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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 One 정신으로 다지고 또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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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7일 서울 필동 CJ인재원. 임직원 400여 명이 참석한 2010 CJ 온리원 콘퍼런스에서 CJ그룹은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목표는 2013년 글로벌 CJ, 2020년 그레이트 CJ의 완성이었다.

이재현 CJ 회장은 “2013년까지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는 한편 전 세계에 CJ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2020년엔 그룹의 4대 사업군 가운데 2개 이상을 세계 1등으로 키우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4대 사업군은 전통적인 식품사업,바이오·제약 등 생명공학 사업, 홈쇼핑 및 물류, 영화·극장·케이블 TV 등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을 가리킨다.

2013년은 CJ 창립 60주년이 되는 해. 연간 목표 매출액은 38조원이다. 이 회장은 5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겠다고 벼른다. 그 전진기지가 중국이다. 그가 해외진출에 역점을 두는 것은 CJ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내수형이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이 작은 우리나라 기업이 성장을꾀하려면 해외진출은 필수적이다.

CJ는 4대 사업군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인수합병(M&A)을 적극 활용했다. 해찬들·온미디어 등 핵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업들을 사들여 성장 스피드를 높인 것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M&A를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1953년 창립된 CJ그룹은 식품회사에서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변신했다. 모기업인 CJ제일제당과 대응하는 식문화와 CJ엔터테인먼트와 대응하는 대중문화를 조합해 ‛한류’ 문화를 해외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상품화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화와 문화의 상품화란 두 가지 방향성은 CJ가 직면한 두 개의 위기에서 탈출을 겨냥한 것이다. 하나는 내수업종 위주의 포트폴리오, 다른 하나는 제조업의 조락이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대표 제조업이 조만간 중국과 인도에 추월당할 것”으로 내다본다. 제조업은 싸게 잘 만드는 게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CJ는 문화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도 문화지만 먹는 것도 문화입니다. 문화를 들고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내수형 제조업의 한계 극복그가 제시하는 항로는 원천 콘텐트에 대한 집중과 ‘규모의 경제’실현이다. 이에 따라 CJ엔터테인먼트, CJ미디어, 엠넷미디어 등이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 자체 콘텐트 생산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2위의 유료방송 채널 사업자이자 케이블 TV 사업자인 온미디어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레드오션화한 국내 방송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고 그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독창적이고도 경쟁력 있는 콘텐트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CJ는 국내 최대의 콘텐트 기업이다.

글로벌화에 주력한 덕에 CJ의 해외매출액 비중은 삼성으로부터 독립 경영한 첫 해인 1995년 3.1%(541억원)에서 지난해 27.3%(3조9282억원)로 커졌다. 9배에 가까운 성장이다. 1995년 1조7334억원 규모였던 매출액은 지난해 14조3925억원으로 15년 만에 8.3배로 늘어났다. 종업원도 같은 기간 6800명에서 1만7000명으로 늘었다. 역사가 60년 가까운 기업으로서 식품 등 내수산업에만 주력했다면 이룰 수 없는 성장세다.

CJ그룹의 전신 제일제당그룹은 1997년 삼성에서 법적으로 분가했다. 이재현 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손이다. 삼성에서 독립할 당시 사령탑은 손경식 CJ그룹 회장(현 회장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었다. 손 회장은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 2002년 이 회장이 제일제당 대표이사 회장이 됐지만, CJ는이 회장과 손 회장의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제일제당은 설탕·조미료·밀가루 등을 만들어 팔던 종합식품회사였다. 삼성에서 분리독립한 후 제일제당은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그로부터 10여 년, 식품·외식 부문의 매출액 구성비는 지난해 46%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7년 CJ주식회사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됐고 사업회사는 CJ제일제당으로 재출범했다.
▎CGV는 CJ가 개관한 국내 첫 멀티플렉스 극장이다. 사진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CGV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앤절리나 졸리.

▎CGV는 CJ가 개관한 국내 첫 멀티플렉스 극장이다. 사진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CGV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앤절리나 졸리.





직원들도 ‘이재현님’이라 불러CJ는 1999년 12월 직급 호칭 대신 회장에서 사원에 이르기까지 서로 ‘님’으로 부르는 호칭 혁명을 시작한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CJ측은 이런 수평적 호칭 문화가 완전히 정착됐다고 말한다. 이재현회장도 그룹 내에서는 이재현님으로 불린다. 이 회장의 누나로, 전문경영인으로 통하기를 바라는 이미경 엔터테인먼트·미디어 (E&M) 총괄 부회장도 그를 이재현님이라 부른다.

