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부인이 좋아하는 회사라야 성공”
“사원 부인이 좋아하는 회사라야 성공”
의정부에 사는 장모(50)씨의 부인은 2년 전부터 다리를 뻗고 잔다. 법인택시를 몰던 남편이 버스 운전기사로 취업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매일 규칙적으로 적정 시간을 일하며 건강을 돌볼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5년 전만 해도 장씨 남편은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운전하다 결국 사고를 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장씨는 “버스 운전을 시작한 뒤 평소 관심만 갖고 있던 사진도 다시 시작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버스기사와 택시기사 중 누가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납금 이상을 벌지 못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인 경우보다는 성실히 일하면 일정 월급을 받을 수 있는 편이 보다 ‘안정적’이라고는 할 수 있다. 나아가 사원의 행복을 더 생각하는 운송회사는 있을 수 있다.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승무예복’이런 의미에서 운전기사 사이에서 가장 취업하고 싶은 회사가 있다. KD운송그룹이다. 모든 임직원이 정규직이며 정년은 60세로 몸이 건강하면 연장 근무할 수 있다. 게다가 직원 복지도 좋은 편이다. 모르는 승객이 더 많겠다. 그러나 KD운송그룹은 1971년 설립한 대원여객을 모체로 경기고속·대원고속·평안운수 등 15개 버스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 여객운송 업체다.
수도권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대원’이나 ‘경기’와 같은 이름이 붙은 버스는 모두 이 회사 것이다. 운행 버스만 5000여 대, 근무인력이 9500여 명에 이른다. 하루 이용 승객은 200만여 명이다. 지난해 매출은 7737억원. 버스 30대로 시작한 이 회사는 30여 년 만에 5000여 대로 성장했다.
대한민국 버스 10대 중 한 대는 이 회사 버스다. KD운송그룹 허명회(79) 회장은 회사 성장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직원을 1등으로 대접하면 직원이 승객을 1등으로 모신다. 그래야 회사는 1등이 된다.” 일례로 허 회장은 운전기사를 ‘승무사원’으로 부른다. 이 승무사원을 위한 허 회장의 기본 방침은 간단하다.
직원 복지에 있어 의식주만큼은 최고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의(衣). 이 회사 ‘예복’은 앙드레 김이 디자인했다(이 회사에서는 절대 작업복이라 부르지 않는다). ‘작업복 디자인은 곤란하다’는 앙드레 김을 5년간 설득했을 만큼 허 회장은 좋은 옷을 입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최고의 명품을 입으면 명품 행동을 하게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리고 식(食). 전국에 53개 식당을 운영하며 영양사를 고용해 음식을 만든다. KD운송그룹은 김치·콩나물공장(KD푸드피아)을 가지고 있다. 국내산 최고급 배추만을 사용하고, 콩나물은 제주도에서 공수해 먹는다.
한 달에 한 번씩 5000만원어치 국내산 소갈비로 생일파티를 해준다. 안동에서 최고로 치는 한우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매년 김치 15㎏를 각 사원 가정에 보내준다. 마지막으로 주(住). 보통 운전기사 숙소는 차고에 조그맣게 마련돼 있는 경우가 많으나 이 회사에서는 따로 아파트를 임대한다.
제대로 잠을 자지 않으면 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센티브도 파격적이다. 창립기념일인 4월 1일 허 회장은 10년 무사고 운전 포상금, 친절 서비스 등으로 10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순이익 100억원의 10%에 이르는 금액이다. 직원에게 이런 대우를 한 결과 이 회사에서는 단 한 차례 노사 분규도 없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노조위원장들과 대화를 나눈 것에 더해 허 회장이 평소 직원의 살림과 가정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쯤 되니 사원보다 사원 ‘사모님’이 더 좋아하는 회사란 소릴 듣는다. 이처럼 직원을 1등으로 대접한 결과는 회사의 내실 있는 성장으로 돌아왔다. “버스 회사 이익 내기 어렵습니다.
지하철 개통, 자가용 증가 등으로 버스를 타는 승객이 줄어들었습니다. 하루 버스 한 대에서 나오는 순이익이 6000원입니다. 버스 한 대 가격이 1억원인데 한 달에 18만원 벌면 이게 남는 장사입니까? 결국 기름값과 보험료를 낮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직원 빼고 다 잘라라지난해 매출이 7737억원이었으니 이익률은 1%가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 중 20억원은 버스 운영에서 나오고 80억원은 운영 외 수익, 버스 광고 등에서 나온다.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그는 81년부터 출발 5분 전 시동, 경제속도 유지 등과 같은 매뉴얼을 만들었다. 일반 휠보다 3배가량 비싼 알루미늄 휠을 도입한 타이어를 써 연비와 승차감을 높이고 버스 연수도 늘렸다.
그는 원가 절감을 목표로 지금도 차량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 또 저유소를 만들어 기름값이 가장 쌀 때 사 가격이 오르면 소비했다. 여기서 비용 20억원이 절감된다. 운행 버스도 대우버스 한 기종으로 통일해 구매 가격을 할인 받고 부품 교체, 운전교육 비용을 줄인다. 유니폼 제작(KD어패럴)부터 차량 정비소 운영(KD정비공장), 유류 보급(KD에너지텍)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한마디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자급자족’하는 것이다. 아웃소싱이 더 싸게 먹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물론 비정규직을 쓰면 550억원의 이익이 더 날 수 있다. 그런데 그러면 무엇이 좋은가. 우리는 짐짝을 나르는 것이 아니라 하루 200만 명의 생명을 모신다. 비정규직을 채용한 회사는 망했고 우리는 살아남아 그 회사를 사들여 여기까지 왔다.”
그의 말은 단순한 철학이 아니다. 회사별 보험료 비용을 살펴보면 그의 말은 현장에서 나온 비용절감 정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고율을 낮춰야 한다. 직원을 정성껏 모신 결과 직원의 행동이 바르게 되고 사고도 줄었다. 그가 인수한 버스 회사를 살펴보니 보험료가 3배였단다.
허 회장은 이 모든 것을 현장에서 익혔다. 1961년 지금 그가 인수한 경기여객에 검표원으로 취직한 그는 일당 100원을 받고 일을 시작했다. “검표원으로 시작했지만 20년 안에 사장이 되고자 했고 18년 만에 사장이 됐습니다. 2011년까지 5000대까지 사이즈를 늘리겠다고 목표를 세웠는데 1년 앞당겨 이루게 됐습니다. 이것은 제가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고 그것을 바라보고 달렸기 때문입니다.”
혹, KD운송그룹에서 일하는 데 관심 있는 사람을 위한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반드시 남자는 부인이, 여자는 남편이 있을 것.” 허 회장이 강조하는 KD운송그룹의 직원이 갖춰야 할 됨됨이는 바로 ‘가정적이냐’ 하는 것이다.
채용 시 일일이 직원 면접을 보는 허 회장은 가정의 구성을 살펴보고 얼마에 세 들어 사는 것까지 묻는다. ‘가화만사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그래서 사원보다 사원 ‘사모님’이 더 좋아하는 회사라는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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