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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증권·자산운용으로 새 틀 짠다

보험·증권·자산운용으로 새 틀 짠다

한화그룹이 금융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나선다. 현재 한화의 사업군은 제조·금융·서비스로 나뉜다. 김승연 회장은 금융 부문을 강화해 업계 리더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는 3월 17일로 예정된 대한생명 상장은 한화가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그룹 전체의 인수합병(M&A) 및 신사업 추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이번 상장에 재계의 눈길이 쏠린다.
▎김승연 회장

▎김승연 회장

# 서울 태평로 한화손해보험 빌딩의 한화금융프라자. 이곳에서는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 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 2007년 2월에 처음 문을 연 한화금융프라자는 금융계열사 간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한화 브랜드 파워를 키웠다는 평을 듣는다.

# 한화증권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고객은 최대 3000만원까지 마이너스 통장식 한도거래를 받을 수 있는 대한생명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금융네트워크 시너지 창출을 위한 복합금융상품 설계에 따른 것이다.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금융네트워크를 강화해 온 한화그룹이 조직 통합과 기업공개(IPO)를 통해 본격적인 금융그룹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화그룹 사업군은 크게 제조·금융·서비스로 나뉘는데 금융 부문이 차지하는 매출이 전체 그룹 매출의 48%에 달한다.

금융 부문에는 대한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증권, 한화투신운용, 한화기술금융 등 5개 회사가 속한다. 이제까지 업계 2위의 대한생명을 제외한 다른 금융회사는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달라진 면모를 보인다. 조직과 사업을 재정비해 새로운 출발선에 선 것이다.

지난 1월 4일 통합 한화손해보험이 서울 태평로 사옥에서 출범식을 갖고 정식으로 발을 내디뎠다. 통합 한화손해보험은 한화손해보험과 제일화재를 통합한 회사다. 2009년 7월에 양쪽 회사 이사회가 합병을 결의한 지 5개월 만에 완전한 통합을 이뤘다. 회사 측은 통합회사를 이끌어 갈 임원과 부서장을 양쪽 회사에서 고루 발탁해 화합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회사를 통합하기 전부터 리더십 워크숍을 개최하고 양사 직원들이 함께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등 기업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권처신 통합 한화손해보험 사장은 이날 “한화금융네트워크 기반 위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5년 후 매출 5조원을 달성하는 메이저 손해보험사로 우뚝 서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통합 한화손해보험은 매출 2조6000억원대, 시장점유율 6.7%, 총자산 4조원대로 업계 6위에 올랐다. 올해는 매출 3조1000억원, 총자산 4조6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2012년에는 매출 4조원, 시장점유율 8%대, 총자산 7조원대 규모의 대형 손해보험사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회사는 온라인자동차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채널 집중 육성, 시니어 시장의 주력인 개인연금·퇴직연금 상품 개발, 통합보험·건강·자녀보험, 방카슈랑스 상품을 포함한 22개 신상품 출시 등을 제시했다.



한화손해보험 업계 6위로 ‘훌쩍’

▎한화금융프라자. 생명보험·손해보험·증권 업무를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게 해 고객의 번거로움을 덜었다.

▎한화금융프라자. 생명보험·손해보험·증권 업무를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게 해 고객의 번거로움을 덜었다.

이어 한화증권이 지난 2월 12일 여의도 63빌딩에서 미국 푸르덴셜금융의 자회사인 푸르덴셜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와 푸르덴셜투자증권·푸르덴셜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본 계약을 체결해 금융네트워크 강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증권은 자산관리 업무에 강한 푸르덴셜투자증권을 인수해 자산관리 분야의 새 강자로 나서겠다는 포부다.

이번 인수로 한화증권은 지점 수 업계 3위(132개), 연간 펀드 판매수익 업계 5위(630억원), 펀드 판매잔액 업계 5위(13조원)로 발돋움하게 됐다. 자기자본은 1조1718억원, 자산은 7조1114억원에 이른다. 한화투자신탁운용과 푸르덴셜자산운용은 운용 인력 수 2위, 운용자산 4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한화증권은 지난해 10월 리테일 관련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리테일 경쟁력 혁신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는 등 역량 강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또 CMA 경쟁력을 강화하고 적립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소매 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 판매를 통해 리테일 부문의 금융자산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기자본투자(PI), 사모투자펀드(PEF) 사업에도 진출해 투자은행(IB)으로서 경쟁력을 기를 계획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통합 한화손해보험 출범과 한화증권의 푸르덴셜투자증권 인수는 회사의 규모를 확대해 해당 업계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는 3월 17일에 예정된 대한생명 상장은 한화그룹의 성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2002년 대한생명보험을 인수했다. 대한생명은 국내 최초의 생명보험회사로 3월 17일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 중 처음으로 상장할 예정이다. 대한생명 상장 문제는 2006년부터 논의됐다. 누적결손금과 지분을 보유한 예금보험공사와 마찰로 계속 미뤄지다 드디어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번 상장은 금융업계 최대 이슈 중 하나라고 할 정도로 업계의 관심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3월 6일 공모가를 결정해 9~10일 공모를 실시하고 17일에 상장할 계획이다. 공모 규모는 2억1000만 주이고 공모 희망가는 9000~1만2000원. 예상대로라면 상장으로 대한생명에 1조3000억원가량의 자금이 유입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자금이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투자, 재무구조 개선에 쓰일 것이라 전망했다. 올해 한화그룹이 밝힌 신사업 투자 계획은 2조원. 대한생명 상장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한화그룹이 신사업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2011년까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매출 위주 성장보다 손익 관리에 중점을 둬 리스크 관리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버산업 같은 보험 관련 비금융 산업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대한생명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국내 보험사 최초로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현재 2000여 명의 설계사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영업을 시작한 지 9개월 만에 초회 보험료 2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저장(浙江)성 국제무역그룹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금융지주사 설립도 가능

▎서울 여의도의 대한생명 63빌딩

▎서울 여의도의 대한생명 63빌딩

또 지난해 4월 한화증권이 한화투신운용을 대한생명에 매각해 자산운용사와 보험사 간 자산 운용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한화투신운용은 중국 본토 A주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해외적격기관투자가(QFII) 자격을 취득했고 7000만 달러 규모의 ‘꿈에그린차이나A주트래커’ 펀드와 2700억원 규모의 대형 공모주식형 인덱스 펀드인 ‘Smart++펀드’를 론칭해 운용 중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한화금융네트워크화 전략’을 공식적으로 선포하며 의지를 다졌다. 신년사에서 “금융 부문은 그룹 내 큰 활력을 창출하는 구심점으로 더욱 견고한 위상을 구축할 것”이라며 “한화금융네트워크는 한화 브랜드 아래 원스톱 금융서비스의 협력체제를 완성하고 업계를 선도하는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1월 18일 열린 ‘2010 경영전략회의’에서는 “대한생명이 1분기에 상장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뒤 사명을 변경해 금융 부문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이를 통해 금융계열사 간 기능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한화금융네트워크화 전략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생명 상장은 금융업계를 넘어 재계의 관심 대상이다.

한화그룹이 이번 상장을 발판으로 금융지주사를 설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지주사와 금융투자지주사에 대해 대주주가 출자금의 3분의 2를 외부에서 빌려 출자할 수 있다.

한화가 금융지주사를 설립하면 대한생명이 지주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지주사 설립은 계열사 간 고객 정보를 공유하고 업무를 통합하는 등 상승효과를 낼 수 있어 금융 부문 강화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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