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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통계부터 현실 반영해 발표해야

고용통계부터 현실 반영해 발표해야

11월 11일이 무슨 날입니까? ‘빼빼로 데이’라고요? 이렇게 대답한 분들은 낭만파다. 정답은 ‘농업인의 날’이자 ‘섬유의 날’이다. 올해부턴 ‘고용의 날’이 추가됐다.

정부가 1월 21일 대통령 주재 첫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열어 결정했기 때문이다. 매해 11월 11일 고용창출 100대 기업을 선정하고, 우수기업에 ‘고용금탑’을 주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1987년 11월 11일 섬유산업이 단일 업종 최초로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한 것을 기념해 섬유의 날로 정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이 땅의 농민들이 우뚝 서라는 뜻에서 제정한 농업인의 날과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가래떡 데이도 같은 날이다.

그런데 왜 또 11월 11일이냐고? ‘일하다’의 ‘일’과 발음이 같은 ‘1’이라는 숫자가 네 번 겹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1)’이 많으니 일자리도 늘어날 거라는 기대를 담았다는 얘기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내년 11월 11일은 ‘1’자만 6개나 들어가니 100년 동안 찾아볼 수 없는 최상의 ‘고용의 날’인 셈이다. 국가고용전략회의가 채택한 ‘2010 고용회복 프로젝트’란 이름의 대책에는 고용을 늘리는 중소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는 ‘고용친화형 세제’까지 동원했다.

그러면서 올해 신규 취업자를 당초 예상한 20만 명보다 많은 ‘25만 명+α’로 기대했다. 이를 통해 실업률은 3.6%에서 3%대 초반, 실업자는 86만 명에서 80만 명대 초반으로 낮추겠다고 목표를 수정했다. 그런데 이를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구심의 근저에는 고용통계에 대한 불신이 있다.

대학가에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만으론 모자라 ‘청년실신’(졸업 후 실업자 또는 신용불량자가 된다)이란 말까지 유행하는데 실업률은 줄곧 3%대라니 말이다. 정부야 국제 기준에 맞춘 통계라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취업준비생(2009년 59만1000명)과 구직 단념자(16만2000명), ‘그냥 쉰다’는 사람(147만5000명)이 조사기간에 구직(求職)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실업통계에서 빠진다.

또 알바·파트타이머 등 하루 8시간 기준 일주일에 사흘도 일하지 못하는 18시간 미만 불완전취업자가 96만3000명이다. 여기에 공식 실업자 88만9000명을 합치면 ‘사실상 백수’는 408만 명이다. 이럼에도 정부 발표 실업률은 3.6%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 100명 중 96명이 취업했고 실업자는 4명뿐이라니 못 믿을 통계라는 소리가 나온다.

정부 발표 통계와 국민이 느끼는 취업난과의 괴리는 우리나라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각국은 그 간극을 줄이고 현실에 가까운 정보를 얻어 정책에 반영하자며 보조 지표를 개발했다. 미국은 공식 실업률 U3 외에 좁은 의미부터 가장 넓은 의미의 실업자까지 6개 지표를 1996년부터 발표한다.

지난해 12월 공식 실업률이 10.0%인 반면 체감 실업률은 그 두 배에 가까운 17.3%였다. 우리 통계청도 체감 고용사정을 엿볼 수 있는 개념(취업준비생, 구직 단념자, 그냥 쉰다는 사람, 취업시간대별 취업자)을 만들어 공식 실업률을 발표하는 자료에 담긴 한다. 그러나 보조 개념에 따른 숫자만 적을 뿐 미국처럼 그 숫자로 산출한 보조 실업률은 발표하지 않는다.

궁금하면 보조 개념과 숫자를 넣어 산출해 보라는 식인데, 전문지식을 갖춘 이나 가능하지 보통사람들은 불가능하다. 통계는 사회의 거울이다. 그 속에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있고 웃음과 고민이 서려 있다. 고민을 잘 읽고 슬기롭게 해결하면 사회가 나아지지만, 허상을 보며 웃다가 세월을 보내면 앞날은 어두워진다.

고용의 날 제정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능한 모든 개념의 숫자와 이를 토대로 한 공식 실업률과 보조 실업률을 함께 발표함으로써 고용통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그래야 고용대책도 제대로 나오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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