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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도 나눔도 ‘Good Shot’

실력도 나눔도 ‘Good Shot’

▎신한동해오픈에 참가한 최경주(가운데), 양용은(오른쪽) 선수가 김만덕 기념사업회(위원장 고두심)에 나눔쌀을 기증했다.

▎신한동해오픈에 참가한 최경주(가운데), 양용은(오른쪽) 선수가 김만덕 기념사업회(위원장 고두심)에 나눔쌀을 기증했다.

사회 공헌에 헌신적인 스포츠 스타가 많지만 골프 스타의 나눔 활동이 유난히 두드러진다. 골프가 개인 스포츠인 데다 대회별 상금 규모가 크고 각종 스폰서 계약으로 해마다 많은 돈을 버는 게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기부를 많이 하는 것은 아니다. 나누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골프 스타의 나눔은 아름다운 일이다.



기부 물꼬 튼 박세리

선수뿐 아니라 기업들도 골프를 이용한 다양한 마케팅으로 ‘나눔 경영’을 펼치는 곳이 많다. 골프 대중화가 꽤 이뤄졌지만 아무래도 상류층이 많이 즐기는 스포츠여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까닭이다.

국내 골프 스타의 기부문화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진출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물꼬는 박세리(32)가 텄다. 1998년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세리는 LPGA투어를 주름잡으면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박세리는 “미국은 번 만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우리는 남을 돕는 게 왠지 쑥스럽고 어색한 느낌이 들어 망설이기도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돈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미국 진출 이후 해마다 수 천만원에서 수 억원대의 성금을 불우이웃을 위해 내놓았다. 모 시상식장에서 받은 상금 1억원을 백혈병 등 불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 6명의 수술비로 전달하기도 했다. 박세리의 뒤를 이어 미국에 진출한 김미현(32)도 해마다 상금 일부를 불우이웃 기금으로 내놓았다.

김미현은 2007년 LPGA투어 셈그룹 챔피언십 대회에서 우승해 받은 상금 21만 달러 가운데 절반인 11만 달러를 캔자스주의 토네이도 이재민에게 써달라며 쾌척했다. 김미현은 “당시 토네이도로 집과 건물이 초토화된 사진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어 성금을 내놨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2000년대 들어 한국 낭자들의 미국 진출이 봇물을 이루면서 한국 선수들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 미국 내 기부 행사에도 적극 참가했다. 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국 선수 30명은 2009년 7월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의 로널드 맥도널드 하우스 채러티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집 청소, 화단 정리, 빨래하기 등 두 시간 넘게 힘든 일을 했다. 이곳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동 환자들이 입원하는 보호 시설이다. 한국 선수 47명 전원이 참가해 성금 1만5000달러를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2009년 시즌 LPGA투어에서 신인왕과 상금왕 타이틀을 거머쥔 ‘골프 지존’ 신지애(21)는 국내에서 활동할 당시 ‘파이널 퀸’이나 ‘역전의 명수’ 등으로 불렸다. 하지만 요즘은 ‘기부천사’로 더 유명하다.



불우 청소년에 각별한 신지애

데뷔 초부터 해마다 수 천만원씩 불우 청소년 장학금이나 불우이웃돕기 등에 성금을 내왔고, 2008년 9월에는 경기도 용인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2400만원어치의 쌀과 지원금을 건네기도 했다.

2009년 10월 KLPGA투어 하이트컵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뒤에는 난치성 어린이 환자를 돕는 데 써달라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후원금 3000만원을 전달했다. 신지애는 특히 불우 청소년에게 애정이 많다.

중학교 3학년 때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여읜 신지애는 풍족하지 못한 환경에서 프로 골퍼의 꿈을 키웠다. 그러다 보니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청소년에게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신지애는 “어려울 때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며 “프로가 되면서 기부활동에 적극 동참하기로 아버지와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재능은 있는데 가정 형편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청소년들을 돕고 싶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공하면 재단을 설립하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최경주의 통 큰 기부 행진골프 선수 가운데 기부를 말할 때 ‘탱크’ 최경주(39)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인 최초로 PGA투어에 진출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최경주는 기부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PGA투어에 진출하면서 다짐한 목표 중 하나가 어려운 이들을 돕는 재단을 세우는 것이었다. 최경주는 PGA투어 진출 5년 만인 2007년 11월 마침내 목표를 이뤘다.

재단을 설립하기 전에도 PGA투어 상금과 광고 수익 대부분을 기부해 온 최경주는 자신의 상금과 후원인단을 모아 ‘최경주 재단’을 출범시킨 것이다. 최경주는 2009년 시즌 PGA투어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시즌 상금 268만 달러로 랭킹 16위에 올랐지만 2009년에는 96만 달러로 93위에 머물렀다.

수입이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의 기부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최경주는 서울 신월동 아동센터 건립기금 1억7500만원, 제주지역 보육기관 1억원, 골프 꿈나무 지원 1396만원, 행복나눔재단 1억원 등 4억7500만원과 미화 16만 달러(약 1억8000만원) 등 6억5500만원을 국내외 개인 및 단체에 기부했다.

재단 수익금과 사재로 마련한 것이다. 97년 결손가정 어린이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 시작한 최경주는 12년째 자선단체인 ‘부스러기 사랑 나눔회’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경주는 연말연시뿐 아니라 자연재해, 대형 인명사고 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2002년 태풍 루사로 수해가 발생했을 때는 6000만원의 수재의연금을 냈고, 2006년 인제·평창에 물난리가 났을 때도 KPGA 신한동해오픈 대회에서 받은 상금 전액을 기부했다.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 당시 피해 가족에게 선뜻 3억원을 내놓아 훈훈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동양인으론 최초로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용은(38)도 2009년 4월 혼다클래식에서 우승한 후 상금 중 1억원을 최경주 재단에 쾌척해 제주지역 불우 어린이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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