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경제·산업계를 움직이는 최고경영자들

경제·산업계를 움직이는 최고경영자들



이슈메이커


‘상공의 날’ 금탑산업훈장 받은 고영립 화승그룹 회장

“죽기 살기로 일했더니 회사 살고, 암도 물러가”
“회사 살리기에 죽을힘을 다했던 시절을 떠올리니 더 감격스럽습니다.” 지난 3월 17일 제37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고영립(60) 화승그룹 회장의 소감이다. 정부는 ‘부도났던 회사를 10년간의 구조조정 끝에 훌륭하게 되살렸다’는 공로를 들어 그에게 최고의 훈장을 수여했다.

이런 기쁜 순간에 그는 ‘회사 살리기에 죽을힘을 다했다’는 소감을 밝힌 것. 비장감마저 느껴지는 이 말에는 사연이 담겨 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회사와 자신의 암’을 동시에 극복한 인간승리의 경영자다. 1976년 화승(당시 동양고무산업) 공채 1기로 입사한 그가 화승그룹 경영을 떠맡고 나선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입사 23년 만이었으며, ㈜화승 등 주력 계열사들이 부도가 난 다음이었다. 당시 화승그룹 섬유 관련 계열사인 화승T&C 대표였던 그는 오너(현승훈 회장)에 의해 그룹 되살리기에 투입됐다. 이후 10년여간 그야말로 ‘죽을 고생 끝에’ 그는 화승그룹을 연 매출 3조원을 바라보는 글로벌 기업군으로 부활시켰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2004년 8월. 겨드랑이 밑에 혹이 잡혀 병원에 간 그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피부암의 일종으로 한국인에겐 드문 ‘흑색종’ 진단을 받은 것. 그것도 3기 말로 의사는 3개월밖에 못 산다는 말을 했다. 절망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음을 다잡고 바로 수술을 했고, 미국에서 방사선 치료도 받았다. 적극적인 투병 끝에 수술 4개월 만에 회사로 출근할 수 있었다. 현재는 거의 완치 단계다. 고 회장은 “당시 화의절차 중에 있던 회사를 두고 도저히 아플 수가 없었다”며 “‘회사는 살리고 죽는다’는 일념으로 통원치료를 받으며 일에 몰두하다 보니 건강이 좋아지고 회사도 살아났다”고 회고했다.

병마에도 야근을 불사한 그의 열성 덕분에 화승은 2005년 법원의 화의 조기 종결 결정을 받고 정상화됐다. 부도 당시인 1998년 84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약 2조7000억원으로 3배 이상으로 커졌다. 신발 제조업체에서 출발했지만 이젠 자동차 부품, 정밀화학, 스포츠 패션 브랜드, 무역 등 4대 사업 분야에 22개 계열사(국내 8개, 해외 14개)를 거느린 중견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 아파트 담보로 회사 자금 조달 = 고 회장이 화승을 되살려낸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화승은 원래 부산 신발 산업을 대표하는 간판 기업이었다. 르까프라는 국내 최고의 토종 신발 브랜드로 잘 알려진 회사였다. 주력사인 ㈜화승은 1953년 창업주 고 현수명씨가 부산에서 설립한 동양고무공업에서 출발했다.

‘기차표’ 브랜드로 유명한 우리나라 신발 1호 기업으로 현재 57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980년 회사명을 ㈜화승으로 바꾸며 1980년대 한국 수출산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신발 수출 하나로 1980년대 중반 재계 매출 순위 22위까지 올랐고 1990년대 초반 매출 1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부산 신발 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화승에도 어려움이 밀어닥쳤다. 모기업 ㈜화승이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부도가 났고 경영 위기가 그룹 전체로 번져 나갔다. 고 회장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 그룹 경영을 책임져야 했다. ㈜화승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그는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화승과 ㈜화승상사를 합병했다.

