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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보다 펜이 더 정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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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과 우울증, 당뇨병의 초기 증상을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판별하는 의료검사는 뭘까? 대부분은 뇌 스캔이나 혈액 검사, 유전자 검사라고 답한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된다. 서면이나 컴퓨터를 통한 표준 질문지 작성이다. 몸 상태를 진단하고 질병 위험도를 평가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너무 단순하다고? 맞다. 하지만, 그게 바로 이 방법의 묘미다. 검사가 쉬울뿐더러 환자가 망각하고 언급하지 않은 중요한 정보까지도 빨리 얻게 된다. “질문지 검사는 모든 형식으로 사용된다”고 보스턴 의학대학원 가정의학과의 래리 컬페퍼 원장이 말했다. “물론 검사 후에는 반드시 질문지 내용을 확인하고 환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야 한다.

확진을 위해선 다른 방법도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신속한 진단에는 설문지 검사가 꼭 필요하다.” 값비싼 최첨단 검사와 달리 공짜나 다름없어 진단 비용은 보너스다. 가장 효과 만점으로 알려진 검사들을 소개한다.



알츠하이머 진단 SAGE 검사알츠하이머병 진단을 위한 뇌스캔, 혈액 검사, 유전자 검사는 모두 이미 도입됐거나 개발 중이다. 그러나 실제 알츠하이머병이 의심될 경우, 맨 먼저 실시되는 검사는 따로 있다. 몇 가지 질문을 통해 경미한 인지장애(‘열쇠를 어디다 뒀더라’ 식의 단기 기억상실은 치매 초기증상일 가능성이 있다)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이 검사는 6년간의 임상실험 끝에 도입돼 의료 현장에서 널리 사용하는 단계별 검사 CANS-MCI와 함께 컴퓨터로 실시된다. 2001년부터 미 노화연구소의 후원 아래 이뤄진 다수의 연구 결과, CANS-MCI는 알츠하이머병 초기 증상을 감지하는 데 신뢰도가 높고 유용하다고 인정받았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약은 조기에 처방될수록 효과가 높아 빠른 진단이 치료 성과를 좌우한다. ‘자기 기입식 공간지각 검사(SAGE)’로 불리는 새 검사법도 있다. 설문지 작성으로만 이뤄진다. 질문은 초등학교 2학년 시험문제처럼 쉬워서 웃음이 나올 정도다. “5센트 동전 몇 개가 모여야 60센트가 되는가?” “시계를 종이에 크게 그리고 숫자를 써넣으시오” 등.

놀랍게도 여러 장으로 이뤄진 질문지에 답하고 나면, 환자의 경미한 인지장애 80%가 가려진다.(인지장애가 아닌데 인지장애로 잘못 진단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인지 기능에 문제가 없는 사람 중 95%가 ‘정상’ 판정을 받았다.) SAGE를 개발한 오하이오 주립대 의학센터 신경학자 더글라스 샤르는 SAGE가 환자뿐만 아니라 시간에 쫓기는 의사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SAGE는 의사의 감독 없이도 가능해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작성할 수 있다.



정신질환 판별하는 M3 1990년대, 의사들은 우울증 판별 목적으로 초간단 검사 PHQ-9를 개발했다. 검사는 지난 2주 동안의 일상 생활에 관해 묻는 9개 질문으로 구성된다.(수면에 어려움이 있습니까? 몸을 움직이거나 말하는 속도가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여길 정도로 느립니까?) PHQ-9는 “우울증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고무적인 발전이었다”고 보스턴 가정의학의 컬페퍼가 말했다.

“그러나 PHQ-9는 우울증과 유사 질환을 구분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PHQ-9는 순전히 우울증 진단을 위한 검사이며, 유사 증상을 보이는 조울증 등과의 구분은 어렵다. “조울증 환자를 통상적 우울증 환자로 오진해서 치료하는 경우, 명백한 위험이 있다”고 컬페퍼는 말했다(일부 항우울제는 조울증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컬페퍼는 M3 검사를 개발했다. 1쪽짜리 M3 검사는 실시하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환자가 체크리스트에 답하고 나면 우울증과 조울증, 외상후 장애, 불안 장애 등의 진단이 나온다. “진단 결과를 확진하려면 다른 검사도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시간이 확실히 단축된다”고 컬페퍼는 말했다.

차이점은 검사를 자주, 정기적으로 실시해서 점수의 변화 추이와 이를 통한 수검자의 정신상태 변화를 관찰하는 데 있다. 온라인상으로 검사하고 결과를 주치의에게 보내는 방법도 가능하다. 조만간 응용 프로그램이 도입될 예정이어서 스마트폰으로도 검사가 가능해진다고 컬페퍼는 말했다.



당뇨병 예측 검사당뇨병 발병 위험을 평가하는 기존 검사법은 악명(?) 높기로 소문났다. 14시간 금식한 뒤 피를 뽑고,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단맛이 나는 음료 1컵을 마신 뒤 2시간을 기다렸다가 다시 채혈을 한다. 의사들조차도 구강 포도당 내성 검사가 “상대적으로 비싼데다가 불편하고, 노동력이 많이 들며, 신뢰성도 높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다행스럽게도 이젠 그렇게 힘든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될 듯하다. 채혈 없이 몇 가지 기본 정보만으로도 당뇨병 고위험군 성인을 가려낼 방법이 지난해 발표됐다. 연구자들은 수검자의 허리둘레와 혈압·신장·맥박을 측정하고, 연령과 인종(일부 소수인종의 경우, 당뇨병 유병률이 높다), 가족력, 금연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측정 결과와 정보만으로도 향후 10년 내 수검자의 당뇨 발병률을 예측하는 신뢰성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45세 미만의 환자를 대상으로 검사해 본 적이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언젠가는 최고 위험군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번거로움 없이 당뇨병 발병 위험을 확인할 길이 열릴 전망이다.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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