행을 떨치고, 어젠다 개발 등에 적극 나서면서 관련국가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리더십을 발휘한 결과이기도 하다. G20 회의는 애당초 2007년까지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의 회의로 시작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2008년 11월 미국 워싱턴 회의부터는 각국 정상이 참여했다. 2차 정상회의는 2009년 4월 런던에서 열렸고 지난 9월 피츠버그 3차 정상회의에서는 ‘최상위 포럼’으로 격상됐다. 내년 한국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엔 참가국 정부 및 국제기구 대표단 참석인원만 3000명이 넘으리라 예상된다.

여기에 취재단과 경호인력까지 합치면 1만 명을 훌쩍 넘는다. 전문가들은 내년 정상회의 개최로 한국이 얻게 될 경제 파급효과를 6000억원 이상으로 예상한다.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어윤대 위원장은 G20 정상회의 한국개최에 대해 “한국의 경제력이 커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것보다 선진국과 개발국 사이에서 조정 능력을 높게 평가 받았다”며 “G20 유치는 한국 외교관계의 일대 전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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