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으로 상생문화 싹튼다
사회공헌으로 상생문화 싹튼다
무슨 일이든 벌이기는 쉽지만 꾸준하고 정기적으로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남을 도우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자원봉사의 삶도 마찬가지다. 기업에서도 경영자의 철학이 확고하지 않으면 사회공헌과 관련한 행사가 일회성으로 그치기 십상이다. 기부문화나 봉사활동이 아직 정착되지 못한 우리 사회에선 그마저도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러면 대기업이 넉넉한 자금을 활용해서 기부 중심의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중소기업은 회사의 기술 역량이나 시간을 투자해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라면 어떨까? 그동안 경제적인 사정이 녹록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시간과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할지 몰라 미리부터 자원봉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2007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소극적인 이유 가운데 ‘경제적’ 이유가 47.6%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몰라서’라는 응답이 23.8%를 차지했다. 이는 사회공헌활동을 늘리기 위해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소기업은 일반적으로 대중적인 브랜드나 기업 이미지가 부족하게 마련이다. 그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직접 판매하기보다는 공급망 안에 편입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명성, 회사 이미지와 관련된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도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런데도 최근 중소기업이 속속 사회공헌활동에 뛰어들어 주목을 끈다.
건설사업관리 전문기업인 한미파슨스(대표 김종훈)는 1996년 창사 이래 사회공헌 사업에 대한 창업자 의지에 따라 자원봉사활동이 뿌리내린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01년 9월 ‘사회공헌위원회’를 발족해 2002년 5월 사회공헌활동을 제도화했다. 현재는 전략기획팀에 사회공헌담당 직원이 상근한다.
그의 주요 업무는 전국 31개 자원봉사활동기관(서울 17개, 지방 14개)과 협약을 맺고 연중 활동계획을 수립하고 전 직원의 사회공헌 관련 업무를 관리하는 일이다. 한미파슨스는 매월 넷째 주 토요일을 ‘사회공헌의 날’로 정해 놓았다. 인트라넷에 그 주의 봉사기관을 띄우면 직원들은 원하는 지역에 봉사활동 참가신청을 한다.
주로 복지기관의 노후시설 개보수 작업, 도배, 그리고 몸이 자유롭지 못한 이웃의 목욕을 돕거나 산책이나 산행을 함께 한다. 대부분 직원들이 봉사기관을 자신의 거주지역과 가까운 곳으로 선택하지만 자신의 특기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기도 한다. 거주지에서 가까운 봉사기관을 택할 경우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이점도 있지만 지역주민과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가족과 함께 동참해 자녀들에게 봉사활동의 의미와 생활화를 체험하게 하는 학습효과도 크다. 이 회사 직원들은 매월 자신의 급여 가운데 1%를 사회공헌 기금으로 기부하기도 한다. 회사는 여기에 2%를 더해 총 3%의 금액을 사회공헌 기금으로 적립해준다. 직원들이 입사 초기엔 상사와 동료의 눈치를 보면서 ‘억지 봉사’를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의 사회공헌 취지를 금세 이해한다. 입사 3년 차인 박찬아씨는 “입사 전부터 한미파슨스가 사회공헌에 적극적인 회사라는 사실을 알고 회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회사를 평생교육의 장이라고 여긴다. “개인의 욕심은 끝이 없는데 봉사활동을 하면서 제 생활에 만족하고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생겼어요.”
해외 지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현지에서 사회공헌활동은 계속된다. 2000년 한미파슨스에 입사한 허진수 부장은 2008년 오만에 파견 근무를 나갔지만 현지에서 직원들과 봉사활동을 한다. 조선소 시공현장이 있는 소도시 두쿰 외곽지역에서 매월 도로주변을 청소하는 일이다.
주변이 사막지역인 이곳은 현지 주민들이 도로 주변에 쓰레기를 마구 버려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직원들이 청소를 시작한 뒤로 사막에서 인근 마을로 날아드는 쓰레기가 줄어들자 현지 주민도 이 일에 동참하게 됐다”고 허 부장이 말했다. 다쿰의 지역 경찰도 이 사실을 알게 된 뒤 도로 청소 날에는 차량을 통제하면서 도움을 준다고 한다.
한미파슨스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은 이익 창출만을 앞세운다는 고정 관념을 뛰어넘어 현지 사회에 나눔 문화를 심는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결국 회사에 이익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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