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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300조원 ‘ 날렵한 큰손’ 되겠습니다

마침내 300조원 ‘ 날렵한 큰손’ 되겠습니다

▎1949년생, 73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인디애나대학원 경영학 박사,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대 교수, 세계은행 수석연구위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특보, 국제금융센터 소장,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딜로이트 코리아 회장,대한민국 국제금융대사, 금융위원회 위원장, 국제증권감독기구 아태지역위원회 의장,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 2009년 12월~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1949년생, 73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인디애나대학원 경영학 박사,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대 교수, 세계은행 수석연구위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특보, 국제금융센터 소장,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딜로이트 코리아 회장,대한민국 국제금융대사, 금융위원회 위원장, 국제증권감독기구 아태지역위원회 의장,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 2009년 12월~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최근 국민연금기금 자산이 3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 292조8159억원을 초과하는 규모다. 연기금 규모로 따지면 일본 공적연금(GPIF), 노르웨이 글로벌연금펀드(GPF),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에 이어 세계 4위다. 2014년말에는 430조원, 2045년에는 2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큰돈을 움직이는 기관의 CEO가 전광우 이사장이다. 세계은행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와 국제금융팀장 등으로 15년간 근무한 국제금융전문가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요청으로 23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경제부총리 특보를 지내며 외환위기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우리금융지주 부회장,금융위원장을 거쳐 2009년 12월부터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요즘 전 이사장의 행보에 국내외 투자자를 비롯해 자산운용 업계나 국민 관심이 높다. 국민연금의 행보가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 HSBC 본사, 독일 베를린 소니센터 등 해외부동산을 사들이고 있어 해외 투자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 관심사는 국민연기금이 앞으로 어떻게 운용될지다. 노후 준비에 꼭 필요한 연금에 대한 기대가 높은 까닭이다. 8월 13일 서울 송파구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실에서 그를 만나 운용방안을 들어봤다. 금융 지식이 해박한 그는 모든 질문에 막힘이 없었다.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감이 넘쳤다.



이사장님이 경영을 맡은 후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국민연금공단은 기능 면에서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조직입니다. 하나는 기금운용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연금제도를 실천해 나가는 거죠. 두 가지 측면에서 변화를 살펴보면 기금운용은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채권 투자 비중을 줄이고 국내외 주식투자와 대체투자를 늘려 가는 거죠. 연금제도 측면에서는 고객의 노후준비를 위해 노후설계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재무, 건강, 취미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임의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라 본인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겁니다. 대표적인 부류가 전업주부인데 2008년 2만8000여명이던 임의가입자가 지난해 3만6000여 명을 넘어섰고, 최근엔 5만 명에 달합니다.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이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결과라고 봅니다.”



지난 4월 말 세계은행 초청으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 제임스 고만 모건스탠리 CEO, 제임스 디몬 JP모건CEO 등 세계 금융계 거물들을 만나고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국민연금공단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느꼈는지요.“최근에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찾아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뵙고 나서 바로 왔더군요. 여전히 다양한 국제외교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신흥시장 펀드 투자회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국민연금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기금이 선진국의 어떤 연기금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이죠.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연기금은 성숙 단계라 정체 상태입니다.

저희는 매달 약 2조원씩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어깨도 무겁죠. 앞으로 세계 금융전문가들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국민연금의 해외 네트워크를 쌓아갈 예정입니다.”



수익성·안정성 두 마리 토끼 잡는다

국민연금공단은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려야 하는데요. 하지만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안정성만 강조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어떻게 조율하고 있는지요.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다양한 곳에 자금을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짜는 겁니다. 운용의 안정성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추구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자산 구성을 다 변화함으로써 변동성을 낮추면서 전체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그는 메모지를 꺼내 그래프를 그렸다. Y축을 수익성으로 놓고, X축을 리스크로 표시했다). 쉽게 설명하면 수익을 높이려고 하면 저절로 리스크도 높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같은 리스크를 가지고도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짜면 됩니다.”





