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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우리 지역민은 좋은데...”

“4대강 우리 지역민은 좋은데...”

4대강 수심 6m의 진실부터 짚어 보자. 4대강 살리기 사업(이하 4대강 사업)을 경부운하로 연결하기 위해 수심을 6m로 맞췄다는 의혹이다. 낙동강 수심은 대부분 6m다. 나머지 강은 어떨까. 9월 4일 오전 10시 경기도 여주1지구(한강 살리기 3공구) 사업현장. 주말인데도 작업 열기가 뜨겁다. 현장 직원 800명 중 절반이 주말근무를 한다. 여주1지구 작업구간은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친서리~당산리 일대 9㎞. 3162억원의 공사비가 책정됐다. 대규모 사업이다.

 

이 지구는 4대강 사업의 출발점이다. 서울에서 봤을 때 첫째 보(洑)가 여기에 설치된다. 이포보가 그것이다. 이곳의 하도(河道) 굴착작업은 이미 완료됐다. 그런데 수심은 3m에 불과하다. 설계상 더 팔 계획이 없다. 강바닥에 뿌리 내린 암반은 원형 그대로다. 여주1지구 건설업체는 암반을 발파하지 않았다. 정부가 허락하지 않은 탓이다. ‘뱃길을 만든다’는 의혹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 지구 김용준(대림산업) 홍보소장은 “원래 설계대로 하도 굴착작업을 마쳤다”며 “4대강 사업은 운하와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우리도 운하건설은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에선 4대강 사업을 운하를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 사는 우리로선 납득하기 힘들어요. 공사를 꾸준히 지켜봤는데 강 바닥 공사는 마무리됐어요. 하지만 수심이 여전히 낮을뿐더러 각 보엔 배가 다니는 관문이 설치되지 않았죠. 4대강 사업을 운하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오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주군 대신면에 사는 전영웅(67)씨의 말이다.

의혹대로 여주1지구에 뱃길이 조성되려면? 수많은 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 먼저 강바닥을 3m 더 파야 한다. 배가 다닐 수 있는 6m 수심을 확보하려면 말이다. 공사가 40%가량 진행된 이포보는 아예 새로 지어야 한다. 일부에선 ‘보에 관문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이포보에 관문을 설치하려면 설계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 관문을 만들 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예산도, 인력도, 시간도 운하 건설을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가 공사하는 여주1지구 구간에 배가 다니려면 암반부터 발파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암반을 부수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죠.” 김용준 소장의 말이다. 4대강 사업이 운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혹은 현재로선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4대강 사업의 목적은 쉽게 말해 강을 정비하는 것이다. 홍수를 예방하고 물을 이롭게 쓰기 위해서다. 여주1공구 주변은 홍수 때면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곳이었다. 2000~2003년 재산피해 규모만 600억원을 훌쩍 넘었다. 그 기간 이재민은 100명가량 발생했다.

직접 피해만이 아니다. 홍수만 나면 농가의 비료·퇴비·분뇨가 쓸려 내려가 하천이 오염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하도 준설을 통해 홍수위를 낮추고 제방을 건설하는 것이다. 여주1공구 공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이곳 주민은 홍수의 악몽을 단숨에 날릴 수 있다. 홍수위가 최대 0.4m까지 낮아지기 때문이다. 새로 건설되는 제방도 홍수 예방에 한몫 톡톡히 할 것이다. 여주군 대신면 천서2리 박우창(55)씨는 “이번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되고, 지역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지역민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의 전체 공정률은 9월 현재 30% 안팎이다. 2011년 6월 완료 예정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야권은 이번 정기국회의 초점을 ‘4대강 의혹’에 맞추고 있다. 일부 지자체와 시민단체의 반대도 거세다. 참여연대는 지난 11일부터 ‘4대강 중단 10만 인간 띠 잇기 시민행동’을 시작했다. 정부는 곤혹스럽다. 얼마나 더 설명해야 의혹이 풀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원한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관계자는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부운하 건설을 임기 내 추진하지 않겠다”고 두 차례 밝혔다. 시간상으로 이 대통령 임기 안에 운하 건설을 추진하는 건 불가능하다. 더구나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할 계획이 없다. 갑문과 터미널 설치 계획도 따로 없다. 낙동강을 제외한 나머지 강의 수심은 대부분 3m가량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듯 ‘지류는 방치하고 본류만 공사하는 것’도 아니다.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살리기를 추진하면서 지류·지천에 대한 투자를 확충할 계획이다. 지금껏 그랬다. 국토부가 지난 10년간 사용한 치수사업비의 72%는 지방 하천에 투입됐다.

