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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벗 삼아 산길 걷노라면...

야생화 벗 삼아 산길 걷노라면...

  

어느덧 초가을. 바람은 선선하고 하늘은 청명하다. 운동화 끈 동여매고 트레킹 떠나기 딱 좋은 때다. 강원도 평창 선자령. 가을 트레킹의 명소다. 설렁설렁 걷기 좋은 흙산에 지천으로 깔린 가을 야생화가 일품이다. 선자령은 유명세를 탄 지 오래다. 트레킹이라는 말이 처음 나온 10여 년 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잦았다.

 

선자령 초입은 사시사철 트레커로 북적인다. 특히 초가을 주말이면 전세버스를 타고 온 수많은 산행객으로 번잡하다. 기왕 갈 바엔 인파를 피해 아침 일찍 산행에 나서는 게 좋다.

 

선자령으로 가는 길은 옛 대관령휴게소 앞에서 시작된다. 이 휴게소는 대관령 터널이 개통되기 전 평창에서 강릉으로 가는 주요 통행로였다. 옛 사람들의 숨결이 면면히 흐르는 옛길인 셈이다. 산행 기점은 해발 800m, 선자령이 1157m이니 가슴께부터 시작하는 수월한 길이다. 경사 또한 가파르지 않다. 그래서 가족 산행으로 부담 없다. 본격 산행이 시작되는 기상관측소 앞까진 매끈한 포장도로다. 여기서부터 선자령까지 약 6㎞. 동네 뒷산을 거닐 듯 가뿐하게 올라가기 그만이다.

 

선자령 트레킹은 지리산 종주와는 다르다. 등산보다는 걷기랄까. 정상을 찍고 내려오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꽃구경하며 터벅터벅 걷기 딱 좋다. 산행객 틈바구니를 헤집고 앞지르거나 걸음을 재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가을바람이 불면 선자령 길의 왼편 능선은 야생화로 뒤덮인다. 특히 자줏빛 꽃 무더기를 이루는 각시취는 선자령의 얼굴 마담이다. 이 밖에 등산로 곳곳에 수많은 야생화가 꽃길을 이룬다. 여기에 고원에서 부는 청량한 바람까지 더해지면 가을 정취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두 시간 남짓이면 정상에 도착한다. 선자령 꼭대기에선 맑은 날이면 탁 트인 강릉 앞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주변 전망도 일품이다. 남으로는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북쪽으로는 황병산이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하산할 때 시간이 많이 남았다면 매봉을 거쳐 삼양목장으로 내려오는 게 좋다. 삼양목장은 언제 가도 어머니의 품처럼 여유를 준다. 알프스가 연상되는 너른 평원과 초지, 목책 안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떼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선자령으로 가는 길은 대관령휴게소~새봉~선자령으로 오르는 코스가 인기다. 선자령에서 초막골로 내려와 강릉 방면으로 가거나, 낮은 목까지 올라가 보현사 방면으로 하산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영동고속도로 횡계 IC에서 나와 용평리조트 방향 우회전, 다시 대관령 옛길 이정표 따라 좌회전한다. 이후 상행선 방향 휴게소로 진입하면 양떼목장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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