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계를 움직이는 최고경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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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라스베이거스 전자쇼서 말문 연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삼성도 까딱 잘못하면 10년 후 구멍가게 된다”이건희(68) 전 삼성 회장이 모처럼 말문을 열었다. 2008년 4월 경영은퇴 선언 후 1년 9개월, 작년 말 사면 후 열흘 만의 공개 발언이다. 장소는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쇼(CES 2010)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시간은 9일(현지 시간) 낮 12시 55분쯤부터 1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이날 그는 중국과 일본, 국내 경쟁업체의 전시장을 일일이 돌아보며 취재기자들이나 삼성전자 핵심 경영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리 말을 준비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우선 말을 나누는 분위기가 종전과는 사뭇 달랐다. 장소 자체가 혁신 전자제품으로 소비자들과 ‘소통’을 나누는 열린 전시공간이었다.
삼성그룹이나 전경련 회의장 등 제한된 공간에서 자신의 말을 했던 종래 패턴과는 달리 생동감이 넘쳤다. 또 온 가족(부인과 아들·딸 등)과 함께 여러 부스를 돌아보며 말을 했다. 마치 ‘가족 나들이’를 나온 분위기 같았다. 불과 열흘 전 단독 사면·복권돼 부담을 던 때문인지 풍기는 느낌도 가볍고 유쾌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그가 사면을 계기로 주목 받는 열린 공간에서 국민과 삼성 고객에게 일종의 고마움을 표시하는 스킨십을 했다고 풀이했다. 말도 평소와 달리 비교적 많이 했다. 주제도 삼성의 현재와 미래, 국가경쟁력, 자녀 경영수업,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문제 등 폭넓었다. 그런 만큼 많은 메시지를 남겼다.
이 전 회장의 말은 특색이 있다. 직설적이고 간결한 화법과 묵직하고 낮은 톤. 짧고 굵은 말 속에 담겨있는 무게감 있는 화두(話頭)-. 말은 많지 않지만 그가 모처럼 말을 했다 하면 상당한 폭발력을 지닌 채 우리 사회에 큰 화두가 되곤 했다. 기업인이지만 경제에 그치지 않고 국가사회 전반을 넘나들며 던지는 화두는 우리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번 라스베이거스에서 던진 화두는 ‘긴장감과 자신감’으로 요약된다. 우리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비교적 잘 헤쳐 왔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각 분야가 좀 더 정신 차려야 한다”는 화두를 던진 것. 경계심과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민·정부 다 힘을 합쳐서 한쪽을 보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 그 길밖에 없다”며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자기 위치 쥐고 가야 변화무쌍한 21세기 견뎌”한국의 1등 기업 삼성의 선장으로서 그가 지금까지 우리 사회와 삼성에 던져온 화두는 기억할 만한 것만도 여럿이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린다’(2002년 6월, 인재 전략 사장단 워크숍),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2007년 1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 등이 그것이다.
“(우리 사회) 각 분야, 좀 더 정신 차려야 한다”이날 그는 “기업뿐 아니라 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항상 국내에서의 자기 위치, 세계에서의 자기 위치를 쥐고 가야 변화무쌍한 21세기를 견뎌낼 수 있다”며 “(우리 사회) 각 분야가 좀 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될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이 전 회장 특유의 경계성 발언이다.
그는 이전에도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라는 그 유명한 ‘샌드위치론’을 폈었다. 삼성과 한국 경제에 위기의식을 불어넣는 발언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건 아무도 모른다. 정말 모를 일이다. 상상하기 힘들고”라며 “국민·정부 다 힘을 합쳐서 한쪽을 보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
그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은 우리 사회가 그에게 큰 기대를 거는 부분이다. 그래서 지난 연말 정부는 그를 단독 사면했다. 그런 여론에 부응하듯 이 전 회장은 전날 라스베이거스에 전·현직 IOC 위원들을 초청해 같이 식사하는 등 유치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부스에서 그는 TV·휴대전화·반도체 등 제품을 꼼꼼히 살폈다. 간혹 담당 사장들에게 질문을 하거나 설명을 들었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이 “TV 두께가 7㎜밖에 안 된다”며 새로운 LED TV를 소개했다. 그러자 그는 “일본이 곧 따라오겠지”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또 “금속 재질의 TV 테두리가 어린이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TV 사업부 윤부근 사장이 “모서리 쪽을 둥글게 처리해 다칠 염려는 없다”고 대답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면서도 삼성의 미래 신수종 사업 준비와 관련해서는 “턱도 없다.
아직 멀었다. 10년이 얼마나 긴 세월인가. 10년 전에는 삼성이 지금의 5분의 1 크기의 구멍가게 같았다. 까딱 잘못하면 삼성도 그렇게 된다”며 삼성의 분발을 재차 촉구했다. 그는 “나도 연구하고 각사 R&D팀도 공부해서 힘을 합쳐도 (미래 신수종 사업 준비에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업체 겁은 안 나도 신경은 써야 한다”그는 중국 가전업체인 하이얼 부스와 일본 파나소닉·샤프·소니 전시장도 자세히 둘러봤다. 소니 매장에서는 3D TV 시청용 안경을 쓰고 직접 3D TV를 관람했다. 그런 다음 자기 주머니에서 무테안경을 꺼내 최지성 사장에게 보여주며 “3D용 안경도 눈과 코가 편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 사장은 “(3D TV 출시 과정에서) 이번에 안경 공부를 많이 했다”고 응답했다.
