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 애호가들의 천국 런던
▎Smoke and Sip 전문가 추천: 궁합 맞는 술과 시가
“런던에선 한 주에 한 곳씩 COSA가 문을 연다”고 런던의 시가 수입업체 헌터스&프랭카우의 6대손 소유주인 제마 프리먼은 말했다. COSA는 ‘Comfortable Outdoor Smoking Area(편안한 옥외 흡연구역)’의 이니셜이다.
쿠바 아바나가 시가 제조의 본산이라면 런던은 분명 이들 황갈색 쿠바 시가를 신사들이 식후에 즐기는 최고의 기호품 자리에 올려놓은 도시다. 미식가 에드워드 7세는 금욕적인 어머니 빅토리아 여왕의 서거 이후 “신사 여러분, 흡연해도 좋소”라는 명언으로 쾌락의 신시대를 열었다. 시가는 물론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영국인 윈스턴 처칠의 충실한 벗이었다. 지금은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이자 저술가 겸 식당업자인 테렌스 콘란 경(오요 데 몬테레이 에피큐어 2번이 그의 손에서 거의 떠나지 않는다)이 생존하는 가장 유명한 영국인 시가 애호가란 타이틀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2007년 영국 역사상 가장 엄격한 금연법이 제정되면서 영국의 시가 전통은 질식사할 위기에 처했다. 직장, 폐쇄된 공공지역, 식당, 술집, 회원제 클럽에서 흡연이 금지됐다. 실상 영국인의 개인저택을 빼고 시가에 합법적으로 불을 붙일 만한 곳은 전문 시가숍(그것도 맛보기와 테스트 목적으로만) 또는 흥미롭게도 정신병원과 교도소뿐이다. 호텔 객실도 이젠 흡연실을 따로 지정하고 별도의 환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3년도 채 안돼 런던은 남부럽지 않은 시가 천국으로 재부상했다. 2009년 시가 매출액이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쿠바의 시가 생산과 수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런던의 실적은 더욱 돋보인다. 정확한 통계는 입수하기 어렵지만 2006년 절정기에 1억2000만 개비 안팎이었던 쿠바의 수제 시가 생산량이 지난해에는 7300만 개비로 감소했다.
분명 COSA의 부상이 시가 부흥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파운드화 약세로 영국은 시가 관광객들에게 지난 10년 중 어느 때보다 훨씬 매력적인 여행지로 떠올랐다. 그리고 물론 런던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시가 매장들이 몰려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 고급 브랜드 알프레드 던힐은 신설한 메이페어 매장에도 여전히 시가 저장고를 설치했으며 저민과 세인트 제임스 거리의 모퉁이에는 다비도프가 자리 잡았다. 상당 부분 옥외 라운지 덕분에 런던에선 여름이 시가 시즌이다. “예전에는 겨울이 시가 성수기였지만 지금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시가 매출도 늘어난다”고 다비도프 점주 에드워드 사하키언이 말했다.
최근에 문을 연 COSA로는 세인트 제임스 거리의 듀크스 호텔이 마텔과 손잡고 개설한 시가-코냑 존, 랭엄 호텔이 로랑-페리어와 합작으로 문을 연 가설매장 등이 있다. “담배 흡연자와 시가 흡연자 사이에는 뚜렷한 구분이 있다”고 프리먼이 말했다. “주점과 음식점에서 들리는 말로는 시가 흡연자들은 돈과 시간을 쓸 줄 아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다.”
제프리 젤라디는 그 교훈을 직접 경험으로 터득했다. 젤라디는 런던 레인스버러 호텔의 세련미 넘치는 고위 경영자다. 전에는 레인스버러 호텔 내 서가를 갖춘 라이브러리 바에서 시가가 많이 팔렸다. 라이브러리 바를 방문하는 부자들이 수천 달러를 선뜻 내놓으면서 고가의 코냑과 귀한 아바나 시가를 주문했다. 금연 법안이 통과되자 젤라디는 그 황금거위가 죽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됐다. 그때 그는 자신의 전용 식당에 딸린, 시멘트로 포장된 작은 공간을 떠올렸다. “영국의 습한 날씨 탓에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고 그는 돌이켰다.
