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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제대로 담아야 효율적”

“물은 제대로 담아야 효율적”

사업 규모가 날로 커진다. 혁신사업에 국책사업까지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이야기다. 하지만 늘어난 일만큼 속앓이가 심하다. 4대강 살리기 등 공사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을 두곤 비판이 쏟아진다. 김건호(65) 수자원공사 사장에게 한국 물 사업의 현주소와 미래, 그리고 4대강을 살려야 하는 이유를 들었다.

올 3월 2일 한국을 방문한 아프리카 가나의 존 드라마니 마하마 부통령과 7명의 장·차관이 수자원공사 수도권지역본부을 찾아왔다. 계획에 없었던 불시 방문. 무엇 때문이었을까.

가나는 현재 물 부족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특히 남부 지역이 심하다. 가나 부통령 일행이 수자원공사를 방문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공사의 물 관리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김건호 사장은 “수자원공사의 브랜드 ‘K-water’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신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수자원공사의 물 관리 시스템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물 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해 과학적 통제 시스템을 구축한 효과로 보인다.”


>> 물을 과학적으로 통제한다? 쉬운 일이 아닌 듯한데.“쉽게 이야기하면 물 관리 기법을 선진화했다는 의미다. 하천의 수량·수질·생태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기상·유입량 등 수문 자료를 분석·가공·활용하는 댐 통합정보 시스템을 갖췄다. 가뭄 상황을 전망·진단하는 가뭄정보 시스템과 댐·하천의 연계운영으로 물 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통합 물 관리 시스템도 개발·운영하고 있다.”


>> 물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고 들었다.“그렇다. 1994년 해외 물 시장에 진출했다. 수자원·수력·상하수도 등 물 분야 전반에 걸쳐 지금까지 18개국에서 27개 사업을 완료했다. 현재 7개국 10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엔 우리 공사 최초의 해외투자 사업인 ‘150㎿ 규모의 파키스탄 파트린드 수력발전소’도 성공적으로 수주했다.”

파트린드 수력발전소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북동쪽 120㎞ 지점 인더스강 지류에 건설된다. 30년간 운영하는 BOOT(민간 기업이 사회기반시설을 건설·소유·운영한 후 일정 기간 후 정부에 시설을 이전하는 계약 형태) 방식으로 추진된다. 2014년 완공이 목표다. 수자원공사는 발전소 운영·관리를 맡는다.


세계에 물 기술을 팔다

>> (해외 수출) 실적은 어떤가.“지금까지 41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파트린드 수력발전 사업을 통해 6000억원에 이르는 배당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사업으로 연 300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도 거두고 있다. 더욱 중요한 성과는 민간 기업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 무슨 뜻인가.“우리는 주로 물 매니지먼트 기술을 수출한다. 민간 기업은 설계·시공을 맡는다. 예를 들어 2007년 시작한 캄보디아 크랑폰리강 수자원 사업은 수자원공사가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금호건설이 건설한다. 파트린드 수력발전소의 설계·시공은 대우건설과 삼부토건이 맡는다. 우리의 해외 사업은 민간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기회를 넓혀준다. 이를테면 윈-윈 효과다.”


>> 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국내 사업도 많다. 그중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눈길을 끄는데.“수력발전소 30곳, 본포취수장 등 8개 사업장에 1018㎿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갖추고 청정에너지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세계 최대 용량인 254㎿의 시화 조력발전소는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시화호 인근엔 3000㎾ 규모의 풍력발전소도 건설하고 있다.”


>> 국내 공공기관 최초로 탄소배출권 판매수익을 올린 것으로 들었다(탄소배출권은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감축 목표를 초과해 탄소 배출을 줄인 기관은 동일한 양만큼 판매할 수 있다).“2008년 안동, 장흥 및 성남 소수력 발전을 통해 얻은 탄소배출권을 ‘독자적 CDM(청정개발체제)’ 사업으론 국내 최초로 네덜란드 ABN암로 은행과 거래해 1억8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엔 소수력발전 사업으로 유엔에서 인증받은 탄소배출권 7129억t을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 전문업체인 ‘한국탄소금융’에 판매해 2억원가량의 수익을 창출했다.”

