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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동조화?
지금은 ‘역동조화’ 시대
2년 전 경제학자들은 ‘탈동조화(decoupling)’ 이론을 비웃었다. 중국을 비롯한 기타 신흥국 경제가 서방의 경제동향과 독립적으로 움직일 가능성 말이다. 하지만 서방의 대불황에도 대다수 신흥시장 경제는 잠시 주춤하다가 질주를 계속하며 탈동조화론에 다시 힘을 실어줬다. 이제 시장이 다시 동조화로 돌아서기 시작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흐름이 역전됐다. 중국이 서방의 성장을 견인하는 엔진 역할을 한다.

가장 확실한 증거는 독일이다. 유럽 최대 규모인 독일경제는 탄탄대로를 달린다. 실업률이 지난 13개월 연속 감소하고 GDP는 2010년 2%(3%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장이 예상된다. 1%에 불과한 유럽 전체의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 성장의 4분의 3을 독일의 수출산업에서 일궜다. 그리고 그중 절반 가까이가 중국·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으로 보낸 수출이다. 자동차와 기계설비 같은 일부 핵심 업종은 신흥시장 성장 의존도가 더 높다. 1년 전만 해도 반은 죽었다고 평가 받던 자동차 메이커 아우디는 올해 중국시장 판매 급증에 편승해 연간 판매량 신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현재 아우디의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독일 국내 판매량보다 많다. 기계설비 제조업계는 제품의 평균 73%를 해외로 수출하는데 지난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시장으로 떠올랐다. 대부분의 독일 제조업체는 아시아·러시아·남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시장이 정체되리라는 예상에서다. 2016년에는 중국이 프랑스를 제치고 독일의 가장 중요한 수출시장으로 떠오른다고 도이체방크 리서치의 경제전문가 조헨 뫼베르트가 전망했다.

독일은 그런 견인차 효과를 실감하는 최초의 주요 선진국이다. 독일이 다른 나라보다 신흥시장의 운명과 더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수출집중적인 독일 업계는 화학·건축자재·기계설비 등 개도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제품 다수를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개도국은 독일에서 들여온 기계로 공장을 돌리고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자원을 추출하고 농작물을 수확한다. 일본도 중국 수출이 늘었지만 그중에는 일본계 공장으로의 납품이 많다. 그 공장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완제품을 다른 지역으로 수출한다. 반면 독일의 수출은 거의 순전히 중국 경제성장의 결과물이다. 경제력의 중심이 계속 신흥시장으로 이동함에 따라 독일 같은 나라들의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효과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중국경제의 거품이나 브라질 경제의 둔화를 둘러싼 우려는 완전히 새로운 경제 불확실성을 초래할 성싶다.

STEFAN THEIL



용병이 미군 뒷감당 할까8월 들어 미국이 이라크 주둔병력을 계속 철수함에 따라 민간 경비업계는 호황을 맞게 됐다고 시장분석가들은 말한다. 하청업체들은 “정찰을 나가 적과 맞서는 일만 빼고 일반적으로 군인에게 기대했던 일을 모두 하게 된다”고 어느 전직 업계 관계자가 말했다. “주요 계약업체들은 두뇌가 명석한 통계 전문가들을 두고 커진 파이 중 어느 정도를 손에 넣을지를 놓고 계산하기에 분주하다.”

그 파이의 구체적인 내용은 미지수다. 전쟁의 첫 4년 동안(가장 최근의 통계) 미국은 민간경비 하청업체에 무려 100억 달러를 지출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군대에 고용된 민간 경비요원 숫자가 지금의 1만1000명 안팎보다 훨씬 적었다. 이제 미국 국무부에서 용병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그 숫자가 약간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후 미국 국무부가 현지에 남게 되지만 널따란 지역에 자리잡은 국무부 직원들의 안전을 이라크 병력에 믿고 맡길 만한 형편이 못 된다. 따라서 국무부는 어림잡아 2700명의 민간 경비요원 수를 70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군대가 떠난 뒤 국무부가 넘겨받는 폭발물 해체로부터 무장대응팀 파견 등 1000여 건의 업무는 포함되지 않는다. 미 당국의 감독기능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이는 군대 기능에 준하는 업무라서 미국의 대표 자격으로 활동하는 민간인들이 위법행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라크의 평화로운 정권이양을 도우려 애쓰는 미국으로선 어떻게든 피해야 할 상황이다.

▎캐머런의 예산삭감 정책이 먹혀든다.

▎캐머런의 예산삭감 정책이 먹혀든다.

R. M. SCHNEIDERMAN



자유민주당의 고된 시집살이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다우닝 10번가 총리 관저에서의 첫 100일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칭찬의 소리가 드높다. 하지만 밀월은 이제 막 시작인지도 모른다. 보수당이 이끄는 정부는 건강관리·교육·복지제도(정부 대다수 부서에서 최소 25%의 예산삭감안 포함) 등 다수의 전면적인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캐머런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한 여론조사에선 그의 지지도가 48%에 달해 5월 총선 이후 8% 포인트 상승했다.

걸림돌이 있다면 캐머런 내각이 연립정부이며(근 한 세기 만에 처음) 그의 연합정당인 자유민주당이 모두 그의 어젠다를 환영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 당원 다수는 그의 예산삭감 정책이 적자감축의 필요성도 반영하지만 과거 보수당의 작은 정부 도그마에서 나온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한다. 그러나 캐머런으로선 자유민주당 측을 따돌리는 편이 오히려 그의 성공을 보장할지도 모른다. 전부터 연합을 거북하게 여겨왔던 자유민주당의 좌파들이 노동당 쪽으로 전향하는 듯하다. 그에 따라 자유민주당 지도부는 어느 때보다 더 캐머런과의 파트너십에 의존하게 됐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선 총선 이후 자유민주당 지지도가 12%로 반 토막 났다. 자유민주당으로선 시집살이가 고되도 이혼을 거론할 처지가 못 된다.

WILLIAM UNDER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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