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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카타르가 농경국가에 도전

산유국 카타르가 농경국가에 도전

▎IT( 정보기술 )와 바이오기술의 한 갈래인 농업의 융합이 진행 중인 빌딩농장의 개념도.

▎IT( 정보기술 )와 바이오기술의 한 갈래인 농업의 융합이 진행 중인 빌딩농장의 개념도.



중동 페르시아만에 있는 카타르가 첨단기술을 이용해 친환경 농업국가로 거듭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사막에서 채소를 키우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전국에 농장빌딩을 대대적으로 세워 2023년까지 신선한 채소는 물론 곡물까지 자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십 층짜리 고층빌딩에 수경재배 등이 가능하도록 한 농장빌딩은 수직 농장이라고도 부른다. 고압나트륨 전등이나 LED 조명을 비롯한 인공 광원을 사용하면 밤낮 재배가 가능한 것은 물론 실내에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어 사철 내내 농업이 가능하다. 1999년 농장빌딩 아이디어를 처음 내놨던 미국 컬럼비아대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는 30층 규모의 농장 빌딩 하나면 5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사용되는 물은 담수화 장치를 이용해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해 사용하게 된다. 이 담수화 장치를 움직이고, 온도를 조절하며 광원을 가동할 에너지는 태양열·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해 얻을 예정이다. 석유자원이 아니고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카타르는 이를 통해 수경재배 기술은 물론 첨단 에너지 기술까지 확보할 생각이다.



식량안보 위해 결정카타르는 이미 이 프로젝트를 실행할 ‘QNFSP(카타르 식품안전 프로그램)’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가동하고 있다. 여기서 안전은 식량위기로부터의 국민 안전을 말한다. 카타르는 2년 전 농장빌딩 건설을 통한 식량 자급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시 중동지역에 식료품을 수출하던 몇몇 국가에서 자국 내 식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서민생활 대책으로 식품의 해외수출을 금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돈을 아무리 줘도 해외에서 식료품을 사올 수 없는 불상사를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식량 무기화가 현실이 되면 자국에서 농산물을 거의 재배하지 못하는 사막국가가 가장 큰 고통을 겪게 마련이다.

카타르에는 현재 1400개의 농장이 있다. 총 4만5000㏊ 규모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은 전체 소비량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모두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농지로 사용할 수 있는 토지는 6만5000㏊가 더 있고 2만㏊에 이르는 매립지도 농토로 쓸 수 있지만 이를 모두 가동해도 국민에게 충분한 식품을 공급하는 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 땅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물이 필요한데 이를 확보할 방법도 없다.

그래서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 토후국인 아부다비처럼 해외에 농업용 부동산을 대거 구입했다. 현지에서 곡물을 재배해 자국으로 실어오기 위해서다. 카타르는 이지원시스템을 찾고 있다.

이 조직의 목표는 2013년 농장빌딩에서 농산물 생산을 시작해 10년간 확대를 계속하다 2023년 마침내 식량자급을 이루는 것이다. 세부적인 목표와 투자금액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최소 수십억 달러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전 세계에 이 프로젝트를 위한 공사·설비·기자재 발주가 이뤄져 농장빌딩을 매개로 한 중동 특수가 새롭게 생길 수 있다.



카타르는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원천기술을 확보할 생각이다. 농장빌딩의 건설과 운영 노하우는 물론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무공해 발전소 등 첨단 에너지 기술도 함께 확보한다는 생각이다. 이미 해외 연구기관과 손잡고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시리아 기업인 ‘ICADD(건조지역 농업개발 국제센터)’와는 농장빌딩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독일의 국립 우주·에너지·교통 연구기관인 DLR(독일항공우주센터: Deutsches Zentrum fur Luft und Raumfahrt)과는 무공해 에너지 기술 연구를 함께하고 있다.

카타르 수도 도하에 해외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텍사스 A&M대학과는 운영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카타르는 외국 연구기관이 자국에 연구소를 세우기로 할 경우 투자액과 동일한 금액을 투자하는 매칭펀드 제도를 적용해 지원한다.

QNFSP의 알아티야 위원장은 “카타르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 현재 우리가 가진 아직은 농산물을 팔아 버는 돈보다 체험학습을 하러 오는 학생이나 관광객에게서 버는 돈이 더 많은 실정이다. 판매수익보다 비영업 분야 이익이 더 많은 것이다.

농업 강국 네덜란드에서는 온실에서 나트륨 전등과 LED 조명을 광원으로 활용해 육묘상자에 든 식물을 수경재배하는 농법을 실험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풍력과 태양열 발전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30층 높이의 수직농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캐나다는 토론토 도심에 스카이 팜이라는 58층짜리 수직농장을 지을 계획이다.



한국도 농장빌딩 프로젝트 진행 중한국에서는 농업진흥청이 이를 개발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 농진청은 지난해 9월 해양연구원과 공동으로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개발해 남극 세종기지로 보냈다. 대원들은 추운 남극 땅에서 신선한 채소를 재배해 먹고 있다. 이런 첨단기술을 중동의 사막국가인 카타르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습득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물론 식량안보를 위해 사 먹는 것보다 비싼 비용을 각오하고 추진하는 프로젝트지만 한계는 있다. 두바이에 있는 GRC(걸프연구센터) 에크하르트 뵈르츠는 “운송과 보관에 비용이 많이 드는 신선한 채소라면 사막에서 재배해도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전 세계적으로 충분한 양이 재배되고 국제시장에서 엄청난 양이 거래되며 운반비도 많이 들지 않는 곡물이라면 해외에서 사 먹는 게 더 싸게 먹힐 것”이라며 “곡물을 국제시장에 의존하되 자국 비축량을 늘리는 방안을 권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규모의 경제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비용이 많이 떨어져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다”며 “만일 카타르의 프로젝트가 성공해 사막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같은 프로젝트에 뛰어들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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