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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지 말고 기술을 벌라

돈을 벌지 말고 기술을 벌라

우진은 국내에서 원전 계측기를 만드는 유일한 회사여서 원전산업 성장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세계적으로 원전 붐이 일면서 우진의 실적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2007년 251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50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유계현 우진 대표이사.

▎유계현 우진 대표이사.



국내 유일의 원전 계측기 전문기업 우진에 올해는 남다른 해다. 창립 30주년이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해이기 때문이다. 우진은 이를 통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우진은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원자력 발전에서 필수인 원전용 핵심 계측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원전 계측기는 원전 안의 핵분열 상태나 냉각재 온도·수위 등을 파악하는 장치다. 원전 계측기가 없다면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원전산업 성장의 최대 수혜자1980년 설립된 우진은 철강용 계측기를 시작으로 원전용 핵심 계측기로 사업 분야를 꾸준히 넓혀왔다. 특히 1990년대 들어 누구도 국산화 엄두를 내지 못했던 원전 계측 분야를 개척하기 시작해 세계에서 셋째로 원자로 내 핵분열 상태를 측정하는 ICI를 개발했다. 원전 운영의 핵심인 계측기 국산화에 선두주자로 나선 우진은 원자로 내 4개 계측기로 불리는 ICI, RSPT(제어봉의 위치 전송), HJTC(원자로 내 냉각재의 수위 측정), 그리고 Fast Response RTD(냉각재 온도 측정)를 개발해 국내 원전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우진은 원전용 계측기를 중심으로 계측과 관련된 사업 다각화에도 힘을 기울였다. 철강용 플랜트, CMS(설비진단 시스템), 유량계, 신소재 등의 분야에 진출했다. 유계현(55) 대표는 “계측기 산업에서 안정성과 신뢰성을 얻어 창사 이래 흑자 경영과 무차입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며 “30년간 쌓은 독보적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진은 국내에서 원전 계측기를 만드는 유일한 회사여서 원전산업 성장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세계적으로 원전 붐이 일면서 우진의 실적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2007년 251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50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42%에 이르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5억원, 당기순이익은 106억원이었다.

“우진은 원자력 계측기 부문에 꾸준히 투자해 원자로에 들어가는 모든 계측기를 국산화한다는 목표입니다. 특히 30년간 쌓아온 전문 인력과 경쟁력, 그리고 기술 노하우는 아무나 따라오기 어렵죠.”



원자로 내 모든 계측기 국산화 목표이 회사가 처음부터 원전 계측업에 뛰어든 건 아니다. 원래 철강용 계측기 분야가 전공이었다. 지금도 포스코와 관련된 매출이 전체의 29%에 이를 정도다. 특히 이 회사가 1995년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원전 계측업에 출사표를 던질 수 있었던 것도 철강용 계측기에 대한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

“누구도 국산화 엄두를 내지 못할 때 중소기업이 도전한다고 하니 모두 비웃었죠. 그러나 결국 프랑스, 미국과 더불어 우리가 세계 3대 원전 계측기 생산국이 됐습니다.”

남들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비웃었지만 유계현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돈을 벌지 말고 기술을 벌라’는 남다른 기업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계측기 역사의 산 증인인 창업자 이성범 회장의 기업 정신이자 경영철학이다.

이 회사의 기술 제일주의는 인력 구조에서도 잘 볼 수 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유 대표를 비롯해 주요 임원 대부분이 공대 출신이다. 특히 인력의 20% 이상이 R&D(연구개발)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것도 기술력 강화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 마련한 돈으로 인재를 확보하고 첨단설비를 도입해 기술 개발에 더욱 정진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원자로 내 모든 기자재를 국산화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원전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입니다.”

원전은 ㎾당 제조원가가 현저히 낮아 경제적이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어 다시금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과 EU(유럽연합)를 비롯한 선진국은 물론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까지 거의 모든 나라가 원전을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원전이 400기 이상 건설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원전시장의 20%를 차지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이미 기술과 품질을 인정 받은 우진은 원전 르네상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더욱 각광 받을 전망이다.

유계현 대표는 그런 측면에서 기술 개발과 더불어 마케팅에도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우진은 고객의 요구에 따른 특별한 맞춤형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마케팅이 어느 기업 못지않게 중요하다. 감성경영도 미래 성장을 뒷받침할 한 요소다. 경기도 화성의 우진 사옥에 있는 연못과 조경은 마치 외국 휴양지를 떠올리게 한다. 우진의 사옥은 아름다운 공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자율경영도 빼놓을 수 없다. 우진은 설립 당시부터 출퇴근을 체크하는 타임카드를 두지 않았다. 1995년에는 팀제를 도입해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였다. 여기에 1999년부터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우진은 원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자로 및 NSSS(증기발생기) 내 계측기의 70~80%까지 국산화에 성공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원자로 내 모든 계측기의 국산화를 완료할 목표다. 이 목표를 이루면 우진은 원전 계측기 분야에서는 글로벌 리더로 한 단계 도약할 전망이다. 우진은 국산화와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2016년까지 매출 1500억원을 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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