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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향해 뛰는 ‘히든 챌린저’ (Hidden Challenger)11인

챔피언 향해 뛰는 ‘히든 챌린저’ (Hidden Challenger)11인

혁신 경영은 결코 말로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경영자의 확고한 철학과 실천 의지가 있어야 한다. CEO 혼자만은 안 된다. 조직이 따라줘야 한다. 그래서 혁신은 지난하다. 이코노미스트는 혁신 경영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11명의 경영인을 소개한다.
▎정상을 향한 도전엔 열정이 요구된다.

▎정상을 향한 도전엔 열정이 요구된다.

지난 수년간 많은 사람이 ‘기업가정신의 쇠퇴’를 아쉬워했다. 그것이 꼭 투자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어렵지만 변화를 모색하는 도전, 힘들지만 불황을 돌파해 가는 의지, 눈앞의 손익보다 기업의 중장기 목표를 향해 가는 경영자의 철학이 아쉬웠던 것이다.

기업가정신은 혁신을 통해 빛을 발한다. 혁신에 대한 정의는 많지만, 간단히 말하면 ‘변화를 위해 개선해가는 과정’이다. 때론 더디고 고된 그 과정을 통해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룬다.

그런 점에서 이코노미스트가 소개하는 11개 기업은 작지만 조용히 혁신 경영을 실천해가는 사례다. 대영제과제빵기계공업, 중앙대 건설대학원, 창조이엔텍, 제이스텝, 두리온, 제니엘, 페리오플란트, 탑네트워크, 유비티이엔, 와이에스썸텍, 천일알에프. 이들 기업이 베스트셀러『히든 챔피언』에 소개된 기업처럼 세계 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강소기업은 아니다.

규모는 크지 않고,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혁신 경영을 통해 챔피언을 향해 뛰는 ‘히든 챌린저(Hidden Challenger)’다.

헤르만 지몬은 ‘히든 챔피언’의 기준을 이렇게 정했다. ▶전 세계 시장을 지배한다 ▶눈에 띄게 규모가 성장하고 있다 ▶생존 능력이 탁월하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다국적 기업과 경쟁한다 ▶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기적을 이룬 기업은 아니다.

11곳의 ‘히든 챌린저’는 이 기준에 따르면 적어도 세 가지는 충족한다. 생존 능력이 있고, 성장하고 있으며, 대중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머지 세 가지 기준을 지향한다. 세계 시장을 노리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준비하며, 성공을 향해 뛰고 있다는 것이다. 챔피언이 못 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혁신 경영이란 어떤 의미일까? 이종수 페리오플란트 공동대표는 “작은 차이가 혁신을 만든다”고 했다. 작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과 노력이 전부를 바꿀 수 있는 시작이라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생각으로 승부조기호 대영제과제빵기계공업 대표는 “고객을 떠나서는 어떤 혁신이나 우수한 기술도 의미가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고객이 곧 혁신의 이유라는 얘기다. 강동신 와이에스썸텍 대표는 “항상 깨어있는 것”이라고 했고, 최승래 유비티이엔 대표는 “열정과 열의”를 말했다.

종합하면 ‘고객을 위한 작은 차이를 이루기 위해 열정과 열의를 갖고 항상 깨어있는 것’이 곧 혁신 경영의 정신이다. 실제로 11곳의 기업들은 그런 길을 걸어왔다. 먼저 두리온. 이 회사는 한국판 앱스토어인 ‘프로그램베이’를 운용한다. 프로그램베이는 개발자와 소비자가 자유롭게 PC용 소프트웨어(SW)를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장터다.

이경식 두리온 대표는 열악한 한국 소프트웨어 시장을 20년간 지켜보다 이 사업을 시작했다. 개발자는 가난하고, 유통구조는 비정상적인 기존 시장과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 반응은 뜨거워 오픈 6개월 만에 고정 고객이 10만 명을 넘었다. 국내 인력 아웃소싱 업계 1위인 제니엘의 경우 단순 인력만 공급하던 기존 시장을 탈피한 것이 성장 비결이었다.

박인주 제니엘 회장은 “기업에는 전문성과 효율성을, 구직자에게는 일에 대한 전문지식과 동기를 제공하는 특화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설립 이후 500여 개 회사에 1만여 명의 맞춤인력을 제공했다.

IT 전산센터 인프라 구축이 주력인 유비티이엔은 업계에서는 미천한 경력인 7년차의 회사지만, 그동안 국내 주요 유비쿼터스 도시 프로젝트와 대기업 IT 인프라 구축 사업을 수주하며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 회사는 직원이 17명뿐이지만 사내에 개발연구소를 운용하면서 기술력의 차이가 기업을 어떻게 성장시키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제과제빵기계 분야에서 최고참급 기업인 대영제과제빵기계공업은 30여 년 전 “외산보다 우수한 기계를 만들겠다”는 조기호 대표의 창업정신을 실천한 곳이다. 현재 이 회사의 제품은 글로벌 제빵업체인 뚜레쥬르와 파리크라상에 납품된다. 와이에스썸텍은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해 경영자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이 회사는 공업용 열처리로(爐) 설비 제조업체다. 전형적인 중후장대형 굴뚝산업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서서히 미래산업 분야로 방향을 틀고 있는 중이다.

강동신 대표는 “기존 사업은 수급이 일정치 않고 굴곡이 많은 편이어서 신수종 사업 개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최근 LED용 방열기판인 MPCB(Metal PCB)의 차세대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포기하지 않고 한 길을 가는 저력과 열정이 어떤 힘을 갖는지 말해주는 기업도 있다.



한 길을 걷는 저력

탑네트워크가 그렇다. 삼성전자 출신인 김용문 대표가 세운 이 회사는 2007년 대기업과의 계약 불발로 부도를 맞았지만 극적으로 회생한 곳이다. 회생의 열쇠는 기술이었다.

이 회사가 지난해 개발한 휴대전화 내장용 PDS안테나는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 3대 휴대전화 메이커에 공급된다. 30년간 기구설계 분야에 전력해온 김용문 대표 뚝심의 결과다. 자칫 사라질 뻔한 회사는 18명이던 직원이 130명으로 늘었고, 내년 50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20년간 전파 음영지역을 뚫는 역할을 해 온 천일알에프도 박수받을 만하다. 이 회사는 지하 통합 무선중계시스템, AM/FM 재방송 중계시스템, 비상방송시스템 등이 주력 제품이다. 터널이나 지하차로가 사업 현장이다. 시장은 크지 않고, 직원들은 오지를 찾아 다니는 것이 일이다.

하지만 이이용 천일알에프 대표는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전문회사의 자존심을 걸고 고품질 전략을 고수할 것”이라며 “백년 기업을 만들기 위해 내실을 기하며 천천히 성장한다는 것이 경영 원칙”이라고 말했다. 불같이 일어나야만 혁신이 아니다.

이 밖에 건축 전문 기술인 양성을 목표로 1970년대부터 독보적인 교육시스템을 도입해 온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기존 임플란트의 단점을 지독한 연구로 보완한 페리오플란트, 기술 혁신을 통해 건축설비 분야 상위그룹 진입을 노리고 있는 창조이엔텍, 파동육각수로 기존에 없던 물 시장을 개척해 가는 제이스텝 모두 혁신의 힘을 믿고 있는 ‘히든 챌린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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