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인력 따라올 곳 없어”
“우리 기술·인력 따라올 곳 없어”
외환위기 때 정부 주도로 이뤄진 ‘빅딜’은 조용수(55) 신텍 대표의 운명을 바꿔놨다. 당시 그는 삼성중공업 발전설계 총괄 부장이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삼성중공업 발전설비 부문은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으로 이관됐다. 조 대표를 포함 300여 명이 회사를 옮겼다.
1년 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다. 조 대표는 회사를 나와야 했다. 조 대표는 10년 전 일을 떠올리며 “20년간 잘 훈련된 인재들을 내치고 발전설비 산업을 포기한 처사”였다며 “민족 자본의 유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1년 초 선·후배 5명과 함께 창원에 회사를 차렸다.
지금은 화력발전 및 산업용 중대형 보일러 시장에서 독보적 업체로 성장한 신텍이다. 설립 첫해 매출은 13억원이었다. 화력발전소를 보수해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주력 사업이었다. 자본은 부족했지만 확실한 기술력을 가진 엔지니어의 힘은 컸다. 특히 발전설비에 들어가는 보일러 설계 기술력은 최고였다.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매출은 연평균 70%씩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1330억원. 그사이 흩어졌던 옛 동료가 모여들었다. 현재 230명 임직원 중 옛 삼성중공업 엔지니어 출신이 50여 명이다. 조 대표는 “삼성중공업 관계사 출신을 포함하면 1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신텍은 특히 대기업은 참여하기 힘들고 중소기업은 진입하기 어려운 100~300㎿급 발전 보일러 분야 시장을 장악했다. 이 회사는 일본 IHI를 비롯해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등 대형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코스닥에는 지난해 4월 상장했다. 상장 당시 신텍은 독보적 기술력으로 증시의 큰 관심을 모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대형 보일러를 설계·제작할 수 있는 업체는 한정돼 있다. 두산중공업과 같은 대형 보일러 업체들은 중대형 보일러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고 소형 보일러 업체들은 설계 능력 미비로 시장 진입이 어렵다. 글로벌 중대형 보일러 시장에서 신텍과 같은 업체는 3~4군데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을 제외하고 중대형 보일러 수주가 가능한 업체는 신텍이 유일하다. 한 경쟁사가 최근 관련 기술을 이전 받았지만 아직 수주 경험은 없는 상황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발전소 수주를 많이 하고 있지만, 보일러 설계 능력이 없기 때문에 보일러 부문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미 발전 일괄방식 수주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두산중공업을 계속 파트너로 삼는다는 것은 건설사 입장에서도 상당한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중대형 보일러 분야에서는 신텍을 파트너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 회사의 시니어급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삼성중공업, 두산중공업 등 대기업에서 육성된 인재들이다.
원전·바이오매스 분야 진출조용수 대표는 “발전산업은 기술 진입장벽이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첨단기술과 경험, 체계화된 표준과 실적이 요구되는 기술집약적 산업이고 기술이 축적되는 데 장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에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엔지니어를 적어도 7~10년 정도 키워야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게 그의 얘기다.
신텍은 230명 직원 중 150명이 엔지니어다. 이 중 10년차 이상이 60명 정도다. 임원은 대부분 20년차 안팎의 기술자들이다. 동종 업계에서 대기업을 제외하고 이 정도 인력을 보유한 곳은 없다. 조 대표는 “톱 클래스 수준의 엔지니어 외에 3년차 이하 엔지니어가 40명 정도 된다”며 “이들을 잘 훈련시켜 키우는 것에 신텍의 미래가 있다”고 했다.
2005년 전후로 탄력이 붙어 성장하던 회사는 지난해는 다소 주춤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시장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이다. 예상됐던 수주가 지연되고 신규 발주도 나오지 않으면서 조 대표는 “말 그대로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주가도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4월 시초가 2만5000원(공모가 1만25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지난 5월 말 1만원대가 무너졌다.
특히 지난해 말 대규모 해외 수주 소식이 발표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급등했지만 수주 발표가 늦어지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져 급락했다. 주가는 6월 들어 회복 중이다. 조 대표는 “올 들어 수주 환경이 좋아지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대규모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수주액은 770억원에 그쳤지만 올해는 4월까지 885억원을 신규 수주했다.
지난 4월에는 삼성엔지니어링과 567억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루와이스 정유공장 설비공사 계약을 했다. 조 대표는 “현 단계에서 밝히기는 어렵지만 동남아시아와 중동, 남미 쪽에서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텍은 석탄화력발전과 산업용 중대형 보일러에 주력했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원자력, 바이오매스 발전설비 등으로 넓혀 가고 있다.
조 대표는 “기술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신텍은 이미 원자력설비 부문의 미국 기계학회 인증인 ASME N스탬프를 취득했고 한국수력원자력에도 유지·보수 업체로 등록했다.
신텍은 최근 증시에서 원자력·바이오매스 테마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조 대표는 올해 예상 수주액을 3200억원으로 내다봤다. 그는 “2015년 매출 1조원이 중기 목표”라며 “발전설비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신규 진출한 시장 전망이 좋아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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