 



정부-반대론자 소통 물꼬 터야환경파괴 의혹도 같은 맥락이다. 하도 준설을 한다고 꼭 생태계가 죽는 건 아니다. 1980년대 한강에선 6928㎥ 규모의 하천 준설 공사가 진행됐지만 생태계는 망가지지 않았다. 어류는 1987년 42종에서 2007년 71종으로 71% 늘었고, 조류도 같은 기간 39종에서 98종으로 2.5배가 됐다. 경북 울산 태화강 생태환경조성사업(2002~2008년)의 결과도 비슷하다. 수질은 좋아졌고, 어종과 어류는 크게 늘었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관계자는 “4대강 준설 과정에서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 각종 친환경 공법을 사용한다”며 “수질은 실시간 확인하고, 새로운 어종의 방류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럴까. 여주1공구의 제방은 흙으로 만들어진다. 제방의 기울기가 완만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구간의 제방 기울기는 1(세로)대 17(가로). 서울에 있는 한강 제방(1대 3)보다 5배 이상 평평하다. 그래서 제방 주변엔 자연적으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게다가 천연 자연의 요람으로 불리는 여주의 대표적 습지 이포(20만㎡)와 부처울(26만㎡)은 보전된다. 오히려 인공 습지를 3개 더 만든다. 김 소장은 “환경단체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수질과 생태계 파괴 여부를 확인한다”며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실무진 차원에서도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40주년 되는 해다. 총연장 428㎞에 달하는 이 고속도로는 야권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건설됐다. 4대강 사업과 마찬가지로 환경파괴 의혹에 시달렸다. 부자를 위한 레저용 전용도로라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의 지금 위상은 어떤가. 명실상부한 한국의 젖줄이다. 이 고속도로를 축으로 산업벨트가 생겼고, 중공업 혁명이 일어났다.

경부고속도로처럼 4대강 사업도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관련 사업비는 16조9000억원에 이른다. 연계 사업비를 합치면 22조가 훌쩍 넘는다. 이 중 약 90%는 건설부문에 투입된다. 건설은 다른 산업보다 경제효과가 크다.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에 도움한국은행의 산업연관계수에 따르면 건설부문의 생산유발효과는 10억원당 2배로, 서비스업(1.7배), 전자산업(1.93배) 보다 높다. 고용유발계수도 10억원당 16.6명으로 제조업(10.1명)을 뛰어넘는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세계 각국이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늘린 이유다. 미국 연방정부는 고속도로·교량 건설에 향후 10년간 60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4대강 사업은 지역경제도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4대강의 유역면적은 국토의 75%에 달한다. 사업 범위가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지역별로 높은 생산 및 고용유발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이 흐르는 경상권에선 19조48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기대되고, 18만300명 규모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수도권의 생산 및 고용유발효과는 각각 6조7200억원, 6만35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전라권은 생산유발 6조700억원, 고용유발 5만4400명, 충청권에선 5조2600억원에 이르는 생산이 유발되고, 4만9400명의 고용이 창출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도 큰 도움이 된다. 4대강 사업엔 수많은 지역업체가 참여한다. 일반공사엔 지방자치단체의 위탁으로 중소 지역업체가 참여한다. 난이도가 낮은 구간은 중견 건설업체가 시공할 수 있다. 여주1구간의 시공업체엔 대림산업·한화건설·한라건설·대보건설·경남기업 등 중대형 건설사에 신한종합·대양 등 지역업체가 들어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연구위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주요 내용과 경제적 파급효과’에서 “4대강 살리기는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주군 대신면 천서2리에 사는 박우창(55)씨는 “여주군은 그동안 수질보존특별대책지역에 묶여 개발이 지지부진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말이 수도권이지 경기도 동부권에서 군으로 남아 있는 곳은 여주와 양평뿐”이라며 4대상 사업에 큰 기대를 나타냤다.

4대강 사업은 지금 반환점을 향해 내달린다. 만약 중단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지역 주민이 4대강 살리기에 거는 기대도 물거품이 된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사실일지 아닐지는 아직 모른다. 무작정 반대 깃발을 드는 것은 그래서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금 필요한 건 ‘강력 반대’가 아니라 ‘철저한 감시’라는 얘기다. 4대강 사업이 실제로 운하로 연결될지, 환경파괴는 없는지 꼼꼼하게 검사하자는 것이다. 일종의 감시견 역할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도 안 되지만 정부 역시 소통 창구를 활짝 열어야 한다. 의혹이 제기되면 명쾌하게 설명하는 게 먼저다. ‘내년이면 완공되니까’라며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면 더 큰 의혹에 부닥칠 것이다. 정부든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든 툭 터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게 ‘우리 강 살리기’의 첫째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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