18개월 동안 엄격한 금연법뿐 아니라 그 유서깊은 호텔의 보수적인 문화와 실랑이를 벌인 끝에 젤라디는 온기를 내뿜는 벽난로가 딸린 근사한 옥외 흡연 라운지의 문을 열었다. 결과적으로 현명한 투자였다. 과거 실내 시가 바에서 1만5000파운드에 달하던 한 달 수입이 배로 뛰었다. 한 테이블에 앉은 손님 4인이 4만 파운드를 쓴 일도 있었다. 가장 비싼 시가가 한정판 코이바 베이케로 대당 1500파운드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시가 흡연자들이 오래 머물기를 좋아하고 그러면서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속설을 뒷받침한다.
마크스 클럽의 상황도 비슷하다. 마크스 클럽은 저명한 시가 애호가 고(故) 마크 벌리가 설립한 메이페어의 명물이다. 현 주인인 리처드 케어링은 2년 전 거의 사용되지 않는 작은 테라스를 옥외 응접실로 개조했다. 지붕을 덮고 처음부터 시가 애호가를 겨냥해 페르시아 양탄자, 푹신한 커버를 씌운 의자, 소파를 들여놓았다. 손님들은 마크스 클럽의 분위기를 따라 여유롭게 오찬이나 만찬을 마치고 시가, 커피, 브랜디, 프티 푸르(한 입에 먹을 만한 크기의 디저트용 과자)뿐 아니라 멧돼지 소시지나 샤르쿠테리(돼지 가공육의 통칭) 같은 스태미나식을 스낵으로 즐긴다.
케어링은 자신이 소유한 또 다른 회원제 전용 주점 아이비 클럽에서도 흡연자를 세심하게 배려했다. 출판계와 언론계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이곳은 현대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마크스의 시가 테라스가 화려하다면 아이비 클럽의 흡연 공간은 소박하면서도 안락하다. 온열 대리석 시트 같은 기발한 시설로 변덕스럽기로 소문난 영국의 날씨를 배려했다.
실제로 COSA는 비바람에 거의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을 감안해 고객이 따뜻하고 편안하게 느끼도록 많은 신경을 쓴다. 패션 특구 쇼어디치에 있는 테렌스 콘란 경의 바운더리 호텔과 레스토랑은 호화로운 옥상 시가정원을 자랑한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장작불 주위에 둘러앉아 웨일즈산 양털 담요를 덮어쓴 채 탁 트인 도시 풍경을 바라보며 맛 좋은 아바나 시가를 즐긴다.
시가 애호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는 콘란은 정원용 특수 팔걸이 의자를 고안했다. 대형 도자기 재떨이를 올려 놓기에 적당한 낮은 테이블이 딸렸다. 이 시가 성전의 상징물 중 하나인 소박한 도자기 재떨이는 남아공 산이다. 따라서 정원의 중앙에 자리잡은 거대한 코끼리 형상의 시가 저장고와 잘 어울린다. 바퀴 달린 그 시가 저장고의 핸들을 돌리면 시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콘란의 계획대로 된다면 이 아바나 시가 애호가들의 옥상 낙원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런던 중심부의 수개 층에 걸친 방대한 ‘시장’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위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는 이 꿈의 프로젝트를 식료품으로부터 패션과 물론 시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컨셉트의 백화점이라고 묘사한다. 그리고 건물 내부의 청사진은 자세하게 설명하려 하지 않지만 적어도 그 프로젝트의 한 측면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건물 주위를 돌아가며 대형 테라스를 설치해 나중에 COSA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이 거창한 프로젝트는 아직 첫삽도 뜨지 않았지만 테렌스 경은 벌써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오요 에피큐어 2번의 향긋한 푸른색 시가 연기 냄새에 취해 있다.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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