1200명이던 직원을 300명까지 줄이는 정리해고도 단행했다. 제지, 전자, 레저 등 주력 분야가 아닌 6개 분야의 사업은 깨끗이 정리했다. 14개 계열사를 8개로 구조조정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했다. 취임 직후 자신의 전 재산인 1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회사 자금을 조달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는 당시 아내를 부산의 한 돼지국밥집으로 불러내 “회사가 어려우니 우리 집을 담보로 부족한 자금을 대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아내는 “그렇게 하이소”라며 따라주었다고 한다. 그의 헌신적인 노력을 본 직원들도 회사 살리기에 동참했다. 그는 “직원들이 잘 따라와줘 지금의 튼튼한 회사로 거듭났다”며 직원들에게 큰 고마움을 표시한다.

화승그룹 재건의 또 다른 효자는 베트남 신발 사업. 국내 어떤 은행도 당시 ‘화의 상태’인 화승에 선뜻 자금을 지원하지 않던 때였다. 그는 미국 바이어들의 주문서를 들고 베트남 은행을 설득한 끝에 현지 공장 운영 자금을 조달했다. 고 회장은 “그때 인생을 걸고 현지 은행을 설득하지 못했다면 베트남 신발 사업도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 신발 바탕으로 첨단 신소재에 미래 걸어 = 그는 화승 근무만 35년째다. 전문경영인으로선 보기 드물게 2008년 실권을 가진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에게는 이제 ‘샐러리맨의 신화’ ‘오뚝이’ ‘철인’ 등과 같은 싫지 않은 별명들이 붙었다. 회사를 살리느라 심야나 새벽 어느 때고 회사를 찾아가 현장을 점검하는 바람에 ‘올빼미’란 별명도 얻었다.

암을 기적적으로 이겨낸 자신처럼 화승도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했다. 고 회장은 요즘 무역 부문인 화승네트웍스를 키우는 데 열심이다. 앞으로는 첨단 신소재를 주력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2월 화승소재로 하여금 부산 기장군 명례산업단지에 2020년까지 5000억원을 들여 고분자 복합 신소재 공장 건립에 나서게 했다.

2020년 화승소재 매출 목표는 1조5000억원. 그는 수첩에 이렇게 써놓고 다닌다. ‘욕심을 버려라. 주위를 잘되게 하자. 큰 일, 큰 생각, 큰 행동을 하자.’ 회사와 자신에게 밀어닥친 벼랑 끝 어려움을 당당하게 극복해낸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금언(金言)이다.



인&아웃



■ 이장규 부회장, 하이트맥주·하이트홀딩스 대표 맡아

하이트맥주와 하이트·진로그룹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는 1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장규(59) 경영기획본부장(부회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이 대표는 중앙일보 편집국장과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대표를 지낸 후 2007년 하이트·진로그룹 부회장으로 옮겨 총괄기획조정 업무와 해외사업 부문을 맡아왔다. 이로써 하이트맥주 대표이사는 박문덕·이장규·김지현씨로 변경됐다.

.

.



■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4년 만에 대표이사 복귀쌍용건설은 19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김석준(57) 회장을 대표이사로 복귀시켰다. 인수합병을 앞두고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김 회장 스스로 대표이사직을 내놓은 지 4년 만이다. 쌍용건설은 “김 회장이 대표이사가 아니어서 그동안 해외공사 수주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앞으로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고 영업활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하병호 한국백화점협회장하병호(58) 현대백화점 사장이 23일 한국백화점협회 제18대 회장에 선임됐다. 신임 하 회장은 경희대 정치외교과를 졸업하고 현대백화점 광주점장, 부산점장, 중동점장을 거쳐 현대홈쇼핑 영업본부장과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2008년 12월부터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왔다.

.

.

.