호칭 혁명을 주도한 사람은 이 회장이었다. “회사 경영과 호칭 문화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불평이 박탈감이 큰 간부들에게서 나왔다. 시행 초기 한 간부가 애로사항을 토로하자 그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과거의 리더는 자리가 90% 를 결정했다. 요즘은 윗사람이라고 해도 자격이 없으면 아랫사람이 인정하지 않는다. 호칭으로 대접 받을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리더가 되어야 한다.”

파격적인 ‘님’ 호칭 문화는 조직 내 소통과 구성원 간 배려를 증진하는 작용을 했다. 아래로부터의 의견 개진이 활발해졌고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다고 CJ측은 자평했다. 대기업으로서는 파격적인 복장 자율화, 플렉서블 타임제 등도 조직의 유연성을 높여줬다.

CJ의 기업문화는 유연하면서도 강한 것을 지향한다. 내부적으로는 유연하고 외부 경쟁자에 대해서는 한없이 강한 조직이 CJ가 추구하는 문화적 DNA다. 내유외강이랄까? 유연한 문화는 창의성의 토양이다. 이재현 회장은 “이런 유연한 조직이라야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해 언제든 변신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엔터테인먼트, 유통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던 제조업체에 이런 수평적이고 유연한 내부 환경이 순풍으로 작용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CJ를 관통하는 기업혼은 온리원(Only One)이다. 최초의(First) 것, 최고의(Best) 것, 남다른(Differentiated) 것을 만들어 내는 정신이다. CJ 측은 신제품 개발, 인력 충원, 사회공헌등 모든 경영활동을 지배하는 철학이자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현 회장은 “어느 업종이든 진정한 온리원이라면 1등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즉석밥 시장을 창출한 햇반, 국내 첫 멀티플렉스 극장 CGV, ‘한국형 드러그 스토어’ 올리브영 등의 제품·사업·서비스가 바로 온리원의 산물이다. 소비자의 잠재적인 니즈를 발굴해 사업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재현 리더십은 겸허와 뚝심이재현 리더십을 읽는 키워드는 겸허와 뚝심이다. 조부 이병철회장의 인생철학이기도 한 겸허는 그의 좌우명이다. 그가 말하는 겸허는 목표와 현실 간의 괴리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가리킨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한 도전정신까지 그는 겸허란 말로 아우른다.

지난 2월 CJ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그가 한 강연을 들어보자. “1등을 달성했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그 순간부터 쓰러 집니다. 2등, 3등에게서도 배울 점이 많아요. 자신이 늘 부족하다고 느끼고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바로 겸허입니다.”

그는 특유의 뚝심으로 E&M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콘텐트 산업에 CJ는 16년째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한국형 블록버스터 <해운대> 로 대박을 터뜨리기 전까지는 줄곧 적자였다. 이 회장의 이런 뚝심은 한국인 특유의 민족성과 가능성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람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일본인의 꼼꼼함, 독일인의 정교함, 프랑스인의 예술성 등 여러 민족의 우수성을 두루 갖췄습니다. 우리나라가 제조업을 비롯해 거의 전 부문에 걸쳐 잘나가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인의 이런 가능성에 투자하는 겁니다. 콘텐트 분야도 10년 더 투자하면 우리나라가 큰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예요.”

CJ는 사회공헌 활동과 그린 경영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내놓은 ‘햇반 저단백밥’은 기업이 벌인 재능 나눔 사업의 모델 케이스로 꼽을 만하다. 희귀병인 단백질대사질환 환자들을 위해 이 제품을 개발하느라 CJ는 8억원을 썼다. 소비자는 단 200명. 시장이 작아 만들어 팔수록 손해다. 김진수 CJ제일제당 대표는 “CJ의 햇반 기술력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CJ는 중국에 ‘제2의 CJ’를 축성 중이다. 중국은 CJ에 제2의 내수시장이자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다. 베이징에서 CJ 현지 공장 포장두부의 시장점유율은 70%가 넘는다. CJ는 영토를 점차 동남아로 확장한 후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뚫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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