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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호흡하는 건축물로 승부한다”

“시대와 호흡하는 건축물로 승부한다”

5월 1일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2010 상하이엑스포’가 6개월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개막 첫날부터 한국관과 한국기업연합관(이하 기업관)이 현지 관람객들로 붐빈다. 이번 상하이엑스포에서 한국은 기업관을 처음으로 설치했다. 삼성, LG, 현대차, SK텔레콤, 포스코 등 국내 12개 글로벌기업이 참가한 이 기업관은 ‘녹색도시, 녹색생활’을 주제로 한국 기업이 추구하는 녹색성장 비전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된다.

눈에 띄는 수려한 건물 외관뿐만 아니라 LCD 모니터 192대를 활용한 세계 최대 규모의 원통형 영상시스템의 멀티미디어 영상쇼가 장관을 이룬다.한국무역협회의 발주를 받아 기업관을 직접 설계한 해안건축 김태만 디자인 대표(CDO)는 상하이엑스포 개막에 느끼는 감회가 남다르다.

그는 “한국 전통의 춤사위와 상모돌리기를 연상케 하는 건물 외관은 기업과 사람, 도시와 자연을 엮어주는 물결이 건물 전체를 역동적으로 휘감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해안건축은 그동안 국내 건축설계디자인 분야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서울 추모공원, 한강 플로팅 아일랜드, 2012 여수세계박람회 국가관 등을 설계하면서 독특한 개성과 창의성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반포대교 남단에 세워질 ‘플로팅 아일랜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섬 위에 문화공간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플로팅 아일랜드는 세 개의 섬으로 꽃을 형상화해 국제도시인 서울의 문화적 개화를 향한 의지와 능력을 표현했다.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의 핵심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이 실험적인 건축물은 공연, 전시, 레저 등 특성화된 주제를 바탕으로 꾸며지게 된다.

“한강은 대한민국의 서울을 세계의 서울로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아이콘”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해안건축은 2008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AIA뉴욕디자인어워즈’를 수상했다. 이 상은 미국건축가협회(AIA)가 매년 전 세계의 혁신적인 건축물과 준공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수여하는 상으로 미국 최고 권위의 건축분야 전문가들이 심사에 참여한다.

올해 프로젝트 부문(2010 AIA NY Design Awards: Project Merit Award) 우수상을 수상한 ‘충남도본청’은 해안건축과 이 회사의 뉴욕법인 ‘H Associates’가 공동 설계했다. 이 회사는 2008년에도 ‘더 게이트힐즈 성북’으로 프로젝트 부문 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강북대형공원’ 설계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그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올해 수상은 해안건축의 설계 능력만으로 세계적인 유명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해안건축의 설계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람의 어우러짐을, 그리고 공공성과 친환경성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습니다. 이런 철학이 미국 건축계로부터 인정받은 것이지요. 특히 올해 우수상을 받은 ‘충남도본청’은 정부청사(Government)와 도심(Civic)의 기능, 건물과 부지, 주변 여건의 관계를 새롭고 유기적으로 해석해 친환경적으로 풀어낸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에 참가할 세계 100여 나라의 전시공간인 국가관도 주목받는 해안건축의 작품이다. ‘제3의 자연; 다도해의 은유(The 3rd Nature; Metaphorical Archipelago)’라고 이름 붙여진 이 작품은 해무(海霧) 속에서 점점이 이어지는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들을 연상케 한다.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최첨단 건축 재료로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1등으로 당선돼 현재 건축이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26일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김태만 대표를 김태영 객원기자가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2010 AIA 뉴욕디자인어워즈’를 3년 연속 수상했는데, 어떤 상인가?
AIA의 뉴욕지부가 주는 상이다. 뉴욕은 미국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어서 이 상은 탁월함과 디자인의 가능성을 지닌 작품에 주어진다. 우리가 뉴욕 현지법인을 설립한 지 3~4년밖에 안 된 시점에서 3년 연속 수상했다. 무엇보다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의 디자인을 국제화하는데 일조하고 싶다.



올해 수상작품인 ‘충남도본청’은 어떤 부분을 높게 평가받았나?
아직 준공되지 않은 작품이지만 충남도본청은 공용성과 친환경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우리 회사는 친환경 이슈와 사회적 관심 등을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제안해 왔다.

2008년 친환경기술국제협회 최우수 디자인상을 수상한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심행정타운 마스터플랜 당선작에서도 권위적이고 내부지향적인 정부청사의 이미지를 허물었다. 또한 모든 건물의 옥상에다 자연생태공간을 조성하는 등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친환경적 기술을 제안했다. 도시에 맞는 미학과 아름다움도 결국 자연에서 얻을 수 있다.



5월 1일부터 개막된 ‘상하이엑스포’에서 한국기업연합관도 화제가 됐다.
전 세계에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알리고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고 본다. 막을 사용한 건물외관은 경관조명에 의해 밤마다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도록 했으며, 나사형 구조로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겨울에도 눈을 접하기 힘든 상하이의 기후에 착안해 하루 두 차례씩 10분 동안 조설기를 이용해 ‘눈 내리는 상하이’ 풍경을 깜짝 연출한다.



2012년에 열릴 여수세계박람회의 국가관도 직접 설계했는데.
여수엑스포는 국가관이 종합관 역할을 한다. 남해의 잔잔한 물결과 다도해들을 형상화했다. 관람객들이 마치 바닷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굉장히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건물이기도 하다. 자연과 사람의 지혜가 결합된 세 번째 자연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표와 해안건축이 추구하는 건축철학은?
이성적인 판타지와 끝없는 창조성을 추구한다. 모든 건축물을 기술과 미학을 적절히 혼합한 상상력으로 접근한다. 창의적이지만 실현 가능한 솔루션을 함께 고민한다. 해안건축은 사회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디자인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항상 시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디자인의 감수성을 추구하며 ‘무엇을 줄까’를 고민한다. 건축은 특히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공간, 위안을 주는 공간으로 효용성과 아름다움 그 이상의 예술적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오늘날의 시대가 요구하는 건축철학이 있다면?
모든 디자인은 시대에 맞게 변화한다. 개인 중심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그 시대에 가장 필요한 책임,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 회사는 서울 용산 트럼프월드와 용산역사 복합개발, 일산 웨스턴돔 등에서도 늘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공공 프로젝트에서는 특히나 친환경의 유익함을 구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창의성을 만들어내는 해안건축의 회사 분위기가 궁금하다.
해안건축은 직원들이 창조성을 끊임없이 실현할 수 있는 무대다. 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이상을 발휘하도록 모든 기회를 제공한다. 일찌감치 주5일 근무제를 실시했을 정도로 자유와 의무를 직원들에게 부여한다. 경제적, 정신적 안정이 결국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특히 사내교육프로그램인 호프(HOPE)를 통해 다음 세대를 이끌 인재양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학점제를 통해 사내강사 교육과 온라인 교육을 병행하도록 한다. 창업 이래 매년 10~20%의 성장을 일궈온 비결이기도 하다.



해안건축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은?
국제적인 건축디자인 회사, 그 시대에 맞는 브랜드를 창조하는 세계적인 디자인그룹이 목표다. 이를 위해 2006년 뉴욕법인 ‘H Associates’에 이어 2008년에는 타슈켄트법인 ‘Haeahn Global’을 설립해 해외건축계에도 진출했다. 향후 세계시장 진출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뉴욕법인은 이미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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