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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팰리스 부자들도 “한 수 부탁해요”

타워팰리스 부자들도 “한 수 부탁해요”

집과 회사가 모두 타워팰리스에 있는 박 대표는 강남의 부자 사이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투자 전문가이자 부자다. 특히 미분양이던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에 과감히 투자해 수백억원대의 자산가가 됐다. 경기도 산골마을 소년이 서울 강남에서도 알아주는 거부가 된 것이다.

13남매 가운데 열두째로 태어난 소년이 있었다. 그의 고향은 경기도 안성군 삼죽면 동평리 평장. 읍내까지 세 시간이나 걸어야 하는 깊은 산골이다. 털털거리는 트럭이 하루 한 번 마을 사람들을 태우고 오가던 외진 마을. 소년은 이곳에서 1960년에 세상 빛을 봤다.

하지만 예전 시골에서 으레 그랬듯 소년의 부모는 그가 죽는 지 사는 지 확인하고서야 호적신고를 했다. 소년이 호적상 1961년생인 까닭이다.



타고난 집념과 뚝심집은 가난했지만 소년은 공부를 꽤 잘했다. 2학년 때는 반장이 됐다. 어느 날 담임 격이었던 교감 선생님이 아파서 소년이 자율학습 감독을 맡았다. 그런데 서울에서 전학 온 한 학생이 유독 말을 듣지 않았다. 나이가 또래보다 한 살 많은 아이였다. 참다 못한 소년은 계속 얻어맞으면서 아이의 집까지 쫓아갔다.

코피가 나고 땅에 굴러 옷이 엉망이 됐지만 끝까지 따라붙었다. 소년의 집념과 뚝심에 질린 아이의 부모는 학교에서 말을 잘 듣도록 타이르겠다고 약속했다. 그제야 기분이 풀린 소년은 10리가 넘는 캄캄한 밤길을 혼자서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후 소년은 대학까지 무사히 마치고 증권사에 들어가 유명한 투자 전문가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정도 돈을 모은 소년은 회사를 휴직하고 미국으로 훌쩍 유학을 떠났다. 귀국 후 다시 자산관리 전문가로 돌아온 그는 주식·채권·부동산을 넘나드는 투자로 수백억원대의 부자 반열에 올랐다. 박상운(50) FWS투자자문 대표의 얘기다. 시골 소년이 부자로 성공하기까지 수많은 고초가 있었겠지만 그의 성격과 집념을 짚어볼 수 있는 짧은 에피소드를 적었다.

FWS투자자문은 박 대표(지분 49%)와 한국타이어그룹(지분 51%)이 공동 투자해 만든 회사다. 현재 수탁액은 900억원 정도 되는 4년차 신생 자문사지만 수익률이 괜찮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집과 회사가 모두 타워팰리스에 있는 그는 강남의 부자 사이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투자 전문가이자 부자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휘청댄 2008년을 빼고는 그토록 변동성이 심하다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20여 년간 쓴잔을 마셔본 적이 없다. 오히려 주식투자로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큰돈을 벌었다. 2008년에는 평가손을 봤지만 2008년 11월부터 2010년 1월 초까지는 달랐다.

FWS투자자문의 주력 상품인 주식·선물·옵션 혼합형 펀드의 수익률은 128.6%에 이르렀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52.4% 오르는 데 그쳤다. ‘박주신(주식의 신)’이라는 박 대표의 별명이 왜 붙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타워팰리스에서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고객 가운데 꽤 많은 사람이 타워팰리스 주민이고, 그의 실력이 아름아름 알려져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타워팰리스의 부자들도 그를 만나면 “조금만 일찍 알았어도…”라며 혀를 찰 정도다.


극적인 투자 성공 스토리게다가 그는 회원이 300명가량 되는 타워팰리스 골프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다. 활발하게 모임에 나오는 사람만 100여 명에 이른다. 한 달에 2~3번 정도 골프 모임을 갖는다. 대학 시절 기독교 동아리를 만들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예전부터 모임 만들기를 좋아했던 그는 2002년 12월 타워팰리스에 입주하자마자 골프 동호회를 만들었다.

박 대표는 88년에 서울증권(현재 유진투자증권)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강남지점에서 일한 그는 타고난 투자감각으로 고객을 몰고 다녔다. 신입사원 때 지점 약정액의 70%가량을 혼자 채우기도 했다. 그러던 89년 2월. 그는 주당 7000원에 받은 우리사주를 4만7000원에 팔아 1억원을 만들었다.