전 이사장이 부임한 이후 기금 운용 방식에 변화가 많다. 기존 국내 채권 위주에서 해외주식, 대체투자 등 투자처를 넓혀 가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 근교의 초대형 쇼핑몰을 3500억원에 사들였다. 올 들어서만 영국 개트윅 공항 지분 12%와 독일 소니센터를 인수한 데 이어 세 번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영국 런던의 오피스 빌딩 두 곳과 HSBC 본사 건물, 호주 시드니의 오로라플레이스 등을 인수했다. 해외부동산 투자 규모가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장기 자금인 국민연금은 장기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수익확대를 위해 2015년까지 주식투자 비중을 현행 20% 수준에서 30%로, 해외투자 비중은 11% 수준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리스크가 높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 집중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알고 있습니다. 국채에 투자하면 될 것을 왜 무리하게 투자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국채 수익률 정도로는 운영이 어렵습니다. 기금을 운영해 국민께 돌려드릴 열매가 별로 없다는 거죠. 채권 수익률이 4% 정도인데 우리는 적어도 6%의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겁니다. 저희가 해외에서 사들인 부동산은 투자수익보다 임대수익을 노린 겁니다.

예를 들어 영국 런던의 HSBC 본사는 1조5000억원을 주고 샀습니다. 큰돈이긴 하지만 18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해 매입 대금의 일정 금액은 회수될 것으로 보입니다. 임대료도 매년 시장 상황에 따라 올려주기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연간 임대수익률은 평균 7~8%로 채권보다 훨씬 좋습니다.



꼭 받고, 더 받고, 많이 받는다

중장기적으로 채권을 축소하고 주식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요. 주식투자 비중을 더 늘릴 계획인가요?
“6월 말 기준 적립금 295조원 중 국내 주식투자 비중이 13.8% 입니다.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정한 올 연말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6.6%이고요. 작년 목표 비중 15.2%에 비해 1.4%포인트 늘어난 수준인데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5%포인트 정도를 더 사거나 팔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21%가 될 수도 있고 11%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주식시장에 큰 조정이 와서 주식이 싸지면 주식을 더 살 테고, 지수가 급격히 오르면 매수 속도를 줄여나가는 겁니다. 시장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입니다.”



적립자금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요. 주식의 직접 운용과 위탁 운용 비중이 어떻게 됩니까. 앞으로는 어떻게 운용할 계획이신지요.“현재는 직접 운용과 위탁 운용이 50대 50입니다. 비교적 합리적인 배분이라고 생각해요. 국민연금 자체의 운용도 지속적으로 키워가는 동시에 국내 자산운용 업계의 전문성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주식자금의 절반가량은 운용 전문성과 성과 등을 고려해 뛰어난 자산운용 업계에 맡길 예정입니다. 아직까지 해외투자는 전체의 10% 수준이지만 점차 규모를 늘려갈 예정이에요. 이 분야 전문가를 확충해 자체 역량을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투자철학이 궁금합니다.“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기금을 운용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안정성·수익성·공공성 세 가지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안정성과 수익성이죠. 기금은 국민의 노후생활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므로 안전하게 굴려야죠. 더 많이 돌려주기 위해서는 수익성도 추구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이 커지면서 공공성도 중요해졌습니다. 세계 4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만큼 국가 경제 발전과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다만 공공성은 반드시 안정성과 수익성을 전제로 추구합니다. 개인적인 투자철학도 연기금 운용방식과 비슷합니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가치투자를 하자는 겁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민연금이 고갈될 염려는 없다는 겁니까?“현재 예상으로는 2043년 2465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입니다. 출산율은 낮아지고 노인 인구가 높아지는 고령사회로 들어서기 때문이죠. 2060년에는 고갈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게 사실이에요. 현 상황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예측되는 모습이죠. 하지만 앞으로 50년 뒤에도 고갈되지 않도록 할 겁니다.

요즘 국민연금 캠페인이 ‘꼭 받고, 더 받고, 많이 받는다’입니다. 국민연금은 정부와 국민 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킬 겁니다. 이전에 보험료 납부액을 조정하는 등 어떠한 형태로든지 국민연금을 못 받는 일은 없도록 할 것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IMF 해결사로 귀국했고 이제는 국민연금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데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안으로는 국민연금이 국민에게 신뢰 받는 공공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바깥으로는 세계적인 금융기관으로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게 제 역할이죠. 제 삶의 신조가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가장 좋은 준비는 지금 맡은 일에 절대 충실하자는 거죠. 조금 더 길게 보면 제가 국제기관, 정부, 대학, 연기금 등 다양한 곳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우리나라가 선진 국가가 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나이와 상관없이 열정적으로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살고요. 아직도 제 마음은 40대 같아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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