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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도 너무 죈다!

허리띠 졸라도 너무 죈다!

영국 유권자들은 고든 브라운(노동당 출신 전 총리)의 시무룩한 얼굴을 데이비드 캐머런(43·보수당 출신 신임 총리)의 낙천적이고 신선한 얼굴로 대체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건 오해다. 지난 6월 7일 캐머런은 영국 국민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늘어나는 부채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우리 경제와 사회, 나아가 생활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올해 영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1%에 이르리라 전망되며, 부채는 1조1200억 달러로 계속 증가한다.

캐머런은 정부지출 삭감과 증세라는 가혹한 처방을 내렸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모토는 ‘멋진 영국(Cool Britannia)’이었지만 캐머런의 모토는 ‘이젠 긴축재정!(Austerity Now!)’이 될 듯하다.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초기에 대다수 선진국은 경기부양 정책으로 대응했다.

각국은 정부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삭감했다. “불경기 때는 줄어든 개인 수요를 정부가 대신해야 한다”는 케인스의 이론을 따른 셈이다. 하지만 2010년은 긴축재정의 해가 될 듯하다. 그리스는 국제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려고 예산삭감과 증세 정책을 채택했다. 지난 5월 말 스페인의 좌파 정부는 (실업률이 20%에 이르는 상황에서도) 공무원 임금을 5% 삭감하고 연금을 동결했다.

그런가 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비행세를 인상하고 국방지출과 공공사업을 줄이는 등 2014년까지 1440억 달러의 예산을 절감하는 긴축재정 계획을 발표했다(독일의 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5%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 갖고 싶은 것을 모두 가질 수는 없다”고 메르켈은 말했다.

미국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긴축재정의 분위기는 확실히 감지된다. 실업률이 9.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 5월 하원은 재정적자를 우려해 고용촉진 법안의 규모를 줄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최근 각 연방 부처에 2012년 예산을 5% 삭감하는 방안을 제시하도록 요청했다.

최근 미국의 각 주와 도시가 예산을 줄이고 세금을 올리는 추세다. 경제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경기회복의 초기에 재정긴축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경기 하강을 유발하고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세계 각지에서 긴축재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각국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이 긴축재정 대열에 합류한다. 대다수 국가(특히 스페인·이탈리아·포르투갈 등 성장이 둔화되고 부채가 많은 남유럽 국가)가 긴축재정을 그리스와 같은 운명을 피하는 방법으로 여긴다. 일부 국가는 경기부양책이 유발할지 모르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긴축재정을 채택한다.

하지만 실제로 선진국의 엄청난 잠재적 경제능력을 감안할 때 인플레가 발생할 염려는 거의 없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의 경제학자 브래드 드롱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인플레 발생을 억제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북극의 만년설이 확산될 위험이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만큼이나 터무니없다.”

하지만 일부 경제 대국은 미세한 인플레 조짐에도 과민반응을 보인다. 독일이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가혹한 조치를 취한 동기 중에는 유럽통화동맹(EMU)에 모범을 보이고픈 욕심과, 바이마르 공화국의 멸망과 히틀러 부상의 계기가 된 1920년대의 극심한 인플레에 대한 공포심이 포함됐다.

최근 각국의 긴축재정 움직임에는 정치적 요소도 강하게 작용했다. 현직 정치지도자들에겐 임금 삭감과 증세가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캐머런처럼 이제 막 취임한 지도자들의 경우 긴축재정의 시행은 전임자가 초래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9일 그리스 경제위기 이후 최초로 총선이 실시된 네덜란드에선 3%의 예산삭감과 균형예산을 내세운 중도우파 자유민주당(VVD)이 승리했다. 미국의 사정은 좀 다르다. 실업률이 여전히 높고, 장기금리가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인플레이션이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고, 집권 민주당은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에 대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부양 정책을 지속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 내부에선 1993년 빌 클린턴 정부 시절과 똑같은 논란이 재현된다. 당시 국가경제회의 보좌관이던 로버트 루빈과 노동부 장관이던 로버트 라이크는 재정적자 축소 정책과 경기부양책의 상대적인 이점을 놓고 논쟁했다.

당시에는 민주당이 재정적자를 축소하겠다는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루빈파가 승리했다. 하지만 17년이 지난 지금 오바마 정부는 다른 이유에서 재정적자 축소를 선택했다. 단기 재정적자가 느린 성장과 높은 실업률보다 정치적 위험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각 주와 도시의 재정적자 축소 노력이 경기회복을 방해한다는 사실은 계산에 넣지 못했다.

미국 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CBPP)는 2008~2009년 33개 주가 세금을 인상함에 따라 연간 세수가 317억 달러 증가하리라고 예측했다. 한편 지난 5월 각 주와 지방정부는 일자리 2만2000개를 줄였다. CBPP의 주 재정사업 책임자 니컬러스 존슨은 이렇게 말했다. “각 주가 경기침체 대응과 균형예산 달성 차원에서 취한 조치들이 경제를 둔화시킨다.”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성장을 도모하긴 어렵다. 세계 경제대국들은 성장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높은 재정적자를 감수할 필요가 있다. 재정적자 감축은 그 다음 문제다. 성(聖) 어거스틴은 “제게 순결과 절제를 주소서.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라는 기도로 유명하다. 현재 각국의 정책입안자는 밀턴 프리드먼(케인스 학파의 재정 중시책에 반대했다)이나 케인스가 아니라 성 어거스틴의 말을 따라야 할 듯하다. “저희에게 긴축재정과 재정적자 감축을 허락하소서.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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