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사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경인아라뱃길,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굵직한 국책사업도 담당하고 있다. 이 공사의 사업 규모는 지난해 3조8000억원에서 올해 7조9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김 사장은 “경인아라뱃길 사업과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게 우리 공사의 당면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를 향한 비판은 날로 커지고 있다. 경인아라뱃길을 둘러싸곤 ‘민간 기업이 추진하기 어려워지자 수자원공사가 떠맡은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선 ‘물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공연히 4대강을 살리겠다며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늘어난 사업만큼이나 비판도 커진 셈이다. 김 사장은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은 나의 몫”이라면서도 “하지만 비판 아닌 비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명분 중 하나는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논란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유엔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가 아니지 않은가.“그렇다. 물 부족 국가는 아니다.”


>> 물이 부족하다는 근거는 뭔가.“물 부족 현상은 평상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예기치 못한 홍수, 뜻하지 않은 가뭄 때문에 발생한다. 물은 예비자원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비상시에 대비해 물을 어떻게 저장하느냐다.”


>> 2016년 국토해양부에서 작성한 수자원종합계획을 보면 비상시에도 수자원량이 물 수요량보다 많다. 그럼 굳이 물을 저장할 그릇을 만들 필요가 없지 않나.“잘 해석해야 한다. 수자원종합계획에 따르면 최대 가뭄일 때 수자원량이 416억㎥고, 물 수요량은 358억㎥다. 숫자로 보면 최대 가뭄일 때도 수자원량이 수요량보다 많다. 하지만 여기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수자원량 416억㎥ 가운데 57%가 홍수기에 편중돼 상당량이 바다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4대강 살리기, 가뭄·홍수 막는 근본 대책

>> 강원도 태백시는 2009년 최악의 물 부족 사태에 빠진 바 있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는 가뭄 때문이 아니라 상수도 공급량 부족에서 문제를 찾았다. 태백시의 상수도시설이 미비해 물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는 거다. 이 주장이 맞다면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4대강을 살리기 전에 지역 상수도시설을 확충하는 게 먼저인 듯한데.“태백시의 상하수도 누수율은 50%가 넘는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태백시가 물 부족 사태를 겪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이유는 가뭄이었다.”


>> 근거를 들어 달라.“강원도 남부 지역인 태백·정선·삼척·영월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89년 건설된 광동댐은 1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하는 가뭄에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태백시 가뭄 당시 광동댐에 내린 비의 양은 100㎜ 안팎으로 평소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바로 이것이 태백시 물 부족 사태의 이유 중 하나다.”


>>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기대효과를 말한다면.“이 사업은 기후변화 등으로 빈발하는 가뭄·홍수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다. 수량 확보와 홍수 방어 효과가 기대된다. 또 수질과 생태계를 개선해 2012년까지 본류 수질을 평균 2급수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길·수상레저·문화관광지를 조성해 국민의 여가 수요를 충족하고 이를 통해 국민소득 증대 효과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4대강 사업 외 경인아라뱃길 사업도 추진한다. 1995년부터 민자사업으로 추진했던 것을 2008년 수자원공사가 이어받은 것인데. 부담이 많겠다.“왜 그렇지 않겠나. 국내 최초로 시행하는 운하사업 아닌가. 특히 배수갑문, 항만시설 등이 상호 연계된 고난도·고기술이 요구되는 사업이다. 수자원 개발·운영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경인아라뱃길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


>> 마지막으로 목표를 말해 달라.“경인아라뱃길, 4대강 살리기 등 국책사업을 착실하게 추진하겠다. 해외 사업, 녹색 에너지 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모든 사업을 무리 없이 잘 추진하는 게 내 목표 아니겠는가.”

김건호 사장은 사실 더 큰 포부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는 “물로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을 읊었다. “최고의 선은 물이고,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는데 뛰어나면서도 공을 다투지 않습니다(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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