이 전 회장은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에 대해 “겁은 안 난다. 겁은 안 나도 신경은 써야 한다. 일본보다 기초기술과 디자인에서 우리가 앞섰으며, 한번 앞선 것을 뒤쫓아 오려면 참 힘들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일본의 큰 전자회사 전체 10개보다 우리가 이익을 더 많이 내는데 얼마나 부담이 되겠나.
기업의 부담, 나 개인의 부담, 직원의 부담이 있다”는 말과 함께 “중국은 경쟁에 뛰어들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가 이처럼 삼성의 경쟁력이나 경영 성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높이 평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경영복귀 시기에 대해선 “아직 멀었다”이 전 회장은 “이런 전시회 참석은 처음인 것 같다. 이 쇼는 전 세계에서 제일 강한 사람뿐 아니라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다 모여서 서로 비교하고 분석해 보라는 취지로 열리는 것”이라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취재진과 수행원 때문에 많은 불편을 줄 수 있다”며 삼성 전시장만 둘러볼 것을 권유했지만 그는 달랐다.
당초 일정대로 관심 가는 해외업체는 물론 심지어 국내 경쟁사인 LG전자 전시장까지도 방문 순서에 넣었다. 들르는 곳마다 경쟁업체 제품들을 꼼꼼히 살폈다. 그는 전시회 참관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해외에 자주 나와야 되겠다. 한국에 갔다 와서 2주 정도 다시 나온다”는 말도 했다. 경영 복귀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멀었다”고 짧게 답변했다.
이 전 회장은 이날 가족 모두와 함께 전시장을 둘러봤다. 부인 홍라희 여사를 비롯해 장남 이재용(42) 삼성전자 부사장, 장녀 이부진(40)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전무, 차녀 이서현(37)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 등과 함께였다.
마침 이날은 이 전 회장의 68번째 생일이었다. 특히 그는 작심이라도 한 듯 두 딸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배려했다. 이 전 회장은 “우리 딸들 광고 좀 해야겠다”며 두 딸을 불러 양쪽으로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딸들 광고 좀 해야겠다. 아직은 어린애들”‘자식들이 든든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며 “내가 손을 잡고 데리고 다니는 걸 보라. 아직 어린애들”이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그가 “광고 좀 해야겠다”고 말한 두 딸의 근황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높아졌다. 재계는 이 전 회장의 이런 모습에 매우 주목하면서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올해 삼성전자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겨 그룹 경영일선에 배치한 이재용 부사장과 함께 능력에 맞춰 직위와 역할을 맡긴 두 딸에게도 3세 경영수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로 풀이한다. 최근 그룹기업 1, 2세 오너들이 능력이 있는 딸들에게도 경영권을 맡기는 추세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호텔신라에서 근무했던 이부진씨는 지난해 1월 호텔신라 경영전략담당 전무에 올랐다. 이어 지난해 9월부터는 주요 계열사의 하나인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전무도 겸직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호텔신라에서 경영전략 업무를 맡으며 익힌 서비스 분야의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 접목을 위해 그를 영입했다.
제일모직에서 일해 온 이서현씨는 언니보다 전무 승진이 1년 늦었다. 이번 연말 인사에서 제일모직 전무로 승진했다. 승진 직후 제일기획 전무 겸직 발령도 받아 업무 영역을 넓혔다.
제일기획은 연초 이 전무를 영입하면서 패션 부문에서 쌓아온 그의 경영 노하우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광고 분야에도 적용해 시너지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의 두 딸이 향후 삼성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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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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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한국도요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나카바야시 히사오(50)씨가 7일 취임했다. 신임 나카바야시 사장은 1982년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입사한 뒤 1987년부터 주로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을 담당했다. 지난해 6월 이 지역 영업실장을 맡은 이래 도요타 한국 출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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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증호 KB부동산신탁 대표 등KB금융그룹은 11일 KB부동산신탁 대표이사에 이증호(58·왼쪽) 전 KB금융 영업Ⅱ 부행장을 선임했다. 신임 이 대표는 국민은행 가계·소호여신 팀장, 국민은행 여신그룹 부행장 등을 거쳤다. 또 KB신용정보 대표이사에는 손광춘(54·가운데) 전 국민은행 상품그룹 부행장, KB데이타시스템 대표이사에는 이달수(58) 전 국민은행 영업그룹1 부행장을 각각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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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상구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 위원장남상구(64)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11일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 신임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대구 출생인 남 교수는 서울대 공대를 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증권거래소 비상임 이사, SK텔레콤 사외이사, 고려대 경영대학원장,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 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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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창환 영창악기 대표
영창악기는 서창환(53) 지원본부장을 12일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신임 서 대표는 동아고와 부산대 경영학과를 나와 1985년 현대차에 입사했다. 2003년 현대산업개발 상무, 2006년 현대아이파크몰 상무를 역임했다. 지난해부터 영창악기 지원본부장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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