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세계 철강 가격 끌어올린다
인도가 세계 철강 가격 끌어올린다
지난 10년 넘게 인도의 재벌 락시미 미탈 아르셀로 미탈 회장과 라타 타타 타타자동차 회장은 경쟁하듯 해외 철강 생산업체를 사들이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이제 그들은 자국의 철강시장으로 눈길을 돌린다.
인도는 어느새 세계 철강의 4.6%를 생산하는 세계 5위의 철강 생산 대국이 됐다. 하지만 급증하는 국내 수요에 발맞춰 인도 제철 산업은 앞으로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약진 기대돼세계 최대 철강사이자 미탈 회장이 영국 런던에서 진두지휘하는 아르셀로 미탈은 현재 인도 내 생산체제가 없지만 조만간 66억 달러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며 추가로 두 개의 대형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한국의 포스코 역시 인도 오리사주에 추진 중인 120억 달러 규모의 제철소에 이어 7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해 카르나타카주에 새로운 제철소를 짓기로 합의했다.
현재 포스코는 먼저 뭄바이 인근 푸네 공단 등 인도 3곳에 철강가공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인도 오리사주에서 추진해 오던 일관제철소를 올해 안에 착공할 전망이다. 연간 생산량 12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지난해 포스코 전체 조강생산 규모(2950만t) 대비 3분의 1이 넘는다.
또한 포스코는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연간 45만t 규모 연속 아연도금 공장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질세라 일본의 JFE스틸 역시 합작 투자 형태로 인도 철강업계에 뛰어들 전망이며 니혼스틸도 투자를 검토 중이다. 글로벌 철강기업 타타스틸은 이미 인도 최고의 철강사로 자리 잡았지만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인도 철강주의 부상과 인도 철강업계를 향한 세계 철강사들의 뜨거운 러브콜의 이면에는 인도 인프라 건설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자리한다. 도로와 다리, 공장, 주택 건설과 도시화 사업 말이다. 인도 정부는 2010년 3월에 종료되는 2009년 회계연도 내에 90억 달러를 인프라 건설에 쏟아 부을 전망이다.
노무라증권은 향후 5년간 신규 도로와 다리 건설에 1500억 달러가 투자되리라고 예측했다. 이런 인프라 신설 계획은 바꿔 말해 올해와 내년 철강 수요가 최소 20% 이상 늘어난다는 뜻이다. “자체 광산을 보유하고 있고 국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인도 철강업계는 세계 철강 가격의 회복세를 느긋하게 즐기고 있다”고 인도 뭄바이의 프라브핫 아와스티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가 말했다.
노무라증권은 인도 철강업계의 두 강자로 타타스틸과 국유철강사 SAIL(STEAL AUTHORITY of INDIA)을 꼽았다. 3년 전 타타는 영국 최대 철강업체 코러스를 80억 달러에 인수해 세계 6위의 철강사로 거듭났다.
인도 철강업체 더욱 몸집 불릴 것원재료 비용과 철강 가격이 상승세에 접어들면 타타스틸과 SAIL 같은 종합 철강사들이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떠오를 것이다. 자체 광산을 소유한 이들은 비용 증가폭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 원료인 점결탄이나 철광석 공급량의 60%를 자체 보유하고 있는 타타스틸은 특히 막대한 이익을 볼 것”이라고 노무라증권의 아와스티는 말했다.
또한 코러스의 생산 설비 가동률이 개선되면서 타타스틸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리란 분석이다. 물론 회의론자들도 있다. JP모건의 피나킨 파레크는 인도 철강사들이 이미 시장 특수를 누릴 만큼 누렸다고 분석한다. 타타스틸의 주가는 지난 12개월 동안 216% 상승했다. SAIL 역시 같은 기간 210%나 올랐다.
앞에서 언급한 호재들을 상당부분 반영한 상승폭이다(사업영역이 훨씬 글로벌한 아르셀로 미탈의 경우 세계적인 경기침체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2008년 100달러에서 16달러로 급락했고 최근 48달러로 소폭 회복했다). 하지만 매쿼리증권의 라케시 오로라 애널리스트와 노무라증권의 아와스티 같은 낙관론자는 인도 철강주가 아직도 비상할 여지가 남았다고 주장한다.
매쿼리증권은 타타스틸의 12개월 목표 주가를 726루피(15.89달러)로 조정해 현재 수준보다 12% 높게 제시했다. 노무라증권은 타타스틸 주식의 1년 투자수익률을 70%로 예상했으며 SAIL의 경우 18.5%의 수익률을 전망했다. 타타스틸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다음 회계연도(2011년 3월 종료) 예상 실적 기준으로 10배 수준이다.
주가순자산배율(PBR: 1주당 순자산의 비율)은 1.2배다. SAIL의 주가수익비율은 다음 회계연도 예상 실적 기준으로 12.2배지만 주가순자산배율은 조금 높은 3배를 기록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인도 철강주의 추가 상승을 부추기는 현상황에서 미탈과 타타의 최근 행보는 단순한 ‘덩치 키우기’보다 ‘알뜰 쇼핑’에 가까워 보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코오롱 ‘인보사 사태’ 이웅열 명예회장 1심 무죄
2‘코인 과세유예·상속세 완화’ 물 건너가나…기재위 합의 불발
3최상목 “야당 일방적 감액예산…결국 국민 피해로”
4日유니클로 회장 솔직 발언에…中서 불매운동 조짐
5최태원은 ‘한국의 젠슨 황’…AI 물결 탄 SK하이닉스 “우연 아닌 선택”
6서울지하철 MZ노조도 내달 6일 파업 예고…“임금 인상·신규 채용해 달라”
7인천시 “태어나는 모든 아동에게 1억 준다”…출생아 증가율 1위 등극
8경기둔화 우려에 ‘금리 인하’ 효과 ‘반짝’…반도체 제재 우려↑
9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기준금리 인하에도 한동안 ‘겨울바람’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