1년여 사이 주가가 500선에서 1000선으로 뛰는 상승장이었지만 유학을 떠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미련 없이 팔았다. 너도나도 주식시장에 몰렸지만 너무 올랐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돈 놓고 돈 먹는 주식시장이라지만 지나치게 탐욕만 가득하다는 회의가 들기도 했다. 그는 주가가 89년 4월 1일 1007포인트를 찍은 후 바닥으로 미끄러지는 걸 보면서 뉴욕주립대로 떠났다.

공부에 투자해 몸값을 올리기에 적당한 타이밍이라고 봤다. MBA를 마친 후 서울증권 국제부로 발령난 박 대표는 95년 서울증권이 해외에서 설정한 3000만 달러 규모의 역외펀드 운용을 맡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95년 4월부터 97년 2월까지 펀드를 맡아 22.1%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 사이 주가는 23.1%나 떨어졌다.

현금은 가능한 한 오래(10개월 이상) 들고 있고, 주식은 가급적 짧게(2개월 미만) 보유하는 전략이 먹혔다. 이자율의 두 배 정도 수익을 목표로 잡는 박 대표 특유의 절제력도 돋보인 대목이다. 그의 투자 실력은 이미 대학 시절부터 빛났다. 그는 80년대 중반 240만원의 종잣돈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에 이미 억대의 돈을 벌었다.

박 대표는 현대·부국·삼성증권 등에서 선물·옵션 투자에도 뛰어들어 고수로 인정받았다. 99년에 그는 회사와 연봉계약을 바꿨다. 기본급 없이 성과급을 올리는 방식이었다. 손해 볼 게 없다고 판단한 회사도 흔쾌히 계약했다. 그런 후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실력을 발휘해 거의 해마다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그의 투자 하이라이트는 99년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분양 때다. 타워팰리스가 지금이야 부의 상징으로 통하지만 당시에는 미분양 딱지가 붙은 애물단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증권사 샐러리맨이 분양가 45억원의 펜트하우스를 분양받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미분양이긴 해도 당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264㎡가 3.3㎡당 600만~700만원이었는데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는 2000만원이 넘었다.

그러나 당시 투자한 타워팰리스는 지금 시가로 4배가량 올랐다. 희소성 때문에 값도 큰 평형이 더욱 많이 올랐다. 박 대표는 “1인당 국민소득이 올라갈수록 새로운 주거 형태가 각광받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지난해 시장이 뜻하지 않게 많이 올랐기 때문에 올해는 조심 또 조심하겠다”는 그의 당면 목표는 수탁액 2000억원이다. 2월 초까지 수탁액이 계속 늘고 있어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의 다음 목표는 수탁액 3000억원. 이를 이루면 자산운용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절제가 꾸준한 수익의 비결 박 대표의 핵심 투자철학은 절제다. 고수익보다 생존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탐욕으로 점철된 주식시장에서 지금껏 살아남은 것은 물론 고수로 인정받는 비결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FWS투자자문이라는 회사 이름 역시 누가복음 12장 42절의 ‘신실하고 지혜로운 하나님의 청지기 (Faithful & Wise Steward)’에서 따왔다.

현재 주식·선물·옵션 혼합형 상품에 매달리고 있는 것도 절제와 관련이 있다. 세 가지 상품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이른바 ‘대박’을 내기란 쉽지 않지만 주가가 폭락할 때도 쪽박을 찰 염려가 없고, 웬만하면 시장 수익률을 웃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미리 정해놓은 손해가 나면 주식을 미련 없이 판다.

이와 달리 이익이 나면 주가가 ‘상투’를 치고 ‘어깨’까지 내려오기 전에는 팔지 않는다. 오를 때 분할매수 방식으로 사서 고점에서 어느 정도 내려왔을 때 분할매각하는 게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지론이다. 그래서 손절한 종목의 손실은 10∼15%에 그치지만 오르는 종목의 이익은 100∼150%에 이르기도 한다.

그는 성장성이 있지만 시장에서 오랫동안 소외된 주식을 선호한다. 그는 2006년 말 자문사를 만든 후 투자자들의 관심 밖이었던 중소형 보험주와 남해화학·NHN·메가스터디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짰다. 제일화재·한화손해보험 등은 평균 매수단가가 4000원대였다. 남해화학은 미국 비료주가 많이 올랐는데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아 사들였는데 600%의 수익률을 내기도 했다.

투자 정보는 인터넷과 신문 등에서 얻는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분야의 일도 꼼꼼히 챙긴다. 이와 달리 애널리스트들이 내는 보고서나 증권가 정보 등은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는다. 주식시장의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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