■ 조근태 현암사 회장 별세조근태 현암사 회장이 19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8세. 경주 출생인 그는 연세대 철학과를 나와 선친의 권유로 가업인 현암사에 입사, 1972년부터 대표로 일했다. 그는 1959년부터 발간한 ‘법전(法典)’을 해마다 개정, 증보해 현암사의 대표 간행물로 만들었다. 1980~90년대에 황석영의 『장길산』 등 많은 인기 도서를 출간하며 출판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뉴페이스



■ 이상윤 농심 대표

농심은 19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상윤(68) 농심홀딩스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1971년 농심에 입사해 1992년부터 2008년 3월까지 농심 대표로 일했다. 이후 농심홀딩스 대표이사직을 맡아왔다. 농심 측은 “매출 2조원이 넘는 장수 식품기업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고 글로벌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새 대표이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

.

.

.

.



■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현대아산은 24일 주주총회에서 새 대표이사 사장으로 장경작(67) 전 롯데그룹 호텔부문 총괄사장을 선임했다. 장 사장은 신세계백화점 부사장, 조선호텔 사장, 호텔롯데 사장 등을 역임한 관광·유통사업 전문가다. 덕수상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그룹에 입사해 비서실, 삼성물산 도쿄사무소 등에 근무하다 신세계백화점으로 옮겼다.



■ 이갑숙 사조산업 대표사조산업은 19일 주주총회에서 이갑숙(60) 전 부산항만공사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신임 이 대표는 1975년 행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해 인천·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해양안전심판원장 등 28년간 공무원으로 일했다. 이후 국제 선박 검사기관인 사단법인 한국선급 회장을 거쳐 2007년부터 부산항만공사 사장을 지냈다.

.

.

.



■ 허남석 포스코ICT 대표포스코ICT는 19일 주주총회에서 허남석(51) 포스코 전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허 대표는 마산고, 부산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순천대에서 금속학 석·박사학위를 땄다. 1974년 포스코에 입사해 광양제철소 제선부장·부소장, 기술연구소장, 광양제철소장, 생산기술부문장을 거친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 송병준 산업연구원장산업연구원(KIET)은 19일 이사회에서 임기 3년의 제18대 원장으로 송병준(55) 선임연구위원을 선임했다. 신임 송 원장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산업연구원에서 지식산업연구실장, 선임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

.

.

.



■ 김창권 한국제지 사장한국제지는 19일 주주총회에서 김창권(56)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신임 김 사장은 원주고, 연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LG전자와 LG필립스, LG디스플레이 등에서 경영기획·해외사업 담당 임원을 지냈다. 지난해 9월부터 한국제지 부사장을 맡아왔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박서진, 병역 면제 논란…우울·수면 장애에 가정사까지?

2홍준표 "기업 살아야 한국이 산다...투자하는 기업엔 얼마든지 특혜를 줘도 상관 없어"

3미국투자이민 새 기준 국민이주㈜, VIP 미국영주권 세미나 개최…예비 신청자 기대감 모아

4컴투스 ‘스타시드’, 출시 하루만에 태국 구글 인기 게임 1위

5지씨셀 떠난 제임스 박 대표...롯데바이오로직스로

6S&P "내년 한국 기업 신용도 둔화 가능성 높아"

7자본시장법으로 '주주 충실 의무' 보장한다…정부안, 여당 협의 후 국회 제출 계획

8김준수 협박해 8억 갈취한 30대 여성 BJ, 끝내…

9'내가 고라니라니' 낚시하다 공기총 기습 '탕탕'

실시간 뉴스

1박서진, 병역 면제 논란…우울·수면 장애에 가정사까지?

2홍준표 "기업 살아야 한국이 산다...투자하는 기업엔 얼마든지 특혜를 줘도 상관 없어"

3미국투자이민 새 기준 국민이주㈜, VIP 미국영주권 세미나 개최…예비 신청자 기대감 모아

4컴투스 ‘스타시드’, 출시 하루만에 태국 구글 인기 게임 1위

5지씨셀 떠난 제임스 박 대표...롯